“2대 사야 안심했는데…” 1달에 1대 팔리던 수입차, 망한줄 알았는데 반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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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도 수입차 호실적
반도체 수급난 완화 주효
함께 웃지 못하는 재규어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자동차 업계에 수요 둔화 조짐이 관측되지만,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작년 동월 대비 1.5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테슬라를 제외한 11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8,222대로 지난해 11월 18,810대의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다.

해당 수치는 올해 수입차 월간 판매량 최고 기록으로, 종전 최다 실적은 10월의 25,363대였다. 이처럼 수입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인한 물량 확보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되며, 브랜드별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7,734대, BMW 7,209대, 볼보는 2,615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한 브랜드가 있었는데, 바로 재규어다.

김현일 기자

국내 런칭 20년 만에 최악의 슬럼프
두 달 동안 10대도 못 판 재규어

지난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재규어는 2018년까지 3~4천 대의 연간 판매량을 꾸준하게 기록했지만, 2019년 이후 실적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결국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단 160대에 그쳤고, 10월과 11월은 각각 3대6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재 재규어의 라인업은 중형 SUV인 F-PACE와 전기 모델 I-PACE, 스포츠카인 F-TYPE과 준대형 세단 XF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10월 기준, 주력 모델로 꼽히는 재규어 XF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 동급 모델들의 선전과 대비되는 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그 외 F-PACE가 2대, F-TYPE이 1대 인도되는 데 그쳤다.

고질적인 품질 문제로 이미지 악화
작년부터 철수설 꾸준히 제기돼

재규어는 잦은 잔고장과 비싼 수리비로 악명이 높아, ‘2대 사서 고치면서 타야 하는 차’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었다. 덕분에 중고차 시장에서도 감가율이 상당히 높은 브랜드로 전락했는데, 신차 가격이 6,800~7,200만 원 수준의 XF는 2천만 원 후반대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판매량 감소에 불을 지핀 것은 XE와 E-PACE 등 엔트리급 모델의 판매 중단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철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축소하면서 기정사실화하는 듯했다. 설상가상으로 재규어랜드로버가 일부 딜러사와의 갈등으로 공식 딜러사가 돌연 영업을 중단하면서 계약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브랜드 전략의 일환일 뿐”
철수설 일축한 로빈 콜건 대표

업계에 만연한 브랜드 거취 문제에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의 대답은 “변화는 없을 것”이었다.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전 공개 행사에서 콜건 대표는 “특별한 변화나 철수 등은 없다”라며 “전동화 전략에 따라 2025년까지 계획을 추진 중인 만큼 이에 따른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규어랜드로버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프로’에는 티맵이 기본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규어가 해외 현지 맞춤형 기술을 탑재한 시장은 중국과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더불어,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철수설은 루머일 뿐”이라며 “재규어 브랜드는 현재 F-PACE, F-TYPE을 중심으로 주문 제작방식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규어 공백 랜드로버로 채운다
재규어의 전동화 전략 ‘리이매진’

재규어랜드로버는 미래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리이매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는 2026년부터 디젤 모델과 작별을 고하고 재규어는 100%, 랜드로버는 60% 모델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규어는 리브랜딩을 거쳐 2025년부터 전기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며, 그 사이에 랜드로버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랜드로버는 지난달 공개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억대 가격에도 1,000대 이상의 사전 계약을 따내면서 선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PHEV 모델 출시가 예정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타 브랜드에서는 전기차가 한창 출시되고 있는데 3년 후 라인업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계획은 늦은 대처로 보인다”라며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시트로엥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025년 전기 SUV 3종 공개
치열한 시장서 살아남을까

재규어는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 과정 중, 3종의 전기 SUV를 내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신형 전기차는 자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판테라가 적용되며, 연간 5~6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토카에 따르면 엔트리 모델의 크기가 준대형 왜건인 포르쉐 타이칸 스포츠 투리스모와 비슷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격은 우리 돈으로 1억 2,822만~1억 4,425만 원 선으로 예상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3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지며 서비스 센터 축소 역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현대차그룹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환경을 고려하면, 2025년에도 신형 전기차가 국내에 상륙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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