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그랜저만큼 많이 보이는데, 의외로 부자들만 탈 수 있다는 차 E클래스 이야기를 보도해 드렸다. “그랜저를 살 돈으로 더 보태서 E클래스 사겠다”가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제대로 된 현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번엔 동급 수입차와 비교해 보면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그랜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볼까 한다. 신형 그랜저의 가격이 상승된 것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이제는 국산차 치고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였고 다른 의견은 “이 가격에 V6 엔진이면 가성비는 최고지”였다. 과연 그랜저는 정말 가성비가 훌륭한 자동차였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신형 그랜저의 가성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그랜저 열풍이 부는중
이쯤 되면 현대자동차에게 그랜저는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출시 전부터 호불호가 강한 전면부 디자인으로 논란이 많았던 신형 그랜저가 예상했던 것처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출시되자마자 9,425대를 판매하며 12월 첫 달 국내 승용차 판매량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아직 사전계약 출고분도 모두 다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랜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본 사양부터 3천만 원대 중반으로 시작하는 저렴한 자동차가 아님에도 대한민국은 그랜저 열풍이 불고 있다.

“어떻게 나와도 잘 팔리는차”
그랜저의 저력
그랜저는 출시가 되기 전에도 “어떻게 나와도 그랜저는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역시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그랜저의 네임밸류는 대단한 것이다. K7 프리미어가 잠깐 그랜저 판매량을 앞서기도 했지만 신형 그랜저가 나오자 이는 조용히 역전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해 봐야할 것이 이번 그랜저는 성공 마케팅을 펼쳤다. 상식적으로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많이 팔리는 차가 성공한 사람들이 사는 차라니 어딘가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격만 보면
아무나 살 수 있는 차는
절대 아니다
지난번 이야기했듯이 그렇게 도로에서 자주 보이고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그랜저일지라도 절대 아무나 살 수 있는 만만한 차는 아니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일반인의 기준에서 그랜저를 덜컥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더 뉴 그랜저’는 4기통 2.5와 6기통 3.3, 그리고 하이브리드 총 3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LPG 택시는 우선 제외하였다. 2.5 가솔린 기준으로는 기본 가격이 3,355만 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옵션을 모두 더하면 660만 원이 나오게 되며 신차이기 때문에 별다른 할인은 없다. 기본 트림의 취등록세는 247만 2,750원이 발생하고, 이들을 더했을 때 나오는 실구매 가격은 3,606만 2,750원이다. 그랜저를 일시불로 구매하기 위해선 최소 3,600만 원의 현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사양을 추가한 2.5 풀옵션 모델은 최고 실구매가격이 4,964만 5,100원으로 5,000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 다만 실제 소비자들은 대부분 합리적인 기본 사양이나 중간 트림 수준에서 구매를 하기 때문에 실제 그랜저를 구매하는 고객층의 주 소비 가격대는 3,000만 원 후반대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3.3 가솔린으로 시야를 넓히면 가격은 더 올라가게 된다. 기본 가격이 3,645만 원부터 시작해 2.5보다 약 300만 원 정도 비싸다. 여기에 옵션을 모두 더하면 710만 원이 나오게 되며 신차이기 때문에 별다른 할인은 없다. 기본 트림의 취등록 세는 268만 6,360원이 발생하고, 이들을 더했을 때 나오는 실구매 가격은 3,917만 6,360원이다.

만약 3.3 풀옵션을 구매하고 싶다면 4,430만 원짜리 캘리그래피 트림에 옵션을 추가하여 5,281만 2,450원의 최종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국산차 그랜저가 이제는 5,000만 원을 넘어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확실히 IG 때보단 평균적인 가격이 2~300만 원 정도 올라간 느낌이다.

국산차가 너무 비싸다 vs
이 가격대 V6 세단이 어디 있나
일반적으로 신차를 공개할 땐 이전 모델보다 적게는 몇십만 원부터 많게는 백만 원단위로 평균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새로운 사양들과 기술이 적용되어 가격이 인상되었지만 실질적으론 그대로 유지가 된 것이라는 알 수 없는 논리를 한때 펼치기도 했었지만 신차가 나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현실이다.

5천만 원에 육박하는 그랜저의 가격을 보고 네티즌들은 “국산차도 이제 너무 비싸졌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래도 가성비로는 최고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과연 그랜저는 정말 가성비가 좋았을까.

V6 3.3 가솔린 더 뉴 그랜저
I4 2.0 디젤 폭스바겐 아테온
최근 “그랜저 살 돈으로 수입차인 폭스바겐 아테온을 산다”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폭스바겐 아테온 2.0 디젤의 실구매 가격은 4,363만 원~4,774만 원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그랜저 2.5의 최상위 등급 수준이거나 욕심을 내면 3.3의 중간 트림 정도도 무난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다만 파워트레인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를 하긴 어렵다. 아테온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폭스바겐의 검증된 기술? 과 탄탄한 폭스바겐의 기본기,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라는 것과 연비가 좋은 디젤엔진을 적용했기 때문에 아테온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디젤을 가솔린이랑 비교하다니”
뿔난 그랜저 소비자들
그랜저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다. 그들은 “4기통 디젤 가지고 그랜저 가솔린과 비교하다니 어리석다”,”그랜저보다 100mm 이상 짧으면서 동급이 되나”,”폭스바겐 주제에 수입차 행세를 하려 하다니”라며 아테온의 가치를 부정하기도 했다.

같은 가격대면 AS가 편리하며 옵션이 더욱 탄탄한 신차인 그랜저를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었다. 거기에 정숙한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다른 선택지도 수입차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비슷한 가격대로
구매 가능한 ‘세단’은
죄다 일본차
그들의 말대로 그랜저를 살 가격대와 비슷하게 V6 가솔린 엔진을 가진 준대형 세단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맞다. 물론 국산차는 제외하고 말이다. 가격대로만 놓고 보면 수입차들 중 4천만 원 대 수준에서 구매 가능한 세단들은 죄다 일본차가 리스트에 올라온다.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요즘은 1,000만 원 수준으로 할인을 하는 브랜드들도 있다고 하니 실구매가는 더 저렴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국에 용감하게 일본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터. 가격과 V6 가솔린 엔진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는 수명이 다 된 ‘닛산 맥시마’ 정도밖에 없었다. 현시점에 맥시마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토요타 아발론’도 목록에 넣을 수 있지만 아발론은 4기통 2.5 하이브리드만 판매하기 때문에 V6 엔진이 아니다.

그랜저와 세그먼트가
전혀 맞지 않다
일본차를 제외한 비슷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한 수입차들을 살펴보면 이 정도가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A클래스 해치백’은 3,830만 원~3,850만 원이며 DS의 ‘DS3 크로스백’은 3,945만 원~4,390만 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볼보 ‘S60’은 4,760만 원부터 5,360만 원으로 그랜저 보다 더 비싸다. 그랜저 가격대로 수입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완전히 다른 소형, 준중형 세그먼트 차량들밖엔 보이지 않는다. 일본차를 제외하곤 말이다.

가성비는 국산차
탄탄한 기본기는 수입차
SUV로 눈을 돌려보면 그래도 ‘티구안’ 같은 국내에서 꽤 많이 팔린 차량들을 선택할 수 있다. 지프 ‘레니게이드’ 같은 차량들도 있는데 어쨌든 그랜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델들이므로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순 없겠다. 그랜저급 고급 세단들을 구매하려면 최소 6천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4천만 원 대 수준으로 준대형 세단의 넉넉한 실내공간과 옵션들을 누릴 수 있는 그랜저의 가성비는 좋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게 되겠다.

이렇게 현실을 살펴보면 국산차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동급으로 비교해 보면 수입차의 장벽은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겐 높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이게 현실이다. 풍부한 옵션과 가성비를 원한다면 국산차, 같은 가격으로 동급 차를 구매할 순 없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원한다면 수입차를 선택하면 된다. 선택은 언제나 본인의 몫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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