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호구 소리 듣지” 좋다고 사전계약까지 해가며 사주던 차주들이 역풍 맞기 시작한 이유

0
20451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옷을 구매했는데 크기가 맞지 않다면 어떨까? 아마도 크게 당황하여 교환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살 수 있으니 편리하지만 직접 보지 않으니 제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도 하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발달로 출시 전에 관련 정보가 상당 부분 공개된다. 이 때문에 차를 직접 보지 않고서도 사전계약을 통해 구매할 수 있고 대기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하는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따라오기도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신차 사전계약 문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에디터

사전계약으로 시장 파악
생산 물량 확보에 활용

사전계약이란 신차가 공식적으로 출시되기 이전에 미리 계약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해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것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계약 결과를 토대로 지역별로 미리 판매 물량을 준비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을 활용한 신차 노출이다. 대부분 티저 이미지, 외관 이미지, 실내 이미지, 가격과 옵션 사항으로 나뉘어 차근차근 공개된다. 소비자들이 사전계약 실시 전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상위 트림 선택 비중이 높아
제조사에게 큰 이익이 된다

한국마케팅학회의 학술 보고서에 따르면 사전계약의 경우 일반 계약보다 상위 트림의 선택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계약의 경우 소비자가 제품을 더욱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쏘렌토 MQ4의 사전계약자 중 47%가 가장 상위 트림을 선택했으며 4세대 카니발의 사전계약자 중에서는 48%가 가장 상위 트림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제조사들이 사전계약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사전계약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프로모션이나 혜택을 제공하는 제조사들도 많다. “사전계약에 성공한 차는 판매 실적에서도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체 판매량과 연관성이 깊기 때문이다. 사전계약 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이를 전체 판매량으로 이어가는 것은 많은 제조사들의 목표다.

매번 늘어나는 사전계약 수
신차 출시 때마다 기록 경신

제조사의 전략이 적중했는지 사전계약을 통해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 출시된 신차들의 사전계약 실적을 확인해보면 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더 뉴 그랜저가 사전계약 시작 하루 만에 1만 7,294대라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새 역사를 쓰더니 쏘렌토 MQ4가 1만 8,941대를 기록하면서 이를 경신해 버린다.

심지어 최근 출시된 4세대 카니발이 사전계약 하루 만에 2만 3,006대라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이뿐만 아니라 아반떼, 투싼 등 내놓는 신차들마다 하루 만에 1만 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사전계약이 1만 대 미만인 차는 실패작이다”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니
사전계약 수가 늘어나고 있다

길어진 출고 대기 기간도 사전계약 수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인기 차종에 대한 수요가 몰리자 출고 대기 기간이 수개월로 늘어나다 보니 답답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사전계약의 경우 신차를 가장 빨리 출고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 사전계약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신차를 구매해놓고 출고를 기다리는 것은 굉장한 고역이다. 특히 ‘빨리빨리 민족’이라고 불리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대 이상이 계약되니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출고를 받기 위함 몸부림인 것이다.

검증 없이 차를 구매하니
수많은 결함이 등장한다

겉으로만 보면 소비자나 제조사나 사전계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장점이 가득한 좋은 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씁쓸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실물을 보지도 않고 검증도 안 한 채로 차량을 구매하니 수많은 결함이 등장한 것이다. 심지어 “이미 구매를 진행했으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할 빌미를 제조사에게 제공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확인도 안 한 채로 구매해놓고 징징대니 이해가 안 간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몇몇 소비자들은 집을 구매하는 상황에 빗대어 비판하기도 했다. “집을 구매할 때 모델 하우스도 안 보고 덜컥 구매해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거냐”라는 것이다. 실제로 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재화이니 이러한 말이 가지는 설득력이 크다.

“대충 만들어도 차는 팔린다”
안일함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신차들에서 튀어나오는 연이은 결함이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물도 보지 않고 상세한 검증도 없이 덜컥 신차를 구매해 주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충 만들어도 차는 팔린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차들에서 연이어 결함이 터져 나오는데 사전계약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와 더불어 “도대체 결함 있는 차를 왜 자꾸 사주는 거냐”와 “대안이 없다는 말도 이제는 핑계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전계약이 낳은 부작용에 소비자들끼리 싸우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안전과 직결되는 기계장치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한다

일각에서는 “도대체 왜 스스로 베타테스터가 되려고 하는 거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자동차는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한 기계장치이며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재화다. 이런 재화를 실물로 확인조차 안 하고 덜컥 구매해 버리는 것은 굉장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차량 결함에 대해 제조사를 비판하기보다는 소비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내 차는 아니겠지”, “뽑기를 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대충 차를 구매해놓고서 결함이 터진 후에야 안타까워하니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전계약자들은 전부 다 호구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전계약은 제조사에 대한 신뢰
소비자들 바보 만드는 짓은 그만해야

실물도 보지 않고 덜컥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문제지만 제조사의 문제가 더 크다. 사전계약은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실물도 보지 않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전계약 수가 증가할수록 소비자에 대한 혜택도 증가해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조사를 믿고 사전계약을 진행했는데 결함이 나온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제조사가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짓’이다. 신뢰를 지켜 더 좋은 사전계약 실적을 기록하고 이를 전체 판매량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나은 품질을 보여줘야 한다. 소비자들의 신뢰에 대한 제조사의 가장 좋은 대답은 ‘결함 없는 차’일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