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톤 상용차는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트럭이다. 두 자동차는 80년대부터 한국의 화물 운송을 책임지며 역사를 함께 해왔고 지금도 자동차 판매 1위를 종종 기록하고 있는 인기 모델이다. 포터는 1톤 트럭이지만 적재 허용 중량을 훨씬 넘은 과적에도 프레임이 버티는 튼튼한 트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포터의 내구성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요즘은 중동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요즘 중동에서 군사용 트럭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포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1톤 트럭 포터와 봉고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물차 포터, 봉고 3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1톤 트럭 포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물차다. 1986년 코드네임 AH를 시작으로 여러 변화를 거치며 4세대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현행 모델은 승용차에 가까운 편의 사양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엔 EV 버전으로도 출시가 되어 개인사업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선 포터나 봉고 트럭을 대체할 마땅한 차량이 없기 때문에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둘이서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삼성 야무진 트럭이 출시되기도 했었으나 잔고장과 내구성 등 포터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쓸쓸한 퇴장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2004년 이후 풀체인지
한 번 없는 사골 모델이다
판매량으로는 항상 상위권을 달렸으나 포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했다. 2004년에 출시된 4세대 모델 이후 포터는 풀체인지를 위한 신차 개발이나 대비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페이스리프트와 부분변경만을 거치며 지금까지 판매해 왔으니 사골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다.

실소유주들 사이에서 많이 지적되던 부분은 부식 문제다. 2000년대 출시되던 국산차인만큼 부식 무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출시된 포터 2에서 심한 부식 증상이 발생하는데 2012년 부분변경 이후엔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으나 여전히 일부 차량들에서 부식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뉴스원)

부식뿐만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2008년에 진행된 56km/h 충돌 테스트에서 포터는 당시 취약 판정을 받았었다. 포터는 앞쪽으로 돌출된 별도의 보닛이 없는 원박스 타입 자동차이기 때문에 구조상 정면충돌 시 운전자를 보호하는 안전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는 꾸준했으나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잘 팔리는 포터의 후속 모델을 개발할 생각이 없는듯하다.

그래서 포터는 미국, 독일, 프랑스 같은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안전 규정 미달로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 엔진 역시 구형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배기가스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 시장 위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발도상국에선
포터의 인기가 상당하다
안전성 문제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엔 포터가 수출되지 않고 있지만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는 포터와 봉고가 매우 많은 인기를 누리며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튼튼한 프레임과 화물칸 내구성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일본이나 미국산 픽업트럭을 사용하던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포터와 봉고가 등장한 뒤론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들보다 화물칸이 넓으며 적재 허용 중량도 월등히 높은 포터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중동으로 수출되는 한국차는
포터와 봉고가 상당수다
개발도상국에선 포터라는 이름 대신 H-100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판매된다. 신차로 수출되는 물량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고로 수출된 경우가 많다. 특히 시리아 수입되는 중고차량의 대다수는 한국산인데 이중 포터와 봉고가 상당수 개체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포터의 화물칸 내구성이 우수한 것은 대한민국의 과적 문화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해외에서 내구성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특이한 경우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때 인도네시아엔 포터를 수출했다가 현지 무역상과 분쟁이 나기도 했다. 그들은 포터가 과적에 약하다는 클레임을 걸었었는데 국내에선 1톤 화물차에 3톤 정도의 화물을 싣고도 거뜬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당시 인도네시아가 “국내보다 훨씬 더 과적을 많이 일삼고 있어서 그렇다”라는 의견과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포터는 후륜 차축이 단륜이라 과적을 버티지 못했다”라는 의견이 서로 충돌했다. 확인 결과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던 포터의 후륜은 복륜이 아닌 단륜이었기에 중량을 수월하게 버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금까지도 포터와 봉고트럭은 중동에서 사랑받으며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IS가 사용하는 트럭이라는
오명도 등장했다
워낙 뛰어난 내구성 때문인지 중동 분쟁지역에선 포터가 군사용 트럭으로 쓰이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외신에선 ‘IS가 쓰는 트럭’이라며 포터와 봉고를 소개하기도 한다.

실제로 테러가 빈번한 분쟁지역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선 현지 무장세력들이 포터와 봉고를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포터의 적재함에 무장 기관총을 탑재하거나 미사일을 싣는 경우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기관포나 로켓포까지 탑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간 중동 분쟁지역에선 픽업트럭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포터와 봉고 트럭은 픽업보다 적재함이 넓고 차대가 훨씬 튼튼해 중화기도 무리 없이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이 그들에게 어필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포터와 봉고가 군사용 트럭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간혹 재미로 슈퍼카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포터는 토크가 뛰어난 디젤엔진과 가속형 기어비의 세팅 덕분에 출중한 가속력을 가지게 되어 간혹 네티즌들 사이에선 슈퍼카에 비유되기도 한다. 물론 정말로 슈퍼카급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 조크에 가까운 표현들이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두 대의 슈퍼카는 ‘포라리’와 ‘봉고르기니’ 양대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며 미드십 후륜구동 구조를 가진 현대기아차의 유일한 슈퍼카라고 비유해 보는 이들을 피식하게 만들기도 했다.

포터와 봉고는 엄밀히 따지자면 FR 구동방식이지만 엔진이 케빈 밑에 자리하고 있어 미드십 후륜구동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간혹 포터와 봉고로 드리프트를 하는 영상들도 온라인에 업로드되어 화제가 되기도 한다.

포터와 봉고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는 시간이 지나도 추억으로 회자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탑승객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안전도가 개선된 신형 모델이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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