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른 선호 차종
미국은 픽업, 유럽은 왜건
중국은 미니밴 수요 많아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SUV 차량은 총 61만 8,384대이다. 이는 전체 시장의 58%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이 흐름대로라면 최초로 6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단을 짓밟고 올라선 SUV 강세에, 각 제조사는 소비자 선호에 맞는 차량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차박 유행 등으로 국내 시장 SUV에 힘이 실리는 것처럼, 각 지역의 도로 사정,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호 차종은 달라진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이 항상 판매량 차트 상위권을 독차지하며, 유럽은 SUV보다 왜건 경쟁이 더 치열하다. 같은 기조로 중국에서는 3대에 걸친 가족이 모두 함께 탈 수 있는 MPV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도 쿠스토 등 전략 모델을 시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글 김현일 기자
브랜드 최초의 MPV 모델 생산
중화권 전략 모델 렉서스 LM
2000년대 중국 MPV 시장은 연간 2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기록하여 틈새시장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수요가 급증했고,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2016년에는 250만 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완성차업계는 수출 전용 모델을 급하게 준비하여 현지에 출시하기 바빴다.
렉서스 역시 이러한 흐름을 파악, 브랜드 최초의 미니밴을 개발했다. 중국 시장만을 위해 생산한 렉서스 LM은 2019년 공개와 동시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이유는 평이 좋지 않은 스핀들 그릴로 전면부를 꽉 채워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고, 문제는 819,000위안(한화 약 1억 5,246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뿐이었다.
LM과 너무 닮아버린 신형 모델
중국 현지 1위 미니밴 GAC M8
렉서스 LM의 파격적인 디자인에 고무된 것인지, 모방을 주저하지 않는 중국 로컬 럭셔리 브랜드들은 신형 MPV 모델에 압도적인 전면 그릴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광저우자동차그룹은 럭셔리 MPV 시장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M8 풀체인지 모델을 공개했고, 곧바로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GAC M8 2세대는 렉서스 LM의 각진 차체, 모래시계 형상의 광활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유사하게 차용했지만 가격은 269,800위안(한화 약 5,025만 원)으로 LM의 1/3 수준이다. 다만 기본형 모델의 경우 250마력을 발휘하는 2.0L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했는데, 렉서스 LM은 최고 출력 297마력의 3.5L 4기통 파워트레인을 채택했다.
전면부 디자인계의 깻잎 논쟁
지커의 럭셔리 전기 MPV 009
지리자동차 산하 하이엔드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어 화제이다. 지커는 지난달 1일 브랜드 두 번째 모델인 럭셔리 전기 미니밴 지커 009를 출시했는데, 역시 전면부에는 커다란 메탈 그릴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커 009는 전면 메탈 그릴 외에도 ‘n’자 형상의 DRL이 난해하다는 평이 많았으며, 이 또한 호불호가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지커 009는 CATL의 3세대 배터리 기술로 생산한 Qillin 배터리 팩이 최초로 탑재되어 롱레인지 트림의 경우 822km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운전석 포함 6개의 독립 시트와 15.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등 고급화 전략을 꾀한 지커 009의 가격은 499,000~588,000위안(한화 약 9,286만~1억 942만 원)이다.
시진핑 의전차로 유명한 홍치
폭포수 그릴 인상적인 HQ9
1958년 설립되어 중국 최고급 자동차의 명맥을 이어온 홍치는 중국 국가주석들의 의전차량 브랜드로도 이름을 날렸다. 홍치도 지난 5월, 럭셔리 MPV 모델인 HQ9을 공개했고, 지금까지 살펴봤던 모델들과는 달리 폭포수 형상의 거대 그릴이 꽤나 어울리는 차량이다.
홍치 HQ9의 제원은 전장 5,222mm, 전폭 2,005mm, 전고 1,935mm, 휠베이스 3,200mm로 카니발보다 약간 크다. HQ9는 7인승으로 제작되었는데, 애석하게도 3열 폴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최고 252마력을 발휘하는 2.0L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홍치 HQ9는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인도가 시작되었고 가격은 400,000위안(한화 약 7,446만 원)부터 시작한다.
용도와 상관없이 클수록 좋다
보야 드리머와 맥서스 G90
중국인들의 라디에이터 그릴 사랑은 엔진을 식혀줄 필요가 없는 전기차에서도 계속됐다. 둥펑자동차 산하 보야가 출시한 드리머는 순수 전기와 PHEV 하이브리드의 두 가지 선택지가 제공되는데, BEV 모델의 전면부에는 막혀 있지만 세로로 곧게 뻗은 거대한 그릴이 자리 잡았다.
더불어, 시장에서 가장 큰 그릴을 갖고 싶었는지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모델도 등장했다. 지난 4월 출시한 맥서스 G90은 전면부의 8할을 차지하는 초대형 직사각형 그릴을 장착했고 가격은 230,000~350,000위안(한화 약 4,279만~6,512만 원)으로 책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