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 “호명”은 그 사람을 규정하는 행위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김춘수의 시도 사랑을 노래한 시로 유명하지만, 이름을 통해 존재가 규정되는 실존주의적 호명을 담아낸 시구이다. 이처럼 이름은 어떠한 존재를 규정, 규명할 수 있는 지침이자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기존까지 갖고 있던 이름으로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기아자동차의 신형 K7이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새롭게 다지고자 하는 신형 K7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충의 인턴
기아자동차 준대형 세단 K7가
5년 만에 풀체인지를 진행한다
내년 기아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K7이 5년 만의 풀체인지로 돌아올 예정이다. 기존 K7는 동급 라인에서 같은 집안 차량인 그랜저와 경쟁해왔다. 하지만 그랜저의 수요가 페이스리프트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K7은 적수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신형 K7이 풀체인지를 통해 시장에서 잃어버렸던 입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K7은 이번 풀체인지로 그랜저와 차별을 주기 위해 차체 크기를 키우고 첨단 사양을 탑재하는 등 상품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새로운 준대형 세단으로 어필하기 위해 K8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디자인이 변경되었고
차체가 더욱 커졌다
아직 K7 풀체인지에 대한 출시 계획 정도만 밝혀진 단계인지라 신형 K7에 대한 많은 정보가 공개되진 않았다. 하지만 스파이샷을 통해 변화된 K7의 외관 디자인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위장막에 가려진 신형 K7의 차체는 확실히 기존보다 커졌다.
수년 전부터 기아자동차의 정체성이 되어온 호랑이 코 모양 라디에이터의 크기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엔 새로운 패턴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전면 헤드램프 하단엔 위장막 사이로 마름모꼴 패턴이 적용된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혁신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의 마름모꼴 전면 디자인처럼 신형 K7에도 일련의 디자인 혁신이 시도된 것을 보인다. 헤드램프 하단 마름모 디자인은 주간주행등이나 방향 지시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추측된다.
구체적인 사양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파워트레인으로는 스마트 스트림 2.5 가솔린, 3.5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스마트 스트림 2.5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198마력, 최대 토크 25.3kg.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3.5 가솔린 엔진의 경우 최고 출력은 294마력, 최대 토크는 36.2kg.m이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친환경차 관련 플랜을 발표한 만큼, 1.6 가솔린 하이브리드 등의 구성이 장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K8은 지난 2016년
이미 상표 출원을 마쳤다
한편, 신형 K7의 이름이 K8로 변경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기아자동차 내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K7의 새로운 이름으로 거론되는 K8은 사실 지난 2016년에 이미 상표 출원이 진행된 이름이다.
2016년, 기아자동차에서 K8이라는 이름을 상표 출원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사람들은 K8의 이름이 스팅어에 사용될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가 기존 K 시리즈와 차별을 두기 위해 스팅어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면서, K8은 상표 출원만 마친 상태로 남아있었다. 그런 K8가 신형 K7의 새로운 이름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랜저에 밀리던 K7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함으로 추측된다
기아자동차는 다가오는 미래 시대에 대비한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S”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친환경 시대 전기차 사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던 로고도 새로운 비전에 맞춘 레터링 로고로 변경하였다.
기아자동차는 2021년 출시를 앞둔 신형 K7부터 변화된 로고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K8의 이름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비전을 담으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K7에서 K8으로의 이름 변경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기존 K7은 그랜저와 경쟁하던 차종이었지만, 그랜저에 비해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랜저는 2019년 말 진행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중장년층에 국한되던 소비자층을 젊은 층까지 확대시켰다. 이에 그랜저는 올 한 해 동안만 12만 3461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압도적인 자동차 시장의 1위 모델로 우뚝 섰다.
하지만 라이벌 모델로 거론되는 K7의 올해 판매량은 3만 5,796대로 그랜저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때문에 K7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K8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그랜저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던 위치에서 벗어나 그랜저에 밀리는 차량이라는 인식을 타파하려는 전략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국내 네티즌들은
K8 이름 변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형 K7의 이름 변화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먼저 꾸준히 가격을 상승시켰던 국산차의 행태를 비판하며 “이름만 바꾸고 가격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 “K7보다 높은 시리즈라는 인상을 주고 가격을 올리려는 행태이다” 등의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K5와 K8의 간극이 너무 벌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간 차급을 더 출시하기 위한 처사가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사에서 이름으로 차종을 구분하던 것을 예시로, 국산차의 질서 없는 이름 체계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너희가 지금 이름 바꿀 때냐?”라며 잦은 결함을 지적하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기존에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는 것도
분명한 부담이다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상당히 큰일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부담은 물론, 기존의 이름을 쌓아왔던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는 것 또한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만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아자동차는 현재 새로운 로고 적용을 위해 6천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사용하면서까지 미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자동차가 부담을 이겨내고 K8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