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늪에 빠진 타호
나오면 무조건 산다더니
왜 이렇게 안 팔릴까?

한때 “이거 국내에 나오면 무조건 산다”라는 말이 돌면서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수입차, 쉐보레 타호의 근황은 어떨까? 올해 1월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해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이 자동차의 판매량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안 팔리더라도 한 달에 몇백 대는 판매되어야 정상인데, 무려 1년 치 판매한 자동차가 1,000대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차를 산 사람들이 더 신기해질 정도인데, 사실상 한국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다. 타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한국 시장에선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사지는 않는 자동차가 되어버린 것일까.

박준영 편집장

올해 국내 판매량
단 365대
가히 충격적인 숫자

왜 안 팔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대체 얼마나 안 팔리는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쉐보레 타호는 올해 1월 12일부터 온라인으로 사전계약을 실시했으며, 이후 정식 판매에 돌입했다. 북미 시장에는 다양한 트림이 존재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 정서를 고려하여 최상위 트림 ‘하이컨트리’를 들고 왔으며, 가격은 9,253만 원이었다. 다크나이트 스페셜 에디션은 9,363만 원이다.

당시 쉐보레 측은 똑같은 모델이 북미 시장에서 500~700만 원 정도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시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에 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국내 생산이 아닌, 북미에서 생산한 물량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진과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가격이 정말 매력적으로 나온 게 맞다.

꼭 최상위 트림이어야 했나?
9,253만 원이라는 부담감

그렇다면 이제는 이 차가 왜 한국 시장에서 실패했는지를 알아보자.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방금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에 출시되었다고 했지만, 하필 쉐보레가 한국 시장에 출시한 타호가 최상위 트림이었다는 게 함정이다. 하이 컨트리 트림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출시가 되었음에도 가격이 9,253만 원이다.

9천만 원이라는 가격은 분명 서민들이 차를 구매할 때 쉽게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이며, 어느 정도 예산이 여유로운 사람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이 가격이면 살 수 있는 다른 미드사이즈 SUV가 수십 대이며, 페이스리프트를 앞둔 끝물 모델이긴 하지만 동급 포드 익스페디션이 천만 원 정도 저렴했기 때문에 타호가 더 비싸 보이는 함정이 존재했다.

“6,000만 원짜리라고?”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도 한몫했다

9천만 원이 비싸게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 전달도 한몫했다. 타호가 출시되기 전 많은 유튜브와 언론사에서 “6,000만 원대로 출시되면 타호가 대박이 난다, 북미에선 6천만 원이다”라는 식의 내용을 내보냈고,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타호가 진짜 6천만 원 대로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여기서 나온 6천만 원은 북미 사양 기준 아무런 옵션이 들어가지 않은 소위 말하는 ‘깡통’ 모델 가격이며, 깡통 모델을 들여와서 6천만 원에 판매한다 하더라도 이걸 대체 누가 살까. 중간 트림 정도 되는 사양을 7~8천만 원대로 팔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분명히 남지만, 잘못된 6천만 원 썰 때문에 9천만 원대 가격은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ㅍ

“팰리세이드 살 돈으로…”
고민하던 아빠들
조용히 현대차 전시장으로 향했다

6천만 원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팰리세이드 풀옵션을 살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타호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가격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방금 언급했듯이 이건 아무런 옵션이 들어가지 않은 기본 사양이다. 차라리 7~8천만 원대 미드사이즈 수입 SUV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여 출시했다면 지금보단 잘 팔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트래버스 풀옵션에 천만 원 정도를 더하면 타호로 넘어갈 수 있게 징검다리가 놓아졌으면 좋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하이컨트리가 들어왔기 때문에 트래버스와 타호 사이에는 엄청난 벽이 생겨버렸다. 풀사이즈 SUV에 도전하려면 쿨하게 1억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쳐다보지 말라는 수준이 되어비린 것이다. 팰리세이드 사려다가 타호 가격이 좋게 나오면 고려해 보겠다던 아빠들은 조용히 현대차 전시장으로 향했다.

(사진=보배드림)

가장 큰 문제는
‘불편’하다는 것

현실적으로 이 차를 구매하는데 까지는 성공했다고 치자. 그러나 한국에서 이 차를 운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특히 주차가 가장 큰 문제다. 주차 자리가 널찍한 지방 소도시나 단독주택에 사는 차주가 아니라면, 아파트에는 주차하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만약 서울에 거주한다면 이는 더욱 심해진다. 타워 주차장에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노면 주차장 역시 차가 너무 커서 주차를 받아주지 않는 곳도 많다. 주차 스트레스를 겪어본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일상에 큰 지장을 주는지 잘 알고 있다. 이외에는 부담스러운 먹성을 가진 V8 6.2L 엔진의 연비, 대배기량인 만큼 부담스러운 세금, 수입차로 분류되어 비싼 보험료 같은 부분도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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