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푸조라는 이름을 들으면 디자인과 가성비가 좋은 프랑스 차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푸조의 오늘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좋지 않다. 디자인은 계속 발전 중이지만 가격과 성능에 대해서는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있을 정도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이탈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매장 전시 차량을 신차로 속여 판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푸조는 즉시 잘못을 인정했지만 “보상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다”라는 구매자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푸조의 빛바랜 오늘과 전시차 판매 논란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원섭 에디터

(사진=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빅데이터 분석 결과
국내 관심도 꼴찌 푸조

최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22만 개 사이트의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임의로 선정한 국내 9개 수입차 제조사에 대한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벤츠, BMW, 아우디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꼴찌는 푸조였다.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작년 한 해 동안 푸조의 총 판매량은 3,505대다. 한 차량이 거둔 성적이 아니라 푸조 라인업 전체가 거둔 성적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좋지 않은 성적이다. 푸조가 경쟁 상대로 두고 있는 폭스바겐과 비교해 보면 절반도 안 되는 판매량인 것이다. 좋은 디자인과 가성비를 가진 프랑스 차라는 명색은 빛이 바래 버렸다.

푸조의 아쉬운 성적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반응이 좋지 않다. 6년 만에 풀체인지로 돌아온 올 뉴 2008의 출시 기사를 보면 반응이 좋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저 정도 가격이면 차라리 xxx을 사겠다”, “디자인은 좋은데 가격이 말이 안 된다”, “수입차라고 가격만 높으니 누가 사겠냐” 등 가격이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성능과 관련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모델명이 2008인 이유가 설마 2008년에 개발한 파워 트레인을 써서 그런 거냐”, “승차감은 좋은데 주행 성능이 별로다”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디젤 파워 트레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에서 디젤 파워 트레인이 이런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시차를 신차로 판매한 딜러사
“인정은 하는데 보상은 못해주겠다?”

최근 푸조에 대한 좋지 않은 반응을 더 악화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6월 푸조의 신차를 계약한 한 구매자는 차량 수령 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차량의 제조 연도가 올해가 아닌 작년이었던 것이다. 이에 구매자는 딜러에게 “재고 차량을 판매한 것 아니냐”라고 문의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딜러사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구매자는 충격적인 답변을 받았다. 신차인 줄 알고 구매한 차량이 작년 7월에 생산되어 약 1년간 전시장에 놓여있던 전시 차량이었던 것이다. 전시 차량을 판매할 경우 사전 고지와 함께 가격 혜택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차와 같은 조건으로 판매될 경우 문제가 된다.

이를 확인한 푸조 딜러사 한오토모빌레는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구매자가 “보상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라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논란이 되었다. 그는 “신차 기준 출고가가 5,500만 원이고 같은 연식의 중고차가 4,300만 원 정도다”라며 “그러나 딜러사 측이 제시한 합의금은 이 차액에도 미치지 못했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한오토모빌레는 “고객이 900만 원이라는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라고 밝혔다. 주객이 전도된 듯한 상황이다. 구매자가 신차와 중고차 가격의 차액보다도 적은 900만 원이라는 합의금을 제시했음에도 “무리한 요구다”라고 한 것은 터무니가 없다. 결국 잘못은 인정하지만 보상은 제대로 안 해주겠다는 꼴이니 말이다.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상황
그런데 합의금은 못 주겠다?

이번 사안은 딜러사가 전시 차량을 마치 신차처럼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다. 그러나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사과만 하고 끝내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한 소비자는 “사기로 차를 팔아 놓고 무리한 요구라니 말이 안 된다”, “교환해 주는 것이 맞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차 판매 논란까지 겹치면서 푸조는 브랜드 이미지에 많은 타격을 입을 듯하다. 푸조의 대처가 마치 “사과는 하겠는데 보상은 못해주겠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안일한 대처가 계속된다면 푸조가 가지고 있는 ‘꼴찌 딱지’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 구조에 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는 대부분 수입사나 딜러사가 판매를 대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는 실적이 좋은 수입사나 딜러사를 원하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이 촉진되곤 한다.

이 때문에 수입사나 딜러사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높은 할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전시 차량의 경우 더 높은 할인이 적용된다. 문제는 수입사나 딜러사가 수익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에게 전시 차량이라는 점을 알리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 결국 수입차 브랜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수입사나 딜러사가 판매량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바보 만드는 행위
비단 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비단 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시 차량을 신차와 같은 조건에 판매한다거나 과도한 할인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 뒤 다른 할인 조건을 붙이는 수법은 수입차 업계에 이미 만연하다. 특히 전시 차량을 신차로 둔갑하여 판매하는 경우는 소비자들이 알기가 쉽지 않기에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입차 브랜드 딜러로 일하고 있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여성 운전자나 나이가 어린 고객을 상대로 전시 차량을 신차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는 매우 일반적이다”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제조사나 딜러를 믿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인데 이들의 행위는 마치 소비자들 등에 칼을 꽂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동차는 가격이 상당한 제품
당연히 그에 맞는 책임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소비자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제품이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마땅한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제조사에 대한 신뢰의 증표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요즘 자동차 업계를 들여다보면 가격만 높고 그에 맞는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만듦새에 있어서부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후의 대처도 책임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당장의 판매량에만 몰두하는 제조사가 아니라 좋은 품질과 서비스, 마땅한 대처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제조사가 마지막에 웃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상황이라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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