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최소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인수할 수 있다는 프리미엄 SUV 제네시스 GV80이 바다를 건너 캐나다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제네시스 캐나다 법인은 GV80의 사전계약을 시작하며 트림과 가격정보를 공개했고, 판매 시작과 동시에 1만 대가 넘는 계약 건수를 자랑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사전계약으로만 1만대 이상이 계약된 것은 꽤 흥미로운 수치다. 이 때문에 초기 반응이 꽤 좋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사실 여기엔 치명적인 허점이 숨어있다. 한때 캐나다에서 가장 판매량이 적은 차 1위에 등극하기도 했던 제네시스가 갑자기 사전계약으로만 1만 대 이상 계약된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캐나다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제네시스 GV80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4가지 트림 존재
5,760만 원부터
7,599만 원까지
제네시스 캐나다 현지 법인은 지난달 현지 제네시스 GV80의 판매 가격을 공개했다. 캐나다인들의 취향에 맞춘 GV80은 국내와는 조금 다른 사양과 트림으로 구성되었는데 인디오더 방식을 적용한 내수형 모델과는 달리 캐나다는 총 4가지 트림이 존재하여 소비자는 원하는 사양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다.
선택지는 총 4개다. 기본 2.5T SELECT AWD, 상위 등급인 2.5T ADVANCED AWD, 3.5T ADVANCED AWD, 3.5T PRESTIGE AWD로 구성된다. 후륜구동이 기본 사양인 국내와는 다르게 4륜 구동이 전 트림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며 디젤 모델은 판매하지 않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것은 가격이었다. 캐나다 현지 GV80의 가장 하위 트림인 ‘2.5T SELECT AWD’의 가격은 캐나다 달러로 64,500불, 한화로는 약 5,760만 원이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적용한 국내 사양 ‘2.5T 가솔린 AWD’ 기본 사양이 6,387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국내보다 더 저렴한 가격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본 사양에는 없는 파노라믹 선루프, 12 스피커 (내수는 9 스피커)가 적용된 것 역시 눈에 띈다. 여기에 캐나다 현지에서 지불해야 하는 세금을 더하더라도 GV80은 내수에 판매하는 차량보다 저렴하거나 겨우 비슷한 수준이 된다.
기본 트림 다음 사양인 ‘2.5T ADVANCED AWD’으로 넘어오게 되면 가격은 70,000달러로 한화로는 약 6,259만 원이다. 여기엔 가죽 시트와 20인치 알루미늄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DIS 컨트롤러, 어라운드 뷰 모니터, BVM, 앞 좌석 통풍시트, 후석 자동 조절 에어컨이 추가된다.
그다음 사양은 ‘3.5T ADVANCED AWD’다. 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되며 7인승 시트와 전자제어식 서스펜션, 22인치 알루미늄 휠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 외관은 풀옵션 모델과 동일하게 변한다. 또한 리얼 우드 트림이 추가되며,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도 누릴 수 있다. 가격은 80,000달러로 한화로는 약 7,153만 원이다.
가장 높은 최고 사양인 ‘3.5T PRESTIGE AWD’ 엔 전자제어식 디퍼렌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 에르고 모션 시트,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나파 가죽시트, 전자식 폴딩 시트 등 국내 풀옵션 사양과 동일한 수준의 옵션이 적용된다. 가격은 85,000달러로 한화로는 약 7,599만 원이다.
국내 사양으로 같은 풀옵션을 맞출 시 취등록세를 제외한 차량 가격은 8,980만 원으로 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세금을 다 더하더라도 내수 모델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가격에 GV80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딜러 할인이 더해진다면 금액 차이는 더 커진다.
차량 보증기간은 5년/10만 km로 국내와 동일했다. 일부 매체에선 5년/10만 마일 보증을 내세워 국내와는 보증 부분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으나 캐나다 제네시스 현지 법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국내와 동일한 5년/10만 km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도 국내보다 저렴한 상태에서 보증까지 10만 마일이었다면, 16만 km를 보증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캐나다 소비자들은
사전계약으로 차를 사지 않는다
캐나다 현지 자동차 매체들은 GV80의 가격 공개 후 “GV80의 가격 대비 가치는 매우 좋아 보인다”라며 라이벌 SUV 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사전계약이 시작되자마자 1만 대가 넘는 물량이 계약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 소비자들은 차를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여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캐나다에서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존재감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계약 시작과 동시에 1만대를 달성했다는 수치는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작년 G90은 캐나다에서 상반기에 가장 안 팔린 자동차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1만대 사전 계약의 진실은 무엇일까?
캐나다는 미국처럼 넓은 대륙의 특성상 자동차 제조사들이 딜러망을 통해 차를 판매하게 된다. 각 지역의 해당 딜러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판매하는 차를 배분 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딜러들은 한 제조사가 아닌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과 컨텍하여 다양한 차를 판매하는 게 보통이다.
현대차를 보러 전시장에 놀러 갔다가 토요타를 구매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제네시스 GV80이 캐나다 현지에서 사전계약으로 1만 대 이상 계약되었다는 소식은 온전한 소비자들의 몫이 아닌 각 지역 딜러들이 차를 배분 받기 위한 선 주문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 소비자들에게 GV80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는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 판매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민에겐 혜택도 없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캐나다 현지의 제네시스 GV80 가격이 공개되자 이를 확인한 국내 소비자들은 다소 격양된 반응을 이어가기도 했다. 국내에서 생산하여 배로 실어 해외로 가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분위기였다.
“자국민에겐 혜택이 없고 정반대로 흘러간다”,”그렇게 팔아도 남는데 왜 한국에서는 비싸게 파는 걸까”,”외국 자동차 회사는 한국에 들어오면 더 비싸지고 더 배짱인데 반대로 가고 있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자. 국내에선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는 것일까. 캐나다나 미국에서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라이벌들과의 원활한 경쟁을 위해선 무엇보다 상대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차가 안 팔리기 때문에 저렴하게 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상황을 보자. 매번 신차가 나올 때마다 가격은 올라가고 있으며, GV80은 출시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은 길게 줄을 섰다.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잘 팔리니 브랜드 입장에선 굳이 차를 저렴하게 팔 이유가 없다. 국내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면 모르겠지만 매번 신차가 나올 때마다 역대급 판매량을 갱신하고 있는 지금 분위기를 본다면 앞으로도 큰 변함은 없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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