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는 지난 1분기 매출 6,492억 원, 영업손실 986억 원, 당기순손실 1,935억 원을 기록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적자다. 지난해 3,5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뷰티풀 코란도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쌍용차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네티즌들은 한때 쌍용차가 잘 나갔던 1990년대를 을 회상하곤 한다. 당시 쌍용차는 벤츠와 제휴하는데 성공했으며,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명차로 기억되는 다양한 차들을 많이 출시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쌍용차가 잘 나갔을 때 만들었던 자동차들을 살펴보자.

이진웅 기자

무너져가던
쌍용차를 살린 무쏘
쌍용차는 코란도와 코란도 훼미리를 통해 SUV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가던 중 갤로퍼라는 큰 경쟁상대를 만나게 된다. 갤로퍼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던 미쓰비시 파제로를 라이선스 생산한 만큼 신뢰도가 높았던 데다 디자인과 내장재가 코란도 훼미리에 비해 훨씬 고급스러웠다.

게다가 성능, 서비스 망, 정비성, 부품 가격, 광고 물량까지 갤로퍼가 압도적이어서 순식간에 SUV 시장을 장악해 버리게 된다. 갤로퍼의 영향으로 코란도, 코란도 훼미리의 판매량이 줄어들자 쌍용차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벤츠와 기술제휴를 성공하게 되면서 벤츠 디젤엔진을 공급받는데 성공했고, 이를 활용해 고급 SUV인 무쏘를 개발해 1993년 출시하게 된다. 갤로퍼보다 세련된 디자인, 정숙한 실내, 엄청난 내구성 덕분에 갤로퍼를 조금씩 밀어내고 점유율을 되찾게 된다.

1996년에는 3.2리터 가솔린 모델 IL6 3200을 기반으로 출력을 높이고 AV 시스템 및 고급 내장재를 비롯한 고급 옵션을 적용한 500대 한정 리미티드 모델을 출시했다. 당시 가격은 4,950만 원으로 국산차 중에서 가장 비쌌다. 하지만 국내 SUV 시장은 디젤 엔진이 강세였기 때문에 대략 80여 대 정도만 국내에 판매되고 나머지는 해외에 수출되었다고 한다.

2002년에는 무쏘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무쏘 스포츠’가 출시되었다. 무쏘 스포츠는 화물차로 등록되어 저렴한 자동차세 덕분에 인기가 꽤 있었다.

1998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직선 위주의 디자인에 곡선 요소를 첨가했으며, 엔진 라인업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했다. 페이스리프트 출시 후 판매량에서 갤로퍼를 다시 뛰어넘었는데, 1999년, 2000년 국내 SUV 판매량 1위,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국내 4륜 구동차 브랜드 파워 1위를 달성했다. 무쏘가 출시된 지 6~7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하다. 무쏘는 2005년 후속 모델인 카이런 출시로 단종되었다.

대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은 차
뉴 코란도
1993년부터 쌍용차는 오래된 코란도를 대체하기 위해 신차 개발을 시작한다. 프로젝트 KJ로 3년간 1,200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뉴 코란도를 출시했다. 당시 광고에 “새롭지 않은 것은 이름뿐이다”라는 문구를 내세워 대폭 변화했음을 알렸다.

정통 지프 스타일을 살라면서 승용차의 디자인 요소를 조합하고 인테리어는 실용성을 강조한 모습으로 당시 매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인기가 상당히 많았으며, 대학생들이 갖고 싶은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심지어 뉴 코란도를 갖고 싶어 쌍용차에 입사했다는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엔진은 벤츠에서 받아온 2.3 디젤과 2.9 디젤, 2.3 가솔린, 3.2 가솔린이 탑재되었다. 이후 2열 좌석을 탈거하고 짐칸으로 만든 밴 모델도 출시되었는데 저렴한 세금 덕분에 밴 모델이 승용 모델보다 인기가 더 많았다.

뉴코란도는 2005년까지 생산되고 후속 모델인 액티언에게 자리를 몰려줬으며, 이후 2011년 코란도 C로 다시 부활해 지금의 뷰티풀 코란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뉴 코란도와 완전히 달라진 차의 성격 때문에 코란도 이름이 아깝다며, 지프 코란도를 다시 부활시켜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
쌍용의 유일한 세단 체어맨
체어맨은 SUV 전문 브랜드였던 쌍용차가 생산한 유일한 세단이었다. 당시 중견기업 수준에 불과했던 쌍용차가 F 세그먼트급 세단을 출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쌍용보다 규모가 큰 제조사도 E 세그먼트 차량이 기함 역할을 맡는 사례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체어맨을 보면 누가 봐도 딱 벤츠 느낌이 나는 편이다. 체어맨의 플랫폼이 W124 E클래스였고, 벤츠의 수석 디자이너인 갈리헨도르프가 디자인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벤츠 특유의 마름모꼴 그릴과 헤드램프의 유려한 곡선, 벤츠 특유의 형상과 비율까지 고스란히 지니게 되었다.

엔진은 벤츠의 2.3리터 가솔린, 2.8리터 가솔린, 3.2리터 가솔린 세 가지를 얹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저 배기량 엔진이 인기가 가장 많은데 체어맨은 특이하게 판매량의 60~70%가 최고급 모델인 3.2리터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체어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로 40% 옵셋 충돌 테스트를 합격했으며, 보쉬의 4채널 ABS, TCS, ECS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 혁신적인 옵션이었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었다. 플랫폼과 엔진을 제공해 준 벤츠도 놀랄 정도의 상품성을 보여준 것이다. 체어맨은 2003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고, 2008년 체어맨 W을 출시해 대형 세단 시장에서 명맥을 잇다가 2018년 완전히 단종되었다.

학원차의 전설
이스타나 승합차
이스타나는 벤츠의 영혼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자동차이기도 하다. 쌍용차가 무쏘를 개발하기 위해 디젤 엔진을 도입 받을 당시 마침 벤츠는 MB100 승합차의 풀체인지 모델을 준비 중이었다. 따라서 벤츠는 디젤 엔진을 내주는 대신 MB100 OEM 생산을 쌍용차에 요청했다. 이를 승낙한 쌍용차가 OEM 생산을 시작해 국내에는 이스타나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고, 해외에는 MB100 3세대 모델로 수출했다.

당시 광고에서 해외에서 벤츠 브랜드로 팔린다는 것을 상당히 강조했으며, 경쟁 모델이었던 그레이스와 프레지오 대비 차가 컸고 내구성이 튼튼했다. 그리고 고급스럽게 출시해 가격이 더 비쌌는데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특히 넓은 실내 공간 덕분에 학원차 등 통학용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이스타나는 2004년, 환경 규제 및 여러 가지 문제점에 부딪혀 단종되었다. 하지만 단종된 지 16년이 지금도 이스타나를 대체할 신차가 없기 때문에 중고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연식이 15년이 넘어가면 신차가의 10% 미만으로 가치가 크게 감소하는데 이스타나는 신차가의 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중고가는 평균 500만 원 정도 된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동남아시아는 비포장도로가 많고 습기가 많아 부식이 잘 일어나고 고장이 잦은 환경인데다 경제력이 좋지 않아 차가 고장 나도 수리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부식이 없고 내구성이 매우 튼튼하며 엠블럼만 제외하면 사실상 벤츠 모델인 이스타나를 많이 찾고 있다. 수출업자들도 매우 좋아하는 매물로 가져가기만 한다면 고가에 구입해간다고 한다.

다른 세계에서 온 차
트랜스타 버스
쌍용차가 상용차도 생산했다는 사실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트랜스타는 1994년 벤츠 O404을 베이스로 개발했으며, 경쟁 버스와 비교하면 ‘다른 세계에서 온 차’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현대(미쓰비시 후소), 아시아(히노), 대우(이스즈)가 일본 브랜드와 제휴한 것과 달리 트랜스타는 유럽 브랜드인 벤츠와 제휴해 유럽의 색이 많이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외관 디자인이 지금 봐도 세련되었다고 느낄 정도로 선진적 디자인이었으며, 벤츠 엔진 탑재, 국내 상용차 최초로 리어 스포일러 채택, 수평 와이퍼 옵션, 모든 라인업이 HD급으로 구성되는 등 고급화에 힘을 썼다. 하지만 고급화된 만큼 가격이 1994년 기준 1억 내외로 매우 비쌌으며, 벤츠에 로열티를 지불하면 남는 게 거의 없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4년 만인 1998년에 단종되었다.

지금도 현역
SY 트럭
쌍용차는 버스 외에도 트럭도 생산했다. 벤츠 SK트럭을 베이스로 1993년 출시된 SY트럭은 벤츠제 15리터 V8 디젤엔진에 COTV을 장착하여 감속 효율을 크게 높였으며, 국내 최초로 유럽형 캡을 국내에서 다듬어 선보였다. 출시 당시 인기가 좋았으나 IMF 당시 대우차에 인수되면서 대우 차세대 트럭과 통합되는 형태로 1998년 단종되었다.

특히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벤츠 엔진의 뛰어난 내구성 덕분에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SY 트럭이 제법 있는 편이다. 250만 무보링 엔진으로 내구성을 크게 높였으며, 25개의 경고 장치와 캡틸팅이 필요 없는 개폐식 전면 엔진룸으로 정비성을 높였다. 그렇다 보니 현재도 동 연식 대비 가장 비싼 가격에 중고거래가 되고 있는 편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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