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토포스트 독자 ‘harm****’님 제보)

국내에서 위장 필름을 두르고 테스트 중인 SUV 한 대가 포착되었다. 테스트 전용 네 자리 임시 번호판을 부착했고, 전면 부를 자세히 보니 쉐보레가 지난해에 공개한 신형 ‘블레이저’와 비슷하다. 블레이저를 원하던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나 했는데, 후면 부는 또 블레이저와 다르다.

사진 속 자동차는 블레이저보다 한 체급 낮은 ‘트레일 블레이저’다. 한국지엠은 트레일 블레이저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고, 한국 부평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트레일 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의 제대로 된 재도약 카드가 될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트레일 블레이저 이야기와 함께 국내 출시 이후 전망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준중형 SUV 트레일 블레이저
트랙스와 이쿼녹스 사이
트레일 블레이저는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쉐보레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트레일 블레이저는 ‘트랙스’와 ‘이쿼녹스’ 사이에 위치하는 준중형 크로스오버로, 같은 날 트랙스와 체급이 비슷한 ‘트래커’와 함께 공개되었다.

트레일 블레이저는 ‘싼타페-코나’, ‘코란도-티볼리’처럼 형제 블레이저와 똑 닮은 디자인을 적용받았다. 프런트 그릴은 공격적이고 헤드라이트는 슬림 하다. 차체에 비해 바퀴가 커 보이는 것도 블레이저를 닮았다. C 필러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위해 가파르게 누웠고, A 필러는 검은색으로 마감되었다. 반면 트래커는 그보다 온순한 인상이다.

상하이 모터쇼 무대에 선 트레일 블레이저는 LED 테일램프를 장착하고 있다. 반면 기사 말머리에 소개된 국내에서 포착된 트레일 블레이저는 일반 전구를 장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트림별로 다른 테일램프를 장착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내 공식 사진도 공개되었다. 블레이저는 ‘카마로’와 실내 디자인이 비슷했는데 트레일 블레이저는 현행 ‘말리부’와 비슷한 레이아웃을 이어간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 버튼들이 나란히 줄 서있고, 중앙 에어벤트는 기어 레버 뒤가 아닌 대시보드 정상에 위치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는 GM의 최신 소프트웨어를 적용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국내 출시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트레일 블레이저는 4기통 터보 차저 가솔린 엔진이 유일한 파워트레인 라인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전륜구동이 기본, 4륜 구동 시스템은 옵션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일 블레이저는 GM의 새로운 ‘VSS-F’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북미 시장에선 트랙스를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슷한 시기에 ‘GEM’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트래커도 출시될 예정이다. 해외에선 트레일 블레이저를 메인 콤팩트 SUV, 트래커를 서브 콤팩트 SUV 개념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는 내년 출시 예정
한국 부평공장에서 생산
트레일 블레이저가 한국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점도 주목된다. 군산 공장 사태 이후 한국지엠이 신차로 들여온 ‘이쿼녹스’, 그리고 앞으로 출시할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모두 미국 생산 물량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트레일 블레이저는 국내에서 생산된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레일 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한국 정부, 산업은행과 함께 발표한 미래 계획의 일환으로, 내수 판매 및 수출을 위해 부평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라며, “내년 국내 시장에 출시될 트레일 블레이저의 제원을 포함한 자세한 정보는 출시 시점에 공개된다”라고 말했다.

트래버스, 콜로라도보다
더 넓게 공략할 수 있는 카드
이번에는 재도약 성공할까?
김치찌개에 김치가 들어가고, 된장찌개에는 된장이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쉐보레 비판 기사에는 언젠가부터 ‘이쿼녹스’가 필수 재료처럼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스스로 재도약 카드라고 자신 있게 외쳤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재도약을 위한 한국지엠의 간절함을 이쿼녹스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비판 재료로 충분했다.

쉐보레는 이쿼녹스를 재도약 카드로 처음 내놓고 꼬박 1년 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한국 시장에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재도약 카드로 내놓은 것이고 이쿼녹스처럼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들의 재도약 카드로는 이쿼녹스나 트래버스, 콜로라도보다 트레일 블레이저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국내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쿼녹스, 트래버스, 그리고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하는 구조다. 사실상 수입 차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치열하게 싸우기 불리한 조건이다.

둘째는 구매 수요층이 더 넓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이렇다. ‘투싼’이나 ‘싼타페’가 많이 팔리는지,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이 더 많이 팔리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어느 정도 나온다. ‘트래버스’는 ‘익스플로러’처럼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고, ‘콜로라도’ 역시 마찬가지로 미드 사이즈 가솔린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렉스턴 스포츠처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싸우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아직 상세 제원과 가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뚜렷하다고 선뜻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비교적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트랙스와 이쿼녹스 사이, 그러니까 티볼리나 코나, 그리고 싼타페 사이를 공략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릴 기회도 있다는 이야기다.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출시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보에 따르면 트레일 블레이저는 내년에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타이밍’이라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안하다. 쌍용차는 실내가 코란도처럼 바뀌고 1.5 터보 엔진까지 새롭게 적용한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고, 현대기아차는 ‘베뉴’와 ‘셀토스’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시장 선두자가 아닌 그들을 추격해야 하는 후발주자로 출발하게 되었다.

트레일 블레이저
세 번째 기회다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있다”… 명언으로 아는 사람도, 일본인 작가의 베스트셀러 제목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혹은 재도약의 기회는 세 번 온다고 했던가. 손꼽아보니 이쿼녹스가 첫 번째,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두 번째, 그리고 트레일 블레이저가 세 번째다.

세 번째 카드가 재도약을 이뤄내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판매량이 낮은 것은 둘째 치고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모두 잃게 될 것이다. 그간 “한국 철수 설”이 계속 돌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재도약 카드로부터 절실함이나 간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기업에겐 미래도 없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오늘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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