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LPG 자동차 가격이 예전 같지 않다. 가솔린 자동차와 비슷해졌거나, 아예 가솔린차보다 비싸진 자동차도 있다. LPG 자동차의 매력 중 하나였던 합리적인 가격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저렴한 연료 가격만 남았다. 그런데 이마저 걱정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자동차 제조사들도 하나 둘씩 LPG 자동차를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LPG 자동차 첫걸음, 올바른 방향으로 내딛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LPG 자동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걱정과 우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승현 기자
쏘나타는 가솔린차보다
LPG 차 실구매 가격이 더 비싸다
머리말에서 언급했듯 LPG 차가 저렴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우선 ‘쏘나타’ 실구매 가격을 살펴보자.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 최저 기본 가격은 2,346만 원, 최고 기본 가격은 3,289만 원이다. 모든 트림을 고려했을 때 최대로 발생하는 옵션 가격은 615만 원이고, 현대차는 조건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최하위 트림 차량에서 발생하는 취득세는 164만 5,240원, 최상위 트림에 옵션 가격까지 모두 더했을 때 발생하는 취득세는 250만 4,880원이다. 이들을 모두 더한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의 최저 실구매 가격은 2,514만 5,240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3,826만 4,880원이 된다.
다음은 ‘쏘나타 2.0 LPG’ 모델이다. 최저 기본 가격은 2,467만 원, 최고 기본 가격은 3,294만 원으로 모두 가솔린 모델보다 비싸다. 전체 트림 중 최대로 발생하는 옵션 가격은 334만 원이고, 현대차는 조건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최하위 트림에서 발생하는 취득세는 172만 3,020원, 최상위 트림에 옵션까지 모두 더했을 때 발생하는 취득세는 250만 8,350원이다. 이들을 모두 더했을 때 나오는 ‘쏘나타 2.0 LPG’ 모델의 최저 실구매 가격은 2,633만 3,020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3,831만 8,350원이 된다. 최저 실구매 가격은 80만 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5만 원 정도 LPG 모델이 더 비싸다.
SM6 LPG 모델 실구매 가격
가솔린 모델과 이 정도 차이 난다
다음은 ‘SM6’다. ‘SM6 2.0 가솔린’ 모델의 최저 기본 가격은 2,405만 원, 최고 기본 가격은 3,043만 원이고, 모든 트림을 고려했을 때 발생하는 최대 옵션 가격은 730만 원이다. 르노삼성은 기본 80만 원 할인을 제공한다.
취득세까지 모두 더했을 때 나오는 ‘SM6 2.0 가솔린’ 모델의 최저 실구매 가격은 2,492만 390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3,830만 7,710원이다.
‘SM6 2.0 LPG’ 모델의 최저 기본 가격은 2,477만 8,350원, 최고 기본 가격은 2,911만 7,175원, 모든 트림을 고려했을 때 발생하는 최대 옵션 가격은 709만 2,455원이다.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기본 80만 원 할인이 제공된다.
취득세까지 더했을 때 나오는 ‘SM6 2.0 LPG’ 모델의 최저 실구매 가격은 2,537만 8,980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3,512만 6,050원이다. 최저 실구매 가격 기준으로는 LPG 모델이 비싸고, 최고 실구매 가격 기준으로는 가솔린 모델이 더 비싸다.
“클린 디젤”정책 되풀이?
소비자가 걱정될 수밖에
소비자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위 사진에 있는 첫 번째 기사 제목은 2014년, 그리고 아래에 있는 기사 제목은 최근에 나온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유럽 디젤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디젤 자동차들이 이른 바 ‘클린 디젤’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친환경적인 엔진이라는 것을 적극 강조했다.
실제로 2014년에 그랜저 디젤 모델 판매량이 가솔린 모델 판매량을 제치는 사례가 있었을 정도로 정부 정책에 따른 국민들의 디젤 자동차 선택이 정말 많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디젤 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 하이브리드 자동차 다음으로 북극곰과 가장 친한 자동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근혜 전 대통령 때
고등어·삼겹살과 함께
미세먼지 원흉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의 ‘클린 디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미세먼지 원흉’으로 자리 잡았다. 한순간 완전히 뒤집혀버린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고등어를 구울 때 기준치 25배가 넘는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고등어 다음으로 삼겹살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시민들 입장에선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해 낙타를 피하라”라는 말만큼 신뢰가 가지 않는 분석이었다.
고등어와 삼겹살 다음으로 지목된 것은 디젤 자동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매일 사용하는 자동차도 미세먼지의 원흉이라고 분석되고 있다”라고 말했고, 환경부는 이 중에서 디젤 자동차를 콕 집어 지목했다. 여기에 폭스바겐 디젤 사태까지 겹치면서 디젤 자동차를 향한 인식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클린 디젤처럼
클린 LPG 되는 거 아냐?”
‘클린 디젤’은 불과 정권이 한 세대 바뀌자마자 미세먼지 원흉으로 지목되었다. 한때 친환경의 대명사였던 디젤 자동차지만 오래된 노후 디젤 자동차는 이제 수도권에서 운행도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비록 디젤 자동차와 LPG 자동차는 엄연히 다르고, 배출되는 유해 물질도 일정 수준 다르다. 그러나 정부 정책만 놓고 보았을 때 일각에선 “클린 디젤처럼 LPG 자동차도 한순간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것 아니냐”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기도 한다.
1. 연료 가격은 저렴하지만
연비는 가솔린보다 안 좋다
85%만 충전 가능하고
충전을 더 자주 해야 한다
구매는 소비자 선택이겠지만, 소비자 선택에 도움이 될만한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LPG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첫째는 연료 가격은 저렴하지만 연비는 가솔린차보다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전체 용량 중 85%만 충전 가능하다. 즉, 충전을 더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한 달에 가솔린 7만 원어치를 두 번 주유하는 것과, LPG 2만 원어치를 일곱 번 충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느냐라는 것이다. 안전 등을 이유로 LPG 자동차는 전체 연료통 중 85%만 충전이 가능하고, 연비도 낮기 때문에 가솔린 자동차보다 충전소를 더 자주 들려야 한다.
2. 파워트레인 제원 성능
가솔린보다 부족하다
많은 분들이 “LPG 차는 힘이 부족하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실제 제원을 비교해보면 정답이 바로 나온다. 같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작성된 바로 위 쏘나타 제원표를 살펴보면 가솔린 엔진은 160마력, 20.0kg.m 토크를 내고, LPG 엔진은 146마력, 19.5kg.m 토크를 낸다. 공차중량은 LPG 모델이 더 무겁다.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3.0리터 모델을 기준으로 가솔린 엔진은 266마력, 31.4kg.m 토크를 내고, LPG 엔진은 235마력, 28.6kg.m 토크를 낸다. 그랜저 역시 LPG 모델 공차중량이 더 무겁다.
3. 세금은 가솔린과 똑같다
충전소는 주유소보다 부족하고
가스값 언제 오를지 모르는 불안감
우리나라는 자동차세를 배기량마다 다르게 부과한다. 연료는 상관없다. 기사 초반부쯤에서 살펴보았듯 LPG 자동차라고 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취등록 세가 감면되는 것도 아니다. 배기량에 따라 가솔린 엔진과 동일하게 자동차세를 부과한다.
그리고 일각에선 “사람들이 LPG 자동차를 많이 사면 올해 겨울쯤 LPG 연료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사실상 저렴한 연료 가격 때문에 사는 건데 겨울 되면 LPG 가격 오를까 봐 불안하다”라는 걱정과 우려를 표한다. LPG 충전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인프라를 지적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유류세 인하 기간 늘렸지만
유류세 인하율은 절반으로 축소
휘발유 내리고 디젤 올리면?
유류세 인하 기간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기름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유류세 인하 전 수준과 가까워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기간을 기존보다 4개월 연장하면서 인하율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환경 오염 원인으로 디젤 자동차를 지목하고, 디젤 자동차를 규제한다. 그러나 휘발유 자동차에 대한 규제는 없고 오히려 휘발유 자동차 구매, 그리고 지금은 LPG 자동차 구매를 더욱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디젤 자동차가 줄어야 하고 휘발유 자동차가 늘면 해결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은 휘발유 가격이 저렴하고 디젤 가격이 비싸다. 그리고 휘발유 자동차 비중이 정말 높다.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걸까. 사족을 붙이자면 정유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제 유가 반영 시차 때문에 그런 것”이라 말했다. 내릴 때는 시차 반영, 오를 때는 즉각 반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