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인 현대차보다는 순위가 낮긴 하지만 기아차는 취준생들에게 꿈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근무환경과 사내 복지가 우수하고 평균 연봉이 8,6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산업 환경이 비교적 열악한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더더욱 워너비 직장으로 손꼽힌다.

만약 누군가에게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라고 제안을 해온다면 그 누구라도 솔깃할 것이다. 최근 취준생들의 심리를 악용해 기아차 광주공장에 취업시켜줄 것처럼 속여 금품을 가로챈 취업 사기 사건이 불거졌다. 피해자는 총 651명으로 피해 규모는 152억이라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기아차 광주공장 취업 사기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사진=뉴시스)

9년간 이어져온 통상임금 소송
기아차 노조의 승리로 마무리
기아차 노조는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수당,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 수당을 정해야 한다며 진행된 소송이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하며, 연장수당, 휴업수당의 산정기준이 된다. 여기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가 늘어날수록 노동자에게 유리하다.

대법원 재판부는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천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판결 내용 일부를 살펴보면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 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회사는 원금 3천127억 원과 지연이자 1천97억 원 등 총 4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었다.

기아차 노조는 9년의 투쟁 끝에 승리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좋지 않다. 네티즌들은 “차나 똑바로 만들고 요구해라”, “차 값 더 비싸지겠네”, “저러니깐 좋은 소리 못 듣는 거다”, “해외 제조사보다 돈은 많이 받으면서 품질은 최악, 이것은 모순이다”등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노사 합의에 만족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그때마다 소송을 제기한다면 사실상 합의는 의미가 없다”라며 “노사 관계의 발전과 근로자 간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한겨레)

최근에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대규모 취업사기가 드러났다
통상임금 논란으로 대중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취업사기가 발생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최근 광주지역에서 기아차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피해자는 총 651명, 피해 금액은 15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에는 교회 목사인 B씨가 함께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광주공장 취업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 2018년부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A씨의 아버지가 기아차 임원이다. 기아차 광주공장에 취업시켜줄 테니 보증금을 달라”면서 “채용 인원수를 맞춰야만 채용이 되니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피라미드 형식으로 피해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기아차 관련 조끼를 입어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들은 친구와 친척 등 3~4명씩 B목사에게 소개해 줬고, B목사는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들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수백 명의 피해자를 더 끌어모았다. B목사는 이들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3~5천만 원을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

또한 B목사가 A씨에게 피해자들을 소개해 준 뒤 A씨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소개인원당 3~4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기를 의심하는 이들에게는 “걱정 말라, 곧 취업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심시키고 의심하지 않는 이들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등 피해자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와 B씨에 대해 24일 출국 금지조치를 내렸다.

(사진=아시아경제)

수차례 발생했던 취업 사기
노조가 연루되어 있었다
이번 취업사기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노조와 연루되어 있을 것이다”라며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이전에도 수차례 취업사기가 있었는데 여기에 노조가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현재 조사 중이며, 배후에 노조 관계자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04년 기아차 광주공장의 스포티지 생산라인 증설을 앞두고 노조 간부와 직원 등 130여 명이 연루된 대규모 취업 관련 비리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당시 120명이 넘는 구직자들은 거액의 주고 기아차 광주공장에 불법 취업했는데, 수사 결과 채용 추천권이 있었던 노조의 권한을 이용해 돈을 주고 실제로 취업이 성사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노조 간부와 직원, 브로커 등 19명이 구속됐고, 채용 방식도 본사에서 직접 채용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사진=광주광역시청)

2014년에는 취업을 미끼로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 현직 노조 간부 등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C씨는 2010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기아차 고위 관계자와 친한 사이이며, 노조 간부 경험이 있어 신입사원에 채용시켜 줄 수 있다”라고 속여 친척 등 60여 명에게 1인당 3,000만 원~1억 2,000만 원, 총 32억 원을 받아 챙겼다.

이외에도 사기도박을 한 혐의까지 드러났다. C씨는 직장 동료 상가 장례식장에서 전, 현직 노조 간부들과 함께 도박을 하면서 많은 빚을 진 뒤 이를 갚기 위해 취업 사기를 벌인 것이다. C씨는 이 돈으로 4년간 동료 직원 등 27명과 공장 근처 원룸을 임대해 122회에 걸쳐 17억 대 상습 도박을 벌였다. 취업이 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피해자를 속여 돌려 막기 식으로 범행을 계속했으며, 가로챈 돈 대부분은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6년에도 취업 사기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노조가 관여한 것은 아니다. 브로커 G씨는 기아차 광주공장과 문화전당 등 대기업과 관공서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여 수억 원을 받아 챙겼으며, 이 중 일부를 취업 청탁 대가로 정당 관계자에게 건넨 것이 드러났다.

G씨는 야당 원내대표 보좌관을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돈을 챙긴 뒤 회사 운영비나 유흥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되었다. 피해자들은 단 한곳도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했으며, 피해자 중 1명은 취업을 확신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안전신문)

2018년에는 기아차 광주공장과 하청업체 취업을 미끼로 수십억 원을 가로챈 전직 기아차 노동조합 대의원 등 5명이 경찰에 적발되었다. 하청업체 모 직원은 2015년부터 2년간 지인 또는 브로커로부터 소개받은 39명에게 13억 원 상당을 가로챘으며, 기아차 노조 모 전 대의원은 2013년 4월부터 4년간 지인에게 기아차 정규직 사원이나 하청업체 취직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17명으로부터 5억 원가량을 챙겼다.

특히 기아차 노조 모 전 대의원은 앞서 언급한 2004년 취업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기아차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기아차 안팎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현직 노조 간부들과 친분이 있다”라며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 사건을 제외하고 모두 노조 간부가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 발생한 취업 사기도 노조가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진=노컷뉴스)

유독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취업 사기
국내에 많은 대기업 제조공장 중 유독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취업 사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광주와 전남 지역이 대기업 사업장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며, 해당 지역에서 기아차 광주공장은 입사하고픈 기업 1순위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업에 취업하려면 고학벌, 고스펙이 필요한 데 비해 지역 공장 생산직의 경우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편이다. 이런 인식과 더불어 더욱 악화하는 취업난에 “대기업 정규직으로 채용시켜 줄 수 있다”라는 달콤한 유혹을 믿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인사이트)

노조와 관련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노조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잦은 파업으로 인한 차량 출고 지연, 임금에 반비례하는 차량 품질 및 결함 속출, 와이파이 논란 등 근무 태만, 최근 노조가 승소한 통상임금 소송과 수차례 취업사기까지 여러 문제가 노조와 연루되어 있다.

즉 “욕심만 많으면서 제대로 일은 안 하는 노조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라는 말을 쉽게 부정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노조 외에도 불친절한 영업 사원과 AS 직원들로 인해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사진=국민일보)

안 그래도 취업난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시기, 취업 사기는 기업 입장에서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기아차는 “채용 관련은 본사 차원에서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고 기아차 채용 시스템은 어떤 비정상적인 접근도 불가능하다”라며 “채용과 관련된 금전 요구는 무조건 사기”라고 말했다.

2004년 대규모 취업사기가 발생한 이후 직접 채용 시스템을 관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취업 사기는 특성상 내부 비리가 관련된 경우가 많다. 기아차는 경찰과 적극 협력해 사건 해결에 힘쓰는 한편 적극적인 홍보로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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