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기억 속엔 르노삼성하면 떠오르는 차가 있다. “르노삼성에서 살만한 차가 뭐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르삼의 전성기였다고도 할 수 있는 ‘SM520’과 ‘SM5 임프레션 시절’의 자동차들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제 SM3 5, 7은 추억 속에 묻어둬야 할 시기가 왔다. 르노삼성은 공식적으로 SM 시리즈의 3,5,7의 생산을 지난해 중단하였으며 올해 1월에는 단 1대도 팔리지 않아 사실상 단종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나름 추억의 명차로 불리는 SM 시리즈들을 기억해보며 ‘SM 시리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SM3, 5, 7 이제는
추억의 차가 되었다
삼성자동차로부터 르노삼성이 되며 브랜드의 대표 모델 역할을 했던 SM3, 5, 7 시리즈가 이제는 공식적으로 단종이 되었다. SM3와 SM7은 오랜 기간 동안 풀체인지를 거치지 못하고 수명을 이어왔으니 더 이상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단종 수순을 밟게 된 것이 이해는 간다. 다만 브랜드를 대표했던 차종이라고도 할 수 있는 SM5의 단종설은 조금 아쉽게 들려오기도 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3,5,7 시리즈는 작년 말부터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남은 재고도 없고 앞으로 새 차가 출시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제 르노삼성에 남게 된 승용 라인업은 SM6와 QM6 이렇게 두 가지 밖에 없게 되었다. QM6는 SUV이기 때문에 르노삼성의 세단 라인업은 이제 SM6 하나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걸 아직도 판다고?”
단종은 예견된 일이었다
사실 판매량이 저조한 SM 시리즈들의 단종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종이 되지 않아도 “이걸 아직도 팔고 있냐”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으니 말이다.
다른 브랜드들이 풀체인지를 진행할 동안에도 이번에 단종된 세 차량들은 별다른 변화를 겪지 않고 꾸준히 연식변경만을 진행하며 판매해 왔었다. 르노삼성은 앞으로 라인업을 무수하게 늘리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 모델을 교체하는 전략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 사골 오브 사골
SM3
그럼 단종된 차량들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풀체인지 없이 판매가 된 것일까. 르노삼성차의 두 번째 세단 모델이었던 SM3는 닛산 자동차 ‘블루버드 실피’를 베이스로 만들어낸 준중형 세단이다. 국내에선 아반떼, K3, 크루즈 같은 차량들과 경쟁을 했다.
2002년 9월 첫 출시 당시엔 SM5로 만들어진 르노삼성의 탄탄한 품질로 인기를 끄는데 성공했다. 다른 국산차들 대비 탄탄한 하체로 운동성능 부분에서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모델이었다.
그리고 2009년엔 닛산 자동차가 아닌 르노 메간을 베이스로 만든 새로운 SM3가 등장했다. 르노 메간과 실내 인테리어가 완전히 동일했으며 이때부터 르노삼성 자동차는 더 이상 일본차가 아닌 프랑스의 향이 짙은 자동차가 되어갔다.
놀라운 점은 2009년에 첫 출시한 SM3를 아직까지도 풀체인지 없이 부분변경을 거치며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9년이면 현대 아반떼 HD가 나오던 시절이니 더 이상 언급해서 무엇하리. 이 정도면 사골 오브 사골 어워드에 등록될 능력이 충분한 차량이다.
2. 옛 명성은 어디로
SM5
르노삼성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차량인 SM5는 520시절부터 명성을 꾸준히 이어왔다. 2세대 SM5는 사진 속의 닛산 티아나를 베이스로 만들어졌으며 사실상 티아나와 거의 동일한 차종이라고 해도 이상할 점이 없었다. 당시 티아나가 준대형급으로 출시된 차량이었기 때문에 르노삼성차는 티아나를 조금 더 고급화하여 SM5의 윗급인 SM7을 만들기도 했었다.
당시 중형 세단 시장의 굳건한 1위였던 쏘나타를 맹추격했었으며 이때 출고된 SM5들은 아직까지도 도로에서 현역으로 굴러다니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다. 하지만 영광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후속으로 등장한 3세대 SM5는 2010년에 출시가 되었는데 SM3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닛산의 차체를 사용하지 않고 르노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제작되었다. 르노의 세단이 아닌 중형 해치백인 라구나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여러 가지 사양의 고급화를 이루어 “국산 중형 세단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일명 죠스바로 불리는 외관 디자인과 전작 대비 많이 물렁해진 승차감은 꾸준히 지적받아왔으며 엔진 역시 힘이 약해지고 연비도 더 떨어져 결국 국산 중형 세단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이후 2012년 부분변경을 거치며 외관 디자인의 변화를 거쳤으나 여전히 ‘죠스바 2탄’이라는 별명을 가지며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었다. 그리고 3세대 SM5부터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품질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며 “옛날 르노삼성이 아니다”라는 편견이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5년엔 마지막 SM5가 되어버린 3세대의 최종 변경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기자도 1년 정도 SM5의 1.6 터보인 TCE 모델을 신차로 구매해 탔던 이력이 있다. 당시 엔진룸 커버가 사라지고 심각한 옵션 장난이 더해진 최악의 SM5라고 평가받았으나 2.0 가솔린 엔진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답답함은 사라져 그럭저럭 잘 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잡아지지 않는 내장재 잡소리와 용서할 수 없는 최악의 AS 덕분에 “다시는 르노삼성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3. 좋은 시절도 있었다
SM7
SM7은 참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차량이다. 1세대 SM7은 앞서 언급한 SM5 2세대 모델과 같은 닛산 ‘티아나’ 플랫폼을 통해 개발된 차량으로 사실상 SM5와 똑같은 차체를 쓰는 고급형 모델에 불과했다. 하지만 SM5와 같은 4기통 엔진이 아닌 당시 잘나가는 엔진으로 유명했던 닛산 VQ23, 35엔진을 사용해 차별화를 두었다.
특히 VQ35 엔진 같은 경우엔 맵핑과 약간의 튜닝을 거치면 상당한 가속력을 선보였기 때문에 당시 보배드림 슈퍼카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2세대 SM5와 같은 차체를 사용했다 보니 전장을 제외한 모든 크기 제원이 동일했다. 따라서 한때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범퍼만 좀 더 늘려놓으면 SM9가 탄생한다면서 조롱하는 사진들이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그렇게 1세대의 명성을 이어 2세대 SM7이 출시되었으나 이는 가볍게 폭망하고 말았다. 정식으로 출시가 되기 전 모터쇼를 통해 쇼카를 공개하고 렌더링 사진을 공개할 때만 해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박에 가까웠다. “SM7 이렇게만 나오면 대박 난다”,”그랜저 씹어먹을 디자인”이라며 환호했지만 막상 실차 사진이 유출되고 나선 대부분이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시 웅장해 보이는 컨셉트카의 전면부 디자인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실차는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 맹한 디자인을 가졌었으며 판매량은 당연히 저조한 편이었다. 승차감역시 완전한 컴포트 세팅이었기 때문에 당시 점점 탄탄한 주행감각을 가져가던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렇게 이후 페이스리프트도 진행했지만 이차가 왜 안 팔렸는지는 사실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 계실듯하다. 일단 실내 디자인을 보면 계기판 레이아웃은 SM5와 동일하며 도어의 윈도우 버튼들 역시 SM5와 완전하게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였다.
거기에 센터패시아 디자인은 시대에 걸맞지 않는 올드한 분위기가 느껴졌으니 당시 라이벌이었다고 할 수 있는 현대 그랜저나 기아 K7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가끔씩 보면 2020년 현재에도 “SM520을 아직까지 잘 타고 다니신다”며 자랑하듯이 말씀을 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이 시절 르노삼성의 향수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SM520 시절은 이미 물 건너간지 오래이며 현재 르노삼성은 삼성이라는 이름 자체를 떼어버린 프랑스 자동차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앞으로 전략적으로 출시할 차종들 역시 닛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유럽산 자동차들로 도배가 될 예정이니 이제는 우리 모두 그 시절 그 자동차 SM 시리즈를 추억 속으로 보내주도록 하자.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SM6가 열심히 조상들의 뒤를 이어갈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