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친환경차 보급 속도전
등록 자동차 중 6% 차지했다
수소차는 비교적 부진한 모습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제조업체들의 신차 전략이 정부 지원책과 맞물려 친환경차 보급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부로 국내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150만 대를 돌파했다. 물론 하이브리드가 112만 1천 대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긴 했지만, 순수 전기차 역시 36만 5천 대로 대폭 증가했다.
친환경차는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 2,540만 2천 대 중에서도 약 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고유가 기조와 정부 차원의 장려 정책에 따라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배터리를 직접 충전하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로 전기를 발전시키는 수소차는 초반 분위기가 다소 침체되어 있는데, 수소차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김현일 기자
수소차 국내 점유율 단 0.11%
가격, 유지 등 장점 찾기 어려워
10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약 2만 7천 대로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순수 전기차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유일한 선택지인 현대 넥쏘의 월간 내수 판매량은 대략 1천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동급 시장에서 사실상 최하위 수준이다.
지자체별로 지원 규모 및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한 넥쏘의 최종 구매 가격은 평균 3천만 원 중후반 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동급 쏘렌토, 싼타페에 비해 크게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 더불어, 연료전지 스택 냉각수 교체, 이온 필터 교체 등 수소차 유지에 필요한 고정 비용은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충전 인프라가 제일 시급
설치 및 구축에 수십억 들어
전기차 충전 시설이 공동 주택과 공용 주차장마다 설치되었음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 인프라를 고려하면 순수 전기차는 풍족한 편이다.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8월 기준 150개소이며, 충전기는 188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몰려 있어, 한때 강원도에서는 2시간을 기다려 수소를 충전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수소차는 1회 충전 시 약 5~6분이 소요되지만, 여러 대를 연속으로 충전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 충전시설 확충에 나섰는데, 충전소 하나를 늘리기 위해 대략 수십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힙한 자동차가 될 것”
핵심 연료로 떠오르는 수소
여러 제약으로 인해 수소차 시장은 사실상 정체되어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소차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사고 있다.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 비배기성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전기와 배터리 생산 방식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수소 기술이 발전하면 궁극적인 탄소 저감과 동시에 충전 시간, 주행 거리, 계절별 성능 차이 등 순수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수소차 흥행을 위해서는 수소 증산과 충전소 및 공급망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최근 EU가 2028년까지 주요 간선도로 100km마다 수소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의결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올리버 집세 BMW CEO는, “수소전기차가 앞으로 운전하는 데 있어 가장 힙한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현대 넥쏘가 59%로 독식
친환경차 투 트랙 가능할까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수소차 양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유의미한 차량을 내놓은 브랜드는 현대와 도요타, 혼다, 중국의 맥서스로 간추려진다. 올해 10월까지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누적 판매량에서 현대 넥쏘는 9,591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59.2%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넥쏘 외에 두 자릿수대 점유율을 보유한 모델은 17.9%의 도요타 미라이가 유일하기 때문에 넥쏘가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수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을 위해 연구 및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도 순수 전기차 중심의 시장 트렌드에서 뒤처질 수 없기 때문에 눈에 띄는 진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 업계의 R&D 이어져
현대도 점유율 방어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는 2040년까지 수소 승용차 판매량이 221만 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U의 수소차 충전소 확대 법안과 미국과 중국의 수소 산업 육성 전략 등 시장 확대 조짐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BMW는 X5 기반의 수소차 iX5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며, 폭스바겐도 수소연료전지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이에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필두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 3세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 목표를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성능과 내구성 측면에서 시스템을 더 개발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좋은 상품으로 시장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