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에서 ‘판매량 만년 꼴찌’ 꼬리표를 오랜 기간 달고 살아왔던 쉐보레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작년 북미시장에서 생산되어 한국으로 수입되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한데 이어 올해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이며 국내 시장 판매량 회복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시작은 꽤 괜찮은듯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르노삼성 XM3’가 동급 최고의 가성비를 갖추고 출시되면서 트레일블레이저는 출시 2개월 만에 소식이 잠잠해져 버렸다. 쉐보레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많은 소비자들이 국내 출시를 바라고 있는 쉐보레 블레이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새로운 선택지 ‘콜로라도’
쉐보레 입장에선 신의 한 수였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독식하고 있었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미국 정통 픽업인 ‘콜로라도’를 출시한 것이다. 티볼리와 함께 쌍용자동차 월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렉스턴 스포츠는 꾸준한 픽업트럭 수요 덕분에 오랫동안 일정한 판매량을 유지해 왔었다.

미국 브랜드가 아니라면 국내시장에 픽업트럭을 선보일만한 다른 마땅한 제조사가 없었기에 쉐보레의 콜로라도 출시는 한국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 사건이었다. 렉스턴 스포츠보다 가격은 높았지만 북미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비교해 보아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책정된 콜로라도의 가격에 많은 레저인구들은 마음을 열었다.

월평균 500대 판매
절반의 성공
작년 8월 사전계약을 시작으로 국내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콜로라도는 정통 픽업트럭을 원하는 수요층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주었다. 더 큰 실버라도도 있지만 국내에 실버라도를 들여오기에는 무리라는 이야기가 많았었고 콜로라도도 길이 5미터가 넘는 큰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국내 실정에 더 잘 맞는다는 평가들도 있었다.

사전계약 물량이 완판되고 꾸준한 월 판매량을 보였음에도 물량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들쑥날쑥한 판매량을 보였지만 올해 1월 콜로라도는 777대, 2월 350대를 판매하며 정통 픽업트럭의 저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사실 렉스턴 스포츠와 콜로라도의 완성도를 비교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물량 적체는
트래버스도 동일했다
콜로라도 이후 출시된 대형 SUV 트래버스 역시 사전계약으로 많은 물량이 계약되었으나 초기 물량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고된 차량 대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꽤 합리적이고 괜찮은 상품성을 가지고 신차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어 쉐보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다시금 생기고 있었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이어 쉐보레는 2020년 부평공장에서 전량 생산하여 국내에 판매하는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예전 같았으면 “또 비싸게 출시해서 몇 대 안 팔리겠지”라는 생각을 했겠지만 최근 쉐보레의 변화한 가격정책 덕분에 소비자들은 트레일블레이저를 기대했다.

“셀토스 나와”
야심 차게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
그리고 올해 1월 중순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소형 SUV 시장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셀토스를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셀토스보다 조금 더 큰 차체, 쉐보레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으며 가격은 평균적으로 셀토스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게 책정되어 경쟁력 있게 나왔다는 평을 받았다.

카마로를 닮은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을 가진 트레일블레이저는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더 많았다. 콜로라도, 트래버스와는 다르게 전량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여 판매되는 차량이기 때문에 이차가 많이 팔려야 공장 가동률도 높아진다. 쉐보레에겐 매우 중요한 신차 중 하나였던 것이다.

가성비의 역습
르노삼성 XM3의 등장
그런데 갑자기 르노삼성 ‘XM3의 도장 깨기’가 시작되었다. 트레일블레이저보다도 더 큰 차체 사이즈를 자랑하는 XM3는 동급 SUV들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라는 가성비를 무기로 출시하였으며 시장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사전계약으로만 벌써 8,000대를 넘겼으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르노삼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르노삼성 역시 국내에서 생산되어 판매되는 XM3가 매우 중요한 차량이었기 때문에 초반 흥행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춤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XM3의 흥행 포인트는 역시나 “동급 최고의 가성비”였다.

굳건한 현대기아차를
견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쉐보레와 르노삼성, 쌍용차가 국내 점유율 1위 기업인 현대기아차를 견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매번 여러 기사에서는 “어느 브랜드에서 어떤 신차가 출시되면 현대기아차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막상 출시가 되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았다.

실제로 차를 구매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비교를 하다 보면 결국 가성비가 가장 좋은 자동차는 현대기아차가 되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쉐보레는 그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고수해 왔지만 현대기아차 대비 옵션은 부족했으며 르노삼성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거기에 전국에 깔려있는 현대기아 서비스 센터로 인한 정비 편의성 역시 나머지 브랜드가 따라가긴 역부족이었다.

현대기아차를 포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해야 한다
당장 르노삼성 ‘SM6’를 생각해 보면 훌륭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당시 쏘나타를 견제할 수 있는 중형 세단이 출시되었다며 출시 초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토션빔 서스펜션 논란이나 출고 후 발생된 S링크 문제 등 여러 가지 단점들이 밝혀지면서 SM6 역시 “쏘나타를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이들을 견제해야 할 다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이거나 오히려 더 심한 단점들이 드러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현대기아차가 아닌 다른 브랜드를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점이 존재해야 하는데 여태까진 그렇지 못했다.

정면 승부가 힘들다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따라서 르노삼성 XM3는 다른 브랜드들이 현대기아차를 견제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준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XM3는 그동안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선택지가 없었던 쿠페형 SUV라는 스타일을 가졌으며 거기에 가성비까지 좋게 출시가 되어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르노삼성을 포함한 쉐보레, 쌍용차역시 현대기아차와의 정면승부가 힘들다면 이런 식으로 자신들만의 묘책을 마련하여 돌파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동차를, 또는 국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차를 좋은 가격에 출시한다면 당연히 소비자들은 주목할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차를 원하고 있다
‘쉐보레 블레이저’ 이야기가 나온 건 작년부터였다. 중국 시장에서는 쉐보레의 플래그십 SUV로 판매되고 있는 블레이저는 최근 7인승 모델까지 공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 판매된다면 싼타페와 쏘렌토보다 조금 더 큰 차체 사이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형 패밀리 SUV로써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쉐보레 블레이저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소비자들은 “이차는 빨리 들여올수록 좋을 듯”,”트레일 말고 이거를 들여와야 한다”,”2.0 가솔린 가격 좋게 책정되면 대박 난다”라며 블레이저의 국내 출시를 바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좋은 가격으로 출시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블레이저의 생김새는 트레일블레이저의 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닮은 외관을 가지고 있다. 카마로가 생각나는 전면부 디자인과 날이 선 스타일링은 쉐보레 SUV들이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리시함을 잘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캡티바 타던 사람들이 저거 나오면 다 넘어갈 거다”라며 이 차가 국내에 출시되어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일 것이다. 블레이저를 국내에서 생산하여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만 있다면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할 전망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
현시점에서 쉐보레가 한국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지엠은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풀사이즈 SUV ‘타호’의 국내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 역시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된다면 어느 정도의 수요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실수가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그때부터는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정면 돌파가 어렵다면 라인업을 축소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경쟁력이 있는 모델을 선별하여 판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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