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9일 자동차 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시행하면 과징금을 최대 50% 감면해 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외에도 리콜 재통지 기준을 마련하고 안전결함 및 결함 추정 요건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최근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차 결함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벌써부터 많은 빈틈이 보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재는 못할망정 피난처를 만들어주고 있다”, “과징금을 감경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뻔하다” 등 많은 비난이 등장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토부의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의 빈틈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에디터
자동차안전연구원 권한 확대
관계 기관 자료 활용 가능
이번 개정안은 내년 2월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사고조사 제도가 신설된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결함 의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사고 조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권한을 확대하여 더욱 객관적이고 면밀한 조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결함 의심 사고 조사 시 관련 기관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경찰청, 환경부, 보험사 등이 이에 속한다.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결함 조사를 지시받은 경우 7일 이내에 조사 관련 사항을 제조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결함 조사를 통보받은 제조사는 15일 이내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리콜 재통지 기준 신설
국토부 장관 리콜 재통지 가능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결함 관련 기준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결함 시정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리콜 재통지 기준을 마련했다. 리콜 비율이 6개월 이내 70% 미만이거나 중대한 결함으로 빠른 리콜이 필요한 경우 국토부 장관이 제조사에 리콜 재통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중대한 결함에 속하는 결함은 운행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결함, 공중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결함 등으로 정했다. 이 경우 제조사는 30일 이내로 차주에게 우편 발송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리콜을 재통지해야 한다.
안전 결함의 정의
결함 추정 요건 구체화
안전 결함의 정의와 결함 추정의 요건도 구체화됐다. 안전 결함의 정의를 ‘자동차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설계, 제조 또는 성능상의 문제로 인명 피해 사고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결함’으로 새로 정했다. 개정 전 ‘자동차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으로 애매모호하게 다뤘던 것을 수정한 것이다.
결함 추정의 경우 ‘차량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구조, 장치로 인해 인명 피해 사고가 반복 발생한다고 의심되는 경우’로 정한다. 이러한 결함 추정 요건이 충족되면 제조사는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는다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보호 위한 대책 마련
제조사의 자발적 리콜도 유도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화재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국토부로부터 운행제한을 받은 제조사는 15일 이내에 소비자 보호 대책을 세우고 이를 알려야 한다. 보호 대책에는 불편 해소 방안과 주의 사항 등이 담기도록 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과징금 감경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가 조사를 시작하기 전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시행하면 과징금을 최대 50%까지 감경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시행하여 소비자들을 보호하도록 유도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오히려 공분을 산 개정안
이번 개정안이 발표되자 소비자들은 오히려 분노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다”라는 반응이 터져 나온 것이다.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결함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여태껏 찾아볼 수 없었고 많은 피해자들이 나오고 나서야 움직인 국토부의 안일함을 꼬집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못한 것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이건 그냥 안 한 것이다”라는 반응도 있다. 한 소비자는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소비자들의 방패가 되어주던 법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초석을 다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법안이 개정되었음에도 분노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그동안의 답답함을 대변해 준다.
“과징금도 할인하냐”
빈틈투성이 개정안
얼핏 보면 이번 개정안이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빈틈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빈틈이 개정안 발표 직후부터 보이자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태껏 문제가 있어도 고치지 않았던 것인데 과징금을 감경해 준다니 말이 안 된다”라는 반응이 가장 크다.
“제조사들은 결국 문제가 이슈가 되고 나서야 과징금 할인을 위해 자수할 것이다”라고 걱정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한 소비자는 과징금의 이유를 짚었다. “과징금은 애초에 결함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이유로 존재하는데 자수하면 50%를 깎아 주겠다니 어이가 없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고 조사는 안 하면 그만”
“안전과 상관없는 결함은 문제없나”
“결국에는 이번 개정안도 제조사를 위한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있다. 개정안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것인데 “맨날 법만 바꾸면 뭐 하냐”라는 반응으로 이어진다. “결함과 관련된 법안은 전에도 존재했지만 제조사와 국토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니 소용이 없다”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안전과 직결된 결함만 다룬다는 점을 꼬집었다. 조립 불량, 단차 등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결함에 대한 법안은 아직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결함이 아니면 그냥 놔둬도 괜찮다는 거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무너져 내린 소비자들의 신뢰
되찾을 방법은 제조사의 노력뿐
이번 개정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부정적인 것을 보면 그동안 이들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비판처럼 아무리 법안이 개정되고 국토부가 노력해도 변화는 결국 제조사가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토부마저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법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제조사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안에 앞서 제조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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