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 타면 부자였지…” 도로에 방치되어있는 국산차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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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자들의 자동차 ‘K3500’님)

다이너스티라는 차를 기억하는가? 출시할 당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대배기량 엔진,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적용해 국산차 끝판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지금도 명차로 종종 언급되는 등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한 자동차였다. 다이너스티는 훗날 아슬란이 부활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도로에서 보기 힘든 자동차가 되었다.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터에서 번호판이 탈거된 채 방치되어 있던 다이너스티를 포착한 사진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시대를 풍미한 다이너스티와 비운의 아슬란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K3500’님)

그랜저의 고급형 모델
다이너스티 출시
다이너스티는 1996년, 당시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뉴 그랜저를 바탕으로 고급화한 모델로 출시했다. 뉴 그랜저의 차체에 보닛, 라디에이터 그릴, 테일램프 등을 바꿔 고급차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뉴 그랜저 대비 흡차음재를 대폭 보강해 정숙성이 훌륭했다. 160km/h 속도에서도 풍절음이 들리지 않아 감탄했다는 오너도 있었다. 반면 뉴 그랜저의 경우 120km/h 이상부터 풍절음이 거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K3500’님)

엔진 라인업은 V6 2.5리터, 3.0리터, 3.5리터 3가지가 있었다. 원래 뉴 그랜저에 3.5리터 엔진이 존재했는데 이를 다이너스티에 몰려줘 등급 차이를 뒀다. 3.5리터 엔진은 1999년에 출시한 에쿠스에 다시 넘겨주게 된다.

출시 후 3.5리터 모델을 기반으로 뒷좌석 길이를 15cm 늘린 리무진 모델이 추가되었다. 국산차로는 정말 보기 드물게 뒷좌석 도어를 길게 늘린 롱휠베이스형 리무진이었다. 앞문과 뒷문 사이를 필러로 분리한 스트레치드 리무진 형태를 가진 체어맨과 에쿠스와는 대조적이다.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K3500’님)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K3500’님)

명차 타이틀을 얻게 된
다이너스티의 장점
다이너스티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명차로 손꼽히는 모델이다. 고급차에 잘 어울리는 중후한 멋을 잘 살렸으며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았다. 특히 검은색 도장이 매우 잘 어울리는데 다이너스티 전체 판매량의 거의 대부분이 검은색이라고 한다.

다이너스티는 전용 엠블럼을 사용해 차의 품격을 높였다. 보닛 위에는 현대 엠블럼과는 다른 H 형태의 로고를 스탠드 형식으로 적용했으며, 스티어링 휠과 뒷문에 다이너스티의 첫 글자 D를 형상화한 엠블럼을 적용했다. 특히 리무진의 경우 차체 외부에 적용된 모든 엠블럼이 금색으로 되어 있었다.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K3500’님)

다이너스티를 타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호평하는 것 중 하나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승차감을 중시하는 고급차였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으며, 쇼퍼 드리븐 오너와 모범택시를 탑승하는 승객들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1999년, 영국 여왕이 방문했던 당시 체어맨과 함께 의전차로 제공되었으며, 정주영 회장도 다이너스티를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이 고급차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장점 덕분에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으며, 그랜저 XG와 에쿠스가 출시된 이후에도 어느 정도 수요를 유지했다.

다이너스티 단종 10여 년 후
현대차는 아슬란을 출시한다
2014년, 현대자동차는 아슬란이라는 대형 세단을 출시하게 된다. 한때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그랜저가 에쿠스와 제네시스 출시로 인해 포지션이 점점 변경되었고, 이에 따라 구매 연령층도 점차 젊어졌다. 많이 젊어진 그랜저로는 중장년층에게 어필하게 힘들어지자 아슬란을 출시해 수요를 끌어들이고자 했다.

또한 수입차가 점차 보편화되면서 그랜저를 타던 소비자가 수입차로 넘어가려는 것을 붙잡으려고 했던 의도도 있었다. 이를 반영해 아슬란은 그랜저보다는 정숙하며, 후륜구동 동급 수입차보다 실내 활용성이 좋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엔진은 3.0리터와 3.3리터 두 가지를 탑재했다. 그랜저와 동일한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에 엔진 출력은 큰 차이가 없으며, 차체 크기도 전장 50mm 더 큰 것을 제외하고 그랜저와 완전히 동일하다.

이외 아슬란의 특징은 운전자 집중식 대시보드를 채택했으며, BMW 차들과 비슷하게 수평식으로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시트는 그랜저 HG에 사용했던 나파 가죽에 퀼팅 패턴이 추가되었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제네시스에 있는 고급 옵션들을 적용했다.

성공했던 다이너스티와
실패했던 아슬란
다이너스티와 아슬란은 그랜저를 바탕으로 고급화한 모델이며, 기본적인 구성은 그랜저에 바탕을 둔 점,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아슬란은 다이너스티의 정신적 후속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다이너스티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데 비해 아슬란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물론 아슬란 모델 자체는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차라고 호평을 한다. 하지만 애매한 포지션이 아슬란의 발목을 붙잡았다.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K3500’님)

다이너스티가 출시될 당시에는 그랜저가 플래그십 모델이었다. 이 때문에 당연히 그랜저를 고급화한 다이너스티는 한 등급 더 높은 고급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고, 이후 에쿠스가 출시되었어도 그랜저와 에쿠스 사이에 위치하는 포지션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아슬란이 출시될 시기에는 그랜저와 에쿠스 사이에 제네시스 DH가 존재하며, 길거리에 그랜저가 흔해진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랜저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옛날과 다르며, 아슬란은 단순히 비싼 그랜저로 인식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아슬란 대신 합리적이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그랜저를 사거나 돈을 더 주고 제네시스 DH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아슬란은 그랜저와 공유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대부분의 부품이 그랜저와 호환되며, 차체 크기 또한 전장 5mm 더 긴것 이외에는 동일하다. 아슬란에 있는 편의 사양들은 그랜저에서도 옵션을 선택하면 적용할 수 있다. 심지어 몇몇 옵션 구성은 그랜저가 더 앞서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아슬란을 구입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었다.

애매한 포지션과 그랜저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 점, 그럼에도 가격은 그랜저보다 비싸지만 제네시스 DH와 큰 차이가 없는 점 때문에 고급차에 중요한 이미지 구축을 실패했으며, 신차효과가 사라진 후 판매량이 월 수백 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또한 그랜저 IG가 공개된 이후 구형이라는 이미지까지 갖게 되면서 버려진 모델로 전락했으며, 결국 2017년, 출시 3년 만에 단종되었다.

고급차일수록 중요한
포지션과 이미지 구축
다이너스티의 성공과 아슬란의 실패를 통해 고급차 시장에서 포지션과 이미지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현대차의 전략 구상 실패로 아슬란은 차를 잘 만들어놓고도 실패한 대표적인 모델로 남았으며, 현재는 아슬란의 역할을 그랜저 3.3이 대신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대를 풍미한 명차 다이너스티와 비운의 아슬란에 대해 살펴보고 비교해보았다. 훌륭한 차였지만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인 두 차는 앞으로도 계속 비교되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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