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에 있어 생산량은 아주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생산량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요가 많아도 생산량이 못 따라가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국내의 경우 출고량을 판매 대수로 집계하기 때문에 인기 모델의 경우 수요에 비해 판매량이 적게 집계되는 편이다.

판매량과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하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에 있는 GM 공장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러시아에 있는 GM 공장을 인수한 현대차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기자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러시아 GM공장
GM은 2008년 11월에 러시아의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총 3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립했다. 연간 1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며, 쉐보레 캡티바와 오펠 안타라를 먼저 생산하고 크루즈를 추후에 생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공장 기공식에서 릭 왜고너 GM 회장은 회사 자금이 부족해서 연말까지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GM은 미국 의회에 100억 달러 규모의 구제자금을 요청했으나 아직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결국 상트페테르부르크 GM 공장은 12월 20일부터 이듬해 1월 11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월 25일부터 자동차 조립을 시작하며, 2월 15일까지 공장기계 기술정비를 마치고 2월 16일부터 주 3일제 근무를 시행한다.

이는 1,000여 명에 이르는 공장 근무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고 생산과잉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장은 하루라도 가동을 하지 않으면 곧 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에 한 달 가까이 생산을 중단한 것에 대한 손실은 막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화율이 부족했던 GM
경쟁력 부족으로 2015년 철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건립된 지 7년이 지난 2015년, GM은 해당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하고 오펠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러시아의 화폐인 루블의 가치 하락으로 러시아에 진출했던 자동차 제조사들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GM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여 공장을 폐쇄하게 되었다.

GM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은 이미 2014년 말부터 있었다. 하지만 GM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철수설이 돌았는데 결국 사실이 되었다.

GM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현지화율이 부족해 다른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는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비용 절약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GM은 이러한 현지화율이 낮은 편이였다. 폭스바겐 폴로가 50%, 스코다 래피드가 50%, 현대 솔라리스가 45%, 르노 로간이 65%, 닛산 알티마 55%인데 비해 오펠 아스트라는 20%, 쉐보레 크루즈는 30%에 불과했다. 게다가 GM이 러시아 시장에 특화된 모델이 적었던 점도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 원인이었다.

러시아에서 GM과
다른 행보를 보인 현대차
현대차도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연간 20만 대 규모였으며, 현재는 23만대로 늘어났다. 러시아에 공장을 준공한 후에는 GM과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우선 공장 완공과 동시에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러시아 시장에 특화된 쏠라리스(엑센트 기반)를 공개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시승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외에도 소형 SUV인 크레타와 기아차의 위탁 생산 모델 리오가 생산되고 있다.

또한 준공 당시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전 공정을 단일 공장에서 수행하는 Full Cycle Plant을 갖췄다. 이를 토대로 2,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유발하여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을 공략하는 전진 기지 역할을 했다.

2015년,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GM이 공장을 폐쇄할 때, 현대차는 오히려 현지 영업망을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등 현지인과 의리 경영에 나섰다. 그 덕분에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쏠라리스와 리오는 단일 모델 기준 판매량 2, 3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 올해는 누적 200만 대 생산을 돌파했다.

(사진=중앙일보)

최근 러시아 GM 공장 인수를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지난해 러시아 외신은 현대차가 GM 러시아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현대차는 “검토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7월 말, 현대차는 GM 공장 인수를 검토하면서 러시아 반독점청에 인수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 제출은 공장 인수를 위한 필수 사전 절차로, 반독점청은 현대차가 GM 러시아 공장을 인수할 경우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없는지를 따져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8월 5일, 러시아 반독점청은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GM 러시아 공장을 인수하는 것을 승인했다.

하지만 반독점청이 허가했다고 해서 곧바로 공장 인수 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영국과 벨라루스가 합작한 자동차 회사인 유니손이 반독점청의 허가를 얻었지만 실제로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러시아 내수는 물론
유럽 수출에 도움이 된다
아직 인수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차는 현재 가동 중인 러시아 공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GM 러시아 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가 성사되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GM 러시아 공장은 연간 10만 대 규모로, 기존 현대차 공장과 합친다면 연간 최대 3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러시아 내수 수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산량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새로운 차를 생산할 여건이 생긴다. 또한 생산량이 늘어나면 직원도 많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

러시아 전략 모델의 추가 계획이 없다면 유럽에 판매하는 자동차의 일부를 생산할 수도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유럽 내에서 점유율을 점차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간 증산은 필요하다. 거리도 비교적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물류비도 절약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보이는 공장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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