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들 혹하게 하는 수입차 1천만 원 할인이 불편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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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할인을 원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할인 논란에 대한 한 매체의 질문에 아우디 사장이 던진 대답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누구라도 ‘할인’이라는 단어에 귀가 열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격이 비싼 자동차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에 따라 들쭉날쭉한 할인 금액이다”라는 것에 있다. 일각에서는 “최초 구매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라는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조금 기다렸다가 사면 싸게 살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라는 반응도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수입차 할인 정책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인턴

프리미엄 브랜드?
이제는 할인의 대명사

할인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독일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아우디가 대표적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다. ‘독일 3사’, ‘벤비아’ 등의 수식어는 아우디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을 대변해 준다. 그러나 디젤 게이트 이후의 행보가 조금은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우디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연이어 진행하여 논란을 빚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잦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니 소비자들의 당혹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는 ‘할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정도니 말이다.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바람맞은 차 싸게 팝니다”
‘평택항 에디션’의 탄생

‘평택항 에디션’은 평택항으로 들어왔지만 판매되지 않아 발이 묶인 아우디 A7 50 TDI 프리미엄을 지칭하는 말이다. 2017년에 파격적인 할인을 내걸고 시장에 나오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당시 A7의 가격은 9,960만 원이었는데 10% 할인을 진행했다. 즉, 1,00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할인된 것이다.

‘평택항 에디션’은 항구에 1년간 방치된 차량들로 상태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아우디코리아는 “모든 것을 점검해서 품질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들었고 곧이어 완판 소식이 들려왔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품질을 잘 확인해도 바닷바람을 맞은 차량에 문제가 없을 리 없다”라며 비판적인 시선을 내비치기도 했다.

“저공해차 판매 비율 채우겠다”
A3 세단 할인 대란

‘A3 할인 대란’은 2018년에 발생했다. 당시 아우디코리아는 “저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 9.5%를 충족시켜야 한다”라며 A3 세단 40 TFSI에 파격적인 할인을 붙였다. 공식 인증 중고차를 통해 진행되었으며 현금 일시불, 할부와 리스가 모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스만 가능하다”, “중고차를 반납해야 한다”라는 조건이 더해져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혼란이 지속되자 아우디코리아는 “신차 대리점에서도 해당 모델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아우디 파이낸셜 리스 상품을 이용하였을 때 할인이 적용되었으며 1,300만 원 정도가 할인됐다. 파격적인 할인이 계속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벼룩시장에 내놓은 듯하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입차 할인 논란의 불씨
Q7 고무줄 할인 사건

수입차 할인 논란에 불씨를 지핀 것도 아우디였다. 아우디코리아는 작년 Q7 2.0 가솔린 모델을 할인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수량’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전계약자들에게 약 700만 원의 할인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물량은 소진되지 않았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사전 계약이 성공적이지 않자 아우디코리아는 자사 파이낸셜을 이용하면 1,299만 원을, 현금으로 구매하면 1,149만 원을 할인해 주었다. 할인 가격에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나자 사전 계약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정수량’이라는 말만 믿고 사전 계약을 진행했는데 한 달 만에 더 싸게 파니 억울하다”라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줄을 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할인에 동참한지 오래

이처럼 파격적인 할인 정책은 비단 아우디만의 관행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에 동참했다. 할인에 인색하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차종에 따라 최대 500만 원 이상의 할인을 제공했다. BMW는 지난 4월 5시리즈 가솔린 모델 530i 럭셔리 플러스의 기본 할인 가격을 1,100만 원으로 책정했다.

‘독일 3사’가 모두 할인 프로모션에 뛰어들면서 수입차 브랜드의 할인 경쟁에 점점 불이 붙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백만 원이 할인되고 최대 1,000만 원 가까운 할인 가격이 책정되기도 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유다. 심지어 소비자들 사이에 “수입차는 출시 후 기다렸다가 사야 된다”라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딜러사와 수입사
판매량과 마진의 관계

수입차의 공격적인 할인 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딜러와 수입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대부분 공식 딜러사나 수입사를 통해 판매된다. 차량 가격이 비싼 만큼 딜러사나 수입사에게 남는 마진이 많은 편이다. 이 마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할인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차를 비싸게 팔수록 남는 마진은 더 많아진다. 하지만 차량 한 대당 마진이 많아도 판매량이 적다면 총 수익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차량 한 대당 마진이 적더라도 판매량이 많다면 어떨까? 총 수익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적당한 마진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딜러사나 수입사가 마진과 판매량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는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

과도한 할인 프로모션이 지속되는 것은 수입차 브랜드의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수입차 브랜드는 실적이 좋은 딜러사나 수입사를 원하고 이 때문에 과도한 경쟁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결국 딜러사나 수입사는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판매량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수입차 브랜드들은 “딜러사와 수입사의 재량이다”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아우디는 “딜러사의 가격 정책에 개입하는 것이야말로 불법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브랜드 제품을 딜러사와 수입사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다”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10만 원짜리를 20만 원에 내놓고
5만 원 할인해 주면 할인이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 신빙성에 대한 비판이 등장했다. 한 소비자는 “원래 5,000만 원이 적당한 차량을 6,000만 원에 내놓고 500만 원 할인해 주는 꼴이다”라며 비판했다. 또한, “부품 가격은 그대로 6,000만 원이므로 정비 가격으로 또 소비자의 지갑을 털려는 심산이다”라며 수입차의 가격 책정에 불만을 표했다.

“애초에 할인 후 가격이 원래 가격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독일 현지 가격과 비교해보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없지 않다. 확실한 것은 수입차 브랜드들이 과도한 할인 정책으로 가격 신빙성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어떤 가격이 정가인지 알 도리가 없다”라는 한 소비자의 댓글이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기다렸다가 사면된다”
괜찮다는 소비자들

일부 소비자들은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좋다”라는 반응이다. “수입차 신차가 나오면 바로 사지 말고 기다리면 된다”라는 입장까지 나왔다. 얼마 뒤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없어서 급하게 사놓고 이제 와서 배가 아프냐”라는 공격적인 반응도 나왔다.

할인 프로모션에 긍정적인 소비자들은 대부분 “어차피 할인은 제조사의 몫이다”라는 반응이다. “싸게 팔겠다는데 비판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다. 어떤 소비자는 “할인을 예상해서 신차가 나와서 바로 사지 않으면 수입차 브랜드들도 문제를 느끼고 바뀔 것이다”라며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분노하는 소비자들

어떤 소비자들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우롱한다”라는 반응이다. “할인해 주는 건 좋은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니 신뢰도가 떨어진다”라는 입장이 많다. “참을성이 없다”라는 말에는 “사전 계약에 ‘한정수량’, ‘혜택 제공’ 등의 문구가 있어 특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Q7 고무줄 할인 사건에 대해서는 “신차가 나와서 계약했는데 얼마 뒤 600만 원이나 싸게 팔면 당연히 억울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일관성 없는 할인을 문제 삼았다. “수입차가 주식도 아니고 때를 지켜보고 사야 하냐”라는 비판이 잘 설명해 준다. 짧게는 한 달 주기로도 할인의 폭이 달라지니 무엇을 믿고 구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고무줄 할인으로
가격의 신빙성이 떨어졌다

“연이어 할인하니 이제는 수입차의 가격을 믿을 수가 없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이다. 수입차의 파격적인 할인 공세가 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신뢰의 문제로도 이어졌으니 말이다.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것은 제조사로서 크나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일관성 없는 할인 프로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 수입차 특유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비판이 등장한 만큼 제조사들이 책임감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할인 프로모션의 남용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보다 좋은 상품성과 명확한 가격을 통해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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