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에 취한다”라는 말이 있다. 전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로,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국차가 해외에서 인기가 많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여러 가지 상을 받을 때 많이 나온다. 오늘 주인공인 기아 텔루라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차라서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텔루라이드는 현재 미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자동차 중 하나다. 증산을 해도 없어서 못 팔 정도며,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는 세계 속 자랑스러운 한국차 텔루라이드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기자

(사진=조선일보)

지난해 6만여 대 판매
증산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모자라
콘셉트카가 등장할 때부터 인기가 많았던 텔루라이드는 작년 양산차 모델이 출시되었다. 그러나 출시 이후 수요가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높은 인기로 인해 1년 사이 두 차례 증산했다. 출시 당시 연간 생산량이 6만 4천여 대 정도였으나, 5개월 만에 8만대로 증산했고, 올해 1월에는 3교대 근무를 통해 10만 대 수준까지 증산했다. 텔루라이드 판매량은 2019년 6만 1,601대, 올해 상반기에는 2만 6,667대를 기록했다.

(사진=조선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기세가 여전하면서 전 세계 많은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텔루라이드의 인기로 인해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은 계속 가동하고 있다.

3교대 근무를 통해 생산량을 늘렸지만 여전히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조립 라인이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물량 수급에 차질이 생겨 차량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수개월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텔루라이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사진
위 사진을 통해 텔루라이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해당 사진은 텔루라이드 한 대를 놓고 딜러가 낙찰 희망자 3명에게 입찰 중인 상황이라고 한다. 차를 구입하기 위해 다른 소비자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유통망을 갖추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없다. 딜러사가 제조사에서 차를 매입한 다음에 검수 등 상품화를 거친 다음에 소비자에게 차를 판매한다. 즉 소비자에게 차를 파는 모든 권한은 제조사가 아닌 딜러사가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재고량보다 구매 희망자가 많을 경우, 프리미엄을 받거나 위 사진처럼 경매를 통해 파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경매를 통해 차를 파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텔루라이드의 인기 때문에 기아차 미국 딜러들은 매우 바쁘다고 한다. 베스트셀링으로 불리는 인기 대형 SUV가 재고를 소진하는 데까지는 평균 60일 정도가 걸리는 반면, 텔루라이드는 재고 소진까지 10일 전후로 매우 짧은 편이라고 한다. 재고를 쌓아둘 틈이 없는 셈이다.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내 높은 인기로 인해 외신들로부터 호평받았으며, 다양한 상을 받기도 했다. 카비즈는 멋진 스타일링, 놀라운 고급 기능, 저렴한 가격대까지 텔루라이드는 명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ARS 테크니카는 3열 SUV 부문에서 형제차인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텔루라이드만큼 저렴한 차가 없다며 SUV가 별로인 사람이 보기에도 훌륭한 차라고 평가했다. 오토 익스프레스는 기아차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으며, 텔루라이드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텔루라이드 수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19년 11월, 모터트렌드 주관 2020년 올해의 차 SUV 부분에 선정되었으며, 카앤드라이버 2019 베스트 카 10에도 선정되었다. 2020년 1월에는 북미 올해의 자동차에서 올해의 SUV로 선정되었으며, 2020년 4월에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었다.

특히 세계 올해의 자동차는 국산차 전체를 통틀어서 처음으로 선정된 것이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평가단들은 디자인과 가성비,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텔루라이드를 덕분에 한국차의 위상이 높아졌다.

미국인이 선호하는
듬직한 디자인
요즘은 옛날보다 덜 하긴 하지만 미국은 크고 각진 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F150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서버번, 옛날 머슬카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텔루라이드 개발 당시 정의선 부회장은 “우리 눈이 아닌 미국 고객의 눈으로 보라”라는 지침을 내렸고, 기아차 미국 디자인 센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춘 크고 각잡힌 디자인이 나왔다.

외관을 살펴보면 듬직하고 강한 정통 SUV에 가까운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기아차의 아이덴티티인 타이거 노즈 그릴이 넓게 자리하고 있으며, 헤드 램프는 요즘 보기 드문 세로형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범퍼 디자인은 각을 살리면서 한편으로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면은 전면보다는 둥글게 디자인되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테일램프는 ‘ㄱ’자 형태로 되어 있다. 실내는 직선 위주로 디자인하되 너무 투박한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고급 소재를 적용하는 등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안정적인 주행 감각과
우수한 정숙성
텔루라이드를 시승한 외신들과 소비자들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V6 3.8리터 가솔린 엔진은 291마력, 36.2kg.m을 발휘한다. 여유 있고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자랑한다. 고배기량 엔진에서 나오는 높은 출력과 여유로움 덕분에 주행 질감이 안정적이다.

변속기는 엔진에 최적화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했다. 직접 제어가 가능한 밸브 바디를 적용해 구조가 간소해지고 변속기 내부에서 누설되는 유량을 줄였다. 그 결과 오일펌프 용량을 기존보다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으며, 구동 손실을 축소해 연비가 높아졌다. 그리고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된 토크 컨버터의 제어 응답성을 개선하고 직결 영역을 확대했다.

액티브 사륜구동 시스템은 네 바퀴에 있는 전자식 센서를 통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뒤, 그에 맞춰 엔진 힘을 각 바퀴에 전달한다. 또한 트랙션 컨트롤을 통해 각 바퀴의 구동력과 제동력까지 제어한다. 그 덕분에 험지 주파력이 우수하다. 도시를 나가면 비포장도로가 의외로 많은 미국에 적합하다.

우수한 정숙성도 갖춰 승차감을 높였다. 엔진 소음과 진동이 적은 가솔린 엔진 탑재했으며, 가속 시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해 대시보드 안쪽 흡음재의 면적을 키웠다. 그렇다고 해서 실내로 들어오는 모든 소리를 차단하는 것이 아닌 듣기 좋은 소리는 일부 투과시켜 감성 품질을 높였다. 배기 시스템에도 가변 밸브를 적용해 배기 소음을 줄였다.

가성비 좋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총 4가지 트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만 1,690달러에서 4만 1,490달러에 책정되어 있다. 미국 내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다. 참고로 팰리세이드가 3만 1,975달러부터, 익스플로러가 3만 2,765달러부터, 혼다 파일럿이 3만 2,250달러부터, 토요타 하이랜더가 3만 4,600달러부터 시작한다.

옵션 사양은 10.25인치 내비게이션, 10스피커 하만카톤 오디오 시스템, 무선 충전, 7 에어백,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사각지대 모니터링, 후방 충돌 방지 보조, 후측방 모니터, 안전 하차 보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드라이브 톡, 저소음 모드, 나파가죽 시트 등 다양한 안전 사양과 옵션 사양을 적용했다.

화성 공장 가동률 포화로
국내 생산이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은 이 좋은 차를 국내에도 출시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 출시는 어려운 상황이다. 텔루라이드가 국내에 판매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해외에서 생산 중인 차를 들여오려면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독소조항이 있으며, 노조가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다르게 오히려 기아차 노조가 텔루라이드를 화성 공장에서 생산할 것을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기아차 경영진의 의지만 있었다면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가 성사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화성 공장 가동률이 포화 상태여서 다른 차를 추가 생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K5, 쏘렌토, 모하비 등 주력 차종들이 생산 중이라 이들 생산량을 줄이기도 어렵다.

모하비가 존재하는 한
텔루라이드 도입은 어렵다
국내에는 이미 기아차 대형 SUV로 모하비가 존재한다. 모하비는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유일한 프레임 보디, V6 3.0 디젤 SUV라는 상징성이 있는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팰리세이드의 형제차인 텔루라이드보다 차별성을 둘 수 있는 모하비를 더 밀어주고 있다.

또한 모하비의 판매량이 매우 낮으면 모를까, 지난해 2차 페이스리프트 출시 이후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정도로 인기가 있어 굳이 단종하고 텔루라이드를 출시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모하비 풀체인지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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