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차량이 통제권 넘겨받아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제네시스 G90 사고 / 사진 출처 = “뉴스 1”

지금껏 수많은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왔고 현재진행형이지만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국내에서 단 한 건도 없다. 그 와중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기존보다 고도화된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있다.

레벨 3 자율주행은 특정 조건에서 운전대를 놓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통제권이 차량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첫 단계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의 사고 책임 문제는 급발진 사례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이정현 기자

HDA 2 작동 중인 제네시스 G90 /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MilesPerHr”

언제든 개입할 수 있어야
소비자가 불리할 수밖에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은 자동차 전용도로,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도로에서 가감속, 조향 등 제어 전반을 차량이 담당한다. 만약 시내 도로로 들어서는 등 특정 조건을 벗어나거나 시스템이 차량을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통제권을 즉시 넘겨받아야 한다는 게 레벨 4와의 차이다. 하지만 차량 통제권이 차량에서 운전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 소지를 가리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작동 중 운전자가 음료를 마시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차량이 운전자 개입을 요청했을 때 운전자가 음료를 내려놓고 운전대를 잡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잠깐 동안일지라도 아직 통제권이 차량에 있는 상황인 만큼 사고 책임은 제조사에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급발진만 해도 소비자가 원인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 현행법인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제네시스 G90 레벨 3 자율주행 테스트카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부천ll황도윤”님
제네시스 G90 레벨 3 자율주행 테스트카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서울ll스티브와 잡스”님

책임 회피하려는 제조사들
아직 체계도 마련되지 않아

더구나 자동차 제조사 역시 입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은 운전자 개입을 요청해도 반응이 없을 경우 시스템 작동이 종료되고 차로에 정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만약 이때 사고가 발생한다면 차로 정차 역시 안전 기준에 포함되므로 정부 입장에서는 제조사 책임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제조사는 시스템 작동이 종료됐으니 책임이 없다며 회피할 것이 뻔하다.

이렇게 아직까지는 논란의 소지가 크며 사고 책임을 가리는 체계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아 레벨 3 자율주행 차량 출시도 미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3월 제네시스 G90에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인 ‘HDP(Highway Driving Pilot)’를 2022년 말까지 탑재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2022년 말은 물론, 최근 출시된 G90 연식변경 모델에도 이를 탑재하지 못했다.

드라이브 파일럿 작동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 사진 출처 = “Motor Authority”
테슬라 FSD 사용 중 발생한 사고 / 사진 출처 = “New York Post”

결국 주의 의무는 동일하다
차량 결함 입증도 소비자 몫?

따라서 완성차 업계는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관련 사고의 모든 법적 책임에서 자유를 보장받은 후에야 이를 출시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드라이브 파일럿’의 경우 운전자는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행과 관련 없는 행동의 허용 범위는 차량에 탑재된 미디어 시스템을 이용하는 상황으로만 한정되어 있다. 차량 통제권 전환이 필요할 경우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비자들은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하면 운전자가 운전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기존의 레벨 2와 마찬가지로 주의 의무를 완벽하게 준수해야만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소홀히 했다가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당했을 경우 책임 소지는 온전히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의 의무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이를 소비자가 직접 입증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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