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 배터리이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배터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며, 배터리 효율에 따라 같은 용량이라도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회사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배터리 전문 기업으로부터 납품받아 차에 장착한다.
현재 전기차 시장 1위는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는 과연 어디일까? 놀랍게도 한국 기업인 LG 화학이다.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는 물론 전 세계 다양한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전 세계가 줄 서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는 LG화학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진웅 에디터
심각한 타격을 입은 CATL
LG화학은 전년 보다 82.8% 증가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배터리 사업 매출은 올해 사상 최대인 약 13조 원, 2025년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증산과 유럽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탓에 LG화학의 배터리 공급량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벌인 중국의 CAT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전년 대비 배터리 공급량이 28.1% 감소한 10.0GWh로 시장 점유율은 23.5%다. 반면 LG화학은 전년보다 무려 82.8% 증가한 10.5GWh로 시장점유율 24.6%를 차지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한 LG화학
LG화학이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를 늘려 미래 준비에 착실히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미래 성장 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선두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LG화학의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비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에는 연구개발 5,779억 7,900만 원을, 설비투자에 1조 1,612억 원을 투자한 데 반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은 5,434억 원 1,700만 원으로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규모를 투자했으며, 설비투자는 2조 129억 원으로 2배가량 늘렸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에 4%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연구개발 비용을 집행했다. 설비투자 비용 2조 129억 가운데 1조 792억 원은 배터리 공장에 투자했다. 중국 남경 소형전지 증설, 폴란드 자동차 전지 증설, 중국 빈강 자동차 전지 증설에 각각 비용을 투자했다.
LG화학은 꾸준한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현재 150조 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그리고 생산 능력은 올해 말까지 100GWh로 늘릴 예정이며, 현재 수주잔고를 고려했을 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매년 30% 이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독점망을 끊고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한 LG화학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과거부터 일본 문화 사랑을 숨김없이 내비쳤다.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을 일본 만화 주인공으로 설정한다든지, 일본 만화 예고편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신이 CEO로 재직하는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 X 최초의 민간 승객으로 일본 최대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마에자와 유사쿠씨를 태우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사업적으로도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2010년, 토요타가 500만 달러(당시 한화 600억 원)를 투자해 테슬라 지분 3%를 매입하여 테슬라와 인연을 맺는다. 이후 두 회사는 토요타의 RAV4 전기차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까지 맺었지만 2016년 토요타가 테슬라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인연을 접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까지 인연을 맺었던 일본 기업은 파나소닉이다. 2008년부터 전기차에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써왔는데, 파나소닉으로부터 전량 공급받았다. 삼성 SDI나 LG화학이 공급사로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종종 나왔지만 번번이 두 회사는 퇴짜를 받았다. 오히려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약 6조 원을 투자해 미국 네버다 주에 세계 최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가 팩토리 1’을 완공하는 저력까지 보였다.
깨질 것 같지 않던 파나소닉의 테슬라 독점 공급망에 처음으로 균열을 낸 것이 LG화학이다. 테슬라는 기가 팩토리 1 증설 등 배터리 공급물량을 추가로 요구했지만 파나소닉이 이를 거부하는 등 불화를 겪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만한 속도로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일론 머스크 CEO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기가 팩토리 3에서 나오는 모델 3, 모델 Y에 쓰이는 배터리를 LG화학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생산능력과 기술력 모두 높은 점수를 줬다. LG화학은 원통형 배터리는 아니지만 파우치에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상위 20개 가운데 폭스바겐, 르노, 볼보, GM, 현대차 등 13개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기준 전 세계 점유율이 2016년 6위에서 2019년 3위로 2배 이상 뛰는 등 안정적인 설비 운영 능력도 증명했다. 당초에는 기가 팩토리 3 배터리 납품사로 중국 업체를 고려했지만 기술력이 만족스럽지 못해 LG화학에 제품 공급을 증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중국 CATL도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서로 간의 경쟁이 붙은 상황이다.
폭스바겐 ID.4
주행거리 최대 500km
ID.4는 폭스바겐이 만든 순수 소형 전기 SUV로 MEB 플랫폼을 이용했다. 9월부터 출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ID.4에는 LG화학의 NCM712 배터리 셀이 장착되는데, 55kWh, 62kWh, 82kWh 세 가지 용량이 탑재되며, 최대 주행거리를 500km(유럽 기준)으로 코나 일렉트릭이나 니로 EV보다 앞선다.
다만 시장에 따라 다른 회사의 배터리를 병행해 탑재한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다. 유럽용만 LG화학이며, 중국용은 CATL, 미국용은 SK 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다. 내년에는 중국 안팅 공장에서, 내후년부터는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도 ID.4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시드 에어
테슬라 모델 S를 능가하는 스펙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는 자사의 첫 번째 자동차 ‘루시드 에어’를 9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테슬라 모델 S 개발을 주도한 피터 로린슨 등 테슬라 출신 기술진이 차량 개발에 참여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0억 달러 등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루시드 에어는 럭셔리 전기 세단을 표방한다. 루시드는 공간, 에너지, 시간을 키워드로 혁신을 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으며, 전용 플랫폼을 통해 넉넉한 공간과 긴 주행거리에 강력한 힘, 다양한 커넥티비티 기술로 운전자의 시간을 절약한다는 의미다.
최근 루시드 에어의 스펙이 공개되었다. 루시드는 1회 충전으로 최대 약 832km(미국 기준)을 주행할 수 있으며, 최대 300kW 고속 충전을 통해 1분 충전으로 32km을, 20분 충전으로 482km을 달릴 수 있다. 여기에 OTA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 0-60mph 가속은 2.5초면 충분하다.
배터리는 LG화학이 2023년까지 독점 공급한다. 루시드 에어에 들어가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는 LG화학이 개발한 21700 제품이다. 기존 원통형 18650배터리보다 용량을 50% 높였다.
르노 조에
유럽에서 인정받은 베스트셀링카
최근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조에도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54.5kW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309km을 주행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전기차 주행거리에 비하면 짧으며,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인과는 맞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에의 크기는 i30 해치백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며, 르노 특유의 개성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톡톡 튀는 것이 특징이다. 조에 외에 트위지와 SM3 Z.E 역시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자동차에 LG화학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쉐보레는 볼트, 포드는 포커스 일렉트릭에 탑재된다. 유럽에는 아우디 e-tron, 볼보 V60, XC60, XC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공급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 경쟁 심화
자동차 제조사들도 독자 개발 중
LG 화학 이외에도 삼성 SDI나 SK 이노베이션도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과 배터리 경쟁이 점차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LG화학에 밀린 중국의 CATL이 자동차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계속해서 따내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 BYD의 경우 원래 배터리 제조사로 시작한 만큼 자사의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장착하고 있다.
일본의 토요타는 파나소닉과 합작 회사를 만들어 배터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에 전기 파워 트레인을 넣은 프리우스 EV를 내놓을 예정이다. GM의 경우 LG화학과 합작사를 세웠지만 배터리 개발 주도권을 GM이 잡은 상황이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테슬라와 BMW, 폭스바겐, GM이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들어갔다. 지금은 합작사나 공급사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지만 향후 5년 내 독자 배터리를 개발하면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하게 된다.
테슬라는 프리몬드 공장에 독자 배터리 셀 양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인 ‘로드런너’를 진행 중이며, BMW는 지난해, 독일 뮌헨에 배터리 셀 역량 센터를 개소하고 독일 연방 정부와 바이에른주로부터 6,000만 유로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폭스바겐은 중국 3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궈쉬안의 지분 26%를 매입하고 지난해 9월에는 스웨덴 배터리팩 업체 노스볼트와 함께 합작사를 설립했다. 그 외에도 노스볼트를 키우기 위해 LG화학, 삼성 SDI 등 국내 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배터리 개발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
한국 기업들이 당분간 주도해 나갈 전망
일부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체 조달을 위한 배터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지만 당분간 한국 기업들이 계속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배터리 개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분야다. 원가 문제와 효율 문제, 양극재 및 음극재, 화재 위험성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락희화학공업사부터 시작해 화학 기술력을 축적해온 LG전자도 20년 걸려서 성공한 분야가 바로 배터리다.
게다가 국내 제조사들이 그냥 보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LG화학은 양극재 소재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2022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SK 이노베이션은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인 NCM(니켈-코발트-망간 ) 배터리를 2023년에 내놓고 미국 F-150 일렉트릭에 장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혁신기술을 최근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크기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원천기술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개재했다. 전고체전지에는 배터리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이 사용되고 있지만 덴드라이트 문제가 있다. 이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각각 만남을 가져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크게 선전하고 있는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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