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 드라이버 ‘켄 블락’
최근 불의의 사고로 운명
지난 발자취 살펴보니

2023년 새해가 시작된 바로 다음 날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인 랠리 드라이버이자 짐카나의 전설로 불려온 켄 블락(Ken Block)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다. 그가 설립한 후니건(Hoonigan) 레이싱팀은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켄 블락이 2일(현지 시각) 오후 2시경 미국 유타 주에서 스노모빌 전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전했다.

켄 블락은 레이싱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들도 그의 영상을 한 번쯤 봤거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는데 지난 2013년에는 몬스터 에너지가 주최한 행사를 통해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화려한 짐카나 묘기를 선보인 바 있다. 작년에는 현대 i20 쿠페 WRC로 ARA 내셔널 챔피언십 경기에 출전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남긴 발자취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그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이정현 기자

2006 시즌 켄 블락의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랠리카 / 사진 출처 = “Motor1”
2007 시즌 켄 블락의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랠리카 / 사진 출처 = 트위터 “Ken Block”

2005년 프로 데뷔
첫 차는 스바루였다

켄 블락, 본명 케네스 폴 블락(Kenneth Paul Block)은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랠리 무대에 데뷔해 스바루 WRX STi를 타고 미국 한정 레이스 종목인 Sno*Drift에 출전했으며 그룹 내 5위, 종합 순위 7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랠리 챔피언십에도 출전해 그룹 A 부문 5위를 기록하고 그해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스바루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으며 ESPN이 후원하는 X Games, 미국 랠리 챔피언십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랠리 종목에 출전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2007년 한 해에만 19번의 포디움을 달성하고 2008년에는 기록 경신을 이루는 등 맹활약을 거듭했으며 2009년에는 차량 스폰서를 스바루에서 포드로 갈아타게 된다. 이후 2010년은 그의 경력에 터닝포인트가 되는 해였다.

켄 블락 2010 WRC 출전 당시 / 사진 출처 = “Autoweek”
2009 스바루 WRX STi 짐카나 / 사진 출처 = “Autoweek”

터닝포인트였던 2010년
짐카나 영상으로 유명세

기존 소속 팀이었던 버몬트 스포츠카(Vermont Sportcar)를 나와 몬스터 월드 랠리 팀, 일명 후니건 레이싱 팀을 창단한 켄 블락은 이때부터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참가하게 된다. WRC는 국제 랠리 레이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회로 켄 블락은 WRC에 참가한 최초의 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또한 그는 랠리 출전과 별개로 스턴트 레이스의 한 종류인 짐카나(Gymkhana)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짐카나는 선을 긋거나 표주로 복잡하게 만든 코스를 단시간에 주파하는 경기다. 랠리와 달리 8자 드리프트, 360도 스핀 등 화려한 기술이 다양하게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빠른 속도뿐만 아니라 쇼맨십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켄 블락은 스바루를 타던 2009년부터 짐카나 스턴트 영상을 꾸준히 공개해왔으며 이는 2010년대 들어 그의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2011 포드 피에스타 RS WRC 짐카나 / 사진 출처 = 페이스북 “Ken Block”
2013 샌프란시스코 짐카나 / 사진 출처 = “Autoinjected”

영상 조회수만 1억 회
몬스터 에너지도 영향

2011년 공개된 세 번째 짐카나 영상은 7천만 회에 근접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켄 블락이 운전한 포드 피에스타 RS WRC는 짐카나 주행에 용이하게 개조되었는데 최고출력 650마력과 최대토크 91.2kg.m, 0-60mph(약 97km/h) 가속 1.9초의 가공할 성능을 발휘했다. 그는 괴물과도 같은 차를 자신의 손발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며 장애물에 스칠 듯 말 듯 한 드리프트, 급경사 오벌 서킷에서의 스턴트 주행 등 다양한 묘기를 선보였고 수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점점 짐카나 묘기의 스케일을 키우며 매년 놀라움을 선사하던 켄 블락은 2013년 지역 경찰의 협조하에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스턴트를 선보였다. 급경사 도로와 트램 등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적인 요소를 활용한 신들린 주행으로 해당 영상은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켄 블락의 스폰서 중 하나였던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몬스터 에너지‘의 인지도를 레드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포드 머스탱 RTR 후니콘 / 사진 출처 = 트위터 “X Games”
포드 머스탱 RTR 후니콘 V2 / 사진 출처 = 트위터 “Ken Block”

새로운 머신 ‘후니콘’
최고출력 1,400마력

한동안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켄 블락과 함께 출연했던 포드 피에스타는 2014년을 기점으로 포드 머스탱 ‘후니콘(Hoonicorn)’으로 변경되었다. 미국의 포드 머스탱 전문 튜너 RTR이 1965년형 1세대 머스탱 노치백을 기반으로 제작한 짐카나 전용 머신으로 제작 기간에만 2년이 소요됐다. 최고출력 845마력과 최대토크 99.4kg.m를 발휘하는 6.7L V8 자연흡기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려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켄 블락은 후니콘을 몰고 LA 한복판에서 그의 리즈 시절을 다시 한번 갱신했다.

이후 2016년 개량을 거친 후니콘 V2는 트윈 터보를 얹고 메탄올 세팅을 더해 최고출력이 1,400마력까지 치솟았다. 당시 가장 빠른 양산차였던 부가티 베이론 슈퍼스포츠의 1,200마력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 질문에 켄 블락은 “새로운 영상 기획을 실현하기 위해 더 높은 출력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포드 에스코트 MK2 RS, 포드 에스코트 코스워스, 아우디 S1 후니트론 등 다양한 차량이 그를 거쳤지만 후니콘은 켄 블락의 상징 그 자체로 자리 잡았다.

켄 블락 / 사진 출처 = “Hoonigan”

올해 랠리 출전 무산
각계에서 애도 이어져

켄 블락은 향년 55세에도 꾸준한 모터스포츠 및 익스트림 활동을 이어왔다. 작년 5월에는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차량의 엔진 파손으로 인해 예선 참가가 무산되었다. 올해에는 앞서 언급한 현대 i20 쿠페 WRC로 ARA 내셔널 챔피언십 출전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의 비보에 메인 스폰서 몬스터 에너지와 포드 퍼포먼스는 물론이며 그를 거쳤던 차량의 제조사인 아우디, 스바루, 현대자동차 등이 애도를 표했다. 후니콘을 제작한 튜너 RTR과 로켓 버니, 헤네시 퍼포먼스 엔지니어링 등 켄 블락과 연이 있는 업체들도 모두 그를 추모했다. 네티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마지막 스토리를 봤는데 너무 애통하네요”, “프로 데뷔 경기 때처럼 눈 오는 날이 그렇게 신이 났나 봅니다”, “콜린 맥레이도 리차드 번즈에 이어 켄 블락도 차가 아닌 곳에서 유명을 달리했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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