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희망이 없습니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국내 자동차 대학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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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국내 자동차 학과 근황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요즘, 사회 시스템이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국내만 해도 전동화에 제때 대비하지 못한 부품 제조사 등 관련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기차 화재를 비롯한 안전 문제 관련 대책도 뚜렷하지 않다.

최근 들어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국가 단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대표되는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적 흐름이 된 가운데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전문 인재 양성이 몇 안 되는 희망이다. 그런데 이제는 인재 양성 시스템에서도 한계가 드러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정현 기자

사진 출처 = “유원대학교”

미래 대비 처참한 수준
정비사 교육도 어렵다

현재 국내에는 자동차 관련 학과를 갖춘 대학이 40군데가량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 내연기관 자동차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며 전기차,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대비한 과목이 전무한 상황이다. 교수 또한 대부분이 내연기관 전공인 데다가 자동차 학과가 있는 대학 대부분이 전기차 등의 교보재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를 교육하는 기관도 국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아 자동차 정비 업계 근로자의 교육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약 4만 5천 곳의 자동차 정비 거점이 존재하며 자동차 정비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약 20만 명에 달한다. 정부 차원에서 미래 모빌리티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일선에서의 의견 반영이 매우 취약하고 실질적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출처 = “시사IN”
사진 출처 = “시사IN”

지방대 소멸에도 영향
등록금 동결 역시 원인

자동차 관련 학과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니 지원자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의 경우 입학 정원의 절반을 겨우 채운 대학이 즐비하며 지방대는 학과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강사, 교수도 줄고 이미 입학한 학생들마저 수도권 대학으로 옮겨 지방에서는 대학이 통째로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한 교수들은 등록금 동결도 대학의 역량을 깎아 먹는 원인으로 지적한다. 지난 15년간 등록금이 동결됨에 따라 대학교수의 월급도 그대로며 대학은 예산이 없어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이 급감해 고등학교 졸업생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만큼 전국 대학의 30%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숙명여대”
사진 출처 = “SM뉴스”

신설 학과는 내실 없어
국가 경쟁력 저하 예상

결국 대학이라는 교육 시스템이 갈수록 도태되고 지방대는 존재 자체가 희박해질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자동차 관련 학과도 함께 도태되며 미래 자동차 산업 인재 양성에도 한계가 드러날 것이고 결국 국가 단위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그나마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융합과’, ‘미래 모빌리티과’ 등의 새로운 학과가 개설되고 있지만 겉껍데기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제대로 된 교보재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며 교수 역시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내실은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 탄소 포집 전기차 / 사진 출처 = “CNET”
국회의사당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투자 규모가 다른 선진국
한국 대학은 하향 평준화

해외 선진국의 경우 유능한 인재를 대학교수로 초빙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지만 모두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이와 완전히 반대된다. 교수들은 정부가 부정 입학, 부조리 등 근본적인 문제에만 관여하고 등록금 문제는 대학에 결정권을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택적 교육기관인 대학을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한 결과가 대학 교육 전반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졌고 결국 인재 양성 역량을 상실한 현재 상황이 이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보고용 실적만 따지는 탁상행정식 예산 편성 및 집행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진 출처 = “아주자동차대학”

미래 암울하다는 교수들
“정 원한다면 복수 전공을”

휴전 후 1세기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선진국 근처까지 도약한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 기반에는 인재 양성이 있었다. 거의 평생 대학에 몸을 담근 교수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보상이 없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노조까지 생겨나는 지금은 과거와 같은 인재 배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학 중인 대학생들 및 예비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단지 적성만 따진다면 몰라도 순전히 취업이 목적이라면 자동차과는 권장하지 않는다”, “차라리 전자나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가는 게 낫다”, “수도권에 나름 이름 있는 대학도 자동차 학과 정시 인원이 10명밖에 안 되더라”, “정 자동차 쪽으로 가고 싶으면 자동차랑 IT 복수 전공을 택해야 됨”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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