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자동차 시장엔 봇물 터지듯이 신차가 쏟아지고 있다. 신차 소식을 하나씩 되짚다 보면, “역대급 사전계약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올해에 출시하는 신차들이 사전계약 대수로 적극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소비자들은 “차를 보지도 않고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냐”라며 의문 제기하는 모습이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현대차 신차의 사전계약 대수는 일주일에 1만대 가량이었는데, 최근에는 하루 만에 1만대 이상 사전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역대급 사진계약의 행진, 그 진상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인턴

1.현대
투싼 풀체인지
최근 출시된 신차들을 살펴보자. 지난 16일, 신형 투싼은 사전계약이 시작된 지 30분 만에 8,000대 계약이 성사됐다. 그리고 꼬박 하루 만에 1만2,000대 이상의 계약을 달성해 현대차 SUV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투싼은 2004년 첫 출시 후, 전 세계 누적 약 700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SUV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신형 투싼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역대급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추었다”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례적인 사전계약 대수에 지금 투싼을 계약하게 되면 올해 안으로 차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상황이다.

2.기아
카니발 풀체인지
기아자동차 카니발은 2만3,000대라는 사상 최대 사전계약을 기록했다. 그리고 출시 이전까지 총 32,000여 대를 판매해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이는 기아차에서 바로 이전에 출시한 신형 쏘렌토가 기록한 18,941대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점점 더 큰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단순 미니밴이 아닌 대형 SUV처럼 보이는 디자인으로 알맞게 반응한 덕분일까. 미니밴이라는 포지션으로 이렇게 높은 사전계약 건수를 보이는 건 굉장히 흔치 않은 일이다.

3.기아
쏘렌토 풀체인지
신형 카니발이 사전계약을 시작하기 이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모델은 바로 쏘렌토였다. 쏘렌토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18,941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했다. 이후 영업일 기준 18일 동안 26,368대의 사전계약 실적을 만들었다. 이는 대략적으로 평균 6개월치의 판매량이 18일 만에 계약된 것이다.

이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계약을 중단했던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었음에도 일궈낸 성과였다. 후에 하이브리드가 계약을 재개하자 계약 재개 첫날에 3,000대 이상의 실적을 내며 엄청난 인기를 증명했다.

법인차, 렌터카, 협력사
이들의 합작이었다
사전계약 대란은 대부분 법인차로 등록되거나, 렌터카 업체가 인수하거나, 협력사를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일명 ‘밀어내기 물량’이 가장 비중이 높다. 출시 초반 다양한 수요가 몰려 역대급 계약 건수를 달성한 뒤, 2~3달이 지나, 일반 고객들 위주로 계약이 이루어질 때는 계약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한 렌터카 업체에서는 4세대 신형 카니발을 예약한 고객 전원에게 111만원 상당의 멤버십 혜택에 첫 달 대여료 30만원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소비자 개인이 사전 계약을 통해 신차를 구매하게 되면 큰 혜택이 없지만, 렌터카를 통해 차를 구매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전적인 마케팅 방법,
학회에도 보고됐다
제조사는 “사전계약 건수가 많으니, 늦게 사면 살수록 오래 기다려야 한다. 빨리 계약해라”라는 식으로 소비자의 신차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제조사들의 고전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한국마케팅학회의 ‘사전예약판매 전략이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2013)’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사전계약을 하는 소비자는 상위트림의 선택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기아차 신형 쏘렌토는 총 사전계약 대수 중 47%가 가장 상위 트림인 시그니처를 선택했고, 신형 카니발은 48% 이상이 가장 고급 트림을 선택했다. 사전 계약률이 높아질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데,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전계약을 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에는 기피했던
신차 정보 노출,
요즘엔 너무 보여준다

이례적인 사전 계약 대란이 가능했던 이유는 신차 출시 이전에 관련 정보가 상당수 공개되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충분한 신차 정보를 사전에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 내외관 디자인의 유출 사진은 물론이고 적용되는 엔진의 성능, 심지어는 새로 추가되는 편의·안전 품목에 대한 정보까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소비자는 실제로 차를 타보지만 않았을 뿐,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제조사들 역시 신차 정보 노출에 한 몫 거들고 있다. 오늘날 제조사들은, 전에는 극도로 기피했던 신차 정보 노출을 사전계약 유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차 출시를 앞두고 티저와 외관, 실내, 가격 등으로 공개 범위를 넓혀가며 소비자 관심이 끊기지 않도록 조절하는 모습이다.

사전계약 고객은
베타테스터?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주목시키며 사전계약을 유도한 결과, 최근 사전계약 대수은 말 그대로 폭증했다. 이에 일각에선 시승도 해보지 않은 채 폭증하는 사전계약 수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최소한 시승이라도 해보고 계약해야 하는 거 아니냐”, “허영심이 만든 초고가 베타테스터다”라는 반응이다.

소중한 사전계약 고객이 베타테스터가 되게 하지 않으려면, 제조사들은 소비자에 대한 혜택 증진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실차 검증 과정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만큼, 고객의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사전계약에 대한 제조사의 최고 보답은 완성도 높은 제품이 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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