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쌍용차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올 뉴 렉스턴은 사전계약으로만 5,000대를 넘게 판매했으며, 현재 차를 출고 받으려면 한 달을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렉스턴의 흥행 덕분에 평택공장도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더불어 쌍용차는, 최근 레벨 3 수준 자율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현대차보다도 더 빠르게 양산형 레벨 3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쌍용차가 현대차보다 빠르게 신기술을 선보인다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쌍용차가 준비 중인 반자율 주행 기술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젊은이들의 드림카였던 코란도
강인함의 상징이었던 무쏘
그때 그 시절 쌍용차들
잠깐 2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00년대 초반 쌍용차는 국산 SUV 명가로 불리며 다양한 명차들을 만들어냈다. 90년대를 휩쓴 지프 코란도부터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통했던 2세대 코란도 역시 대흥행의 주인공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기술을 듬뿍 집어넣은 무쏘는 쌍용차의 마초 이미지에 불을 지핀 모델이다.

이 차량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냐면,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차들 그대로 부활시켜서 다시 출시해도 지금보단 훨씬 잘 팔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개성이 강했던 옛날 쌍용차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플래그십 SUV 렉스턴도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떳떳하게 대한민국 1%만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SUV 이미지를 내세운 렉스턴 역시 쌍용차의 SUV 플래그십 라인업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당시 현대 테라칸이 렉스턴과 경쟁했으나, 많은 소비자들은 “그래도 SUV는 역시 쌍용차지”라며 렉스턴의 손을 들어줬다.

많은 제조사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통적인 프레임 타입 SUV를 버리고 모노코크로 넘어가던 시점이었지만, 쌍용차는 렉스턴의 프레임바디를 유지했고, 렉스턴 2까지 출시하여 연이은 흥행에 성공했다. 모하비가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중반까진 국산 SUV의 끝판왕이었다.

신차였던 로디우스
무쏘 후속 카이런
코란도 후속 액티언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쌍용차의 흥행은 딱 2000년대 중반까지였다. 2004년 쌍용차 최초의 미니밴 콘셉트로 출시된 로디우스는 대한민국 11인승 미니밴의 장을 연 모델이었지만, 역대급으로 못생긴 자동차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시간이 흐른 지금도 디자인이 못생긴 자동차를 손꼽을 땐 매번 순위급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후 2005년에 무쏘 후속으로 출시된 카이런과 뉴 코란도 후속으로 출시한 액티언마저 대실패를 거두었다. 쌍용차의 주축을 담당하던 핵심 모델 두 대가 모두 절망적인 판매량을 기록했고, 야심 차게 출시한 미니밴마저 몰락했으니 쌍용차로썬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코란도를 부활시켰지만
병살타가 되어버린 상황
이후 2011년 코란도라는 이름을 부활시켜 출시한 코란도 C는 쌍용차에게 병살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코란도의 부활이자 액티언 후속 모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 코란도 C는 과거 코란도의 상징이었던 프레임 바디를 버리고 모노코크 타입 전륜 기반 SUV로 등장했으며, 이에 아이덴티티가 많이 희석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 역시 기존 코란도와의 연결성을 크게 살려내지 못하고, 운동성능이나 상품성 또한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코란도 C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렉스턴이나 체어맨은 노후화가 진행되어 코란도가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쌍용차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티볼리 성공 이후
패밀리룩을 적용한
코란도, 렉스턴도 실패했다
그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던 쌍용차가 2015년엔 티볼리를 출시하며 실로 오랜만에 대흥행에 성공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던 소형 SUV 시장에 티볼리가 등장하여 많은 소비자들이 열광했고, 저렴한 가격 대비 괜찮은 자동차라는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티볼리의 성공에 심취한 나머지 쌍용차가 다른 모델들에도 티볼리 이미지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2017년에 등장한 G4 렉스턴은 티볼리 대짜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상대적으로 라이벌 대비 부족한 편의 사양과 파워트레인이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작년에 출시된 코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당연히 두 차 모두 실패로 이어졌다.

대기 기간만 한 달
흥행에 성공한 올 뉴 렉스턴
올해 제대로 된 신차 출시가 없어 부진을 면치 못하던 쌍용차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 사전계약을 실시한 뒤 15일 만에 누적 계약대수 5,000대를 기록한 것이다. 쌍용차 입장에선 안 그래도 신차 부재로 인해 부진을 겪고 있었던 만큼 올 뉴 렉스턴은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한숨 돌린 셈이다.

올 뉴 렉스턴은 기존 모델보다 조금 더 강인한 느낌을 선사하는 외모와 파워트레인 변경, 안전 편의 사양을 대폭 추가한 덕분에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G4 렉스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판매량은 최하위권
연이은 신차 출시로
박차를 가해야 할 때
하지만 렉스턴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다채롭지 못한 라인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모델 체인지가 필요할 정도로 상품성이 부족한 모델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산차 브랜드별 판매량을 집계해보면 쌍용차가 7만 170대를 판매해 업계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때 효자 역할을 수행하던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 경쟁에서 뒤처졌고, 그나마 렉스턴 스포츠와 스포츠 칸이 선방했지만, 나머지 모델들은 판매량이 매우 저조했다. 코란도는 지난해에 출시되어 아직 모델 체인지를 진행할 계획이 없는 신차임에도 10개월 동안 1만 5,88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내년 상반기 출시된다면
업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쌍용차는 다른 브랜드에서 선보이지 않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이는 레벨 3 자율 주행으로, 최근 쌍용차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코란도를 기반으로 만든 자율 주행 레벨 3 단계 자동차 임시운행을 허가받았다.

쌍용차는 지난 2017년에도 티볼리 에어를 기반으로 만든 레벨 3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했던 이력이 존재한다. 이번에 임시 운행 허가를 취득 받은 코란도 기반 자율 주행 자동차는 그때보다 훨씬 양산형에 가까워진 기술을 자랑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판매되고 있는 양산차들은 레벨 3 수준 자율 주행을 구현할 수 있는 차가 단 한 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쌍용차가 레벨 3 자율 주행차를 양산하여 판매한다면 업계 최초가 될 수 있다.

레벨 2.5 딥 컨트롤을 넘어선
레벨 3 자율 주행 자동차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가 제시한 자동차 자율 주행 수준을 단계별로 구분해 보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양산차에 적용되는 기술들은 레벨 2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흔해진 차선 이탈 방지 보조와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보조, 같은 시스템을 탑재하여 부분 자율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 레벨 2에 해당한다.

이에 한 단계 더 발전한 레벨 3 수준에선 조건부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도로나 자동차가 스스로 인지 가능한 특정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것이다. 그간 반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불려오던 장비들은 운전자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주행보조 장치로 활용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레벨 3부터는 운전자 개입 없이 본격적인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고정밀 지도 탑재, 측위 정보를
기반으로 한계를 뛰어넘는다
쌍용차는 레벨 3 자율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고정밀 지도와 정밀 측위 정보를 탑재했다. 덕분에 주행 중 차선 유지 및 변경, 차간 거리 및 속도 유지 기능을 모두 차가 스스로 판단해 제어하는 기능을 누릴 수 있다. 고정밀 지도에 입력된 데이터 값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구간에서도 제한속도를 준수하며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톨게이트 구간 주행은 목적지에 따라 고속도로 분기점(JC)과 나들목(IC) 진출입 주행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특히 램프구간의 곡선구간 진입 시 사전에 주행속도를 줄이고 안전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행 안정성 확보와 함께 기계적 이질감을 줄이는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코란도 자율 주행차는 전방 저속 차량 추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특히 차선 변경 시 사각지대에서 장애물 위험이 감지될 경우 운전자 경고 알림 및 차선 변경 정지와 복귀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한층 강화했다.

아울러, 시스템 고장이나 돌발 상황 발생 시 운전자가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시각 및 청각 알림을 발생시키며, 일정 시간 동안 운전자 제어권이 전환되지 않는 경우 위험 최소화 운행을 시스템 스스로 시작한다. 아무리 뛰어난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했을지라도 언제나 도로 위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자동차가 보내는 경고에 주의해야 한다.

제네시스가 노리고 있는
업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다
쌍용차는 “이번에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코란도 자율 주행차는 자율 주행 레벨 3 양산 기술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및 친환경 자동차 기술 개발 강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 시 빠르면 내년 상반기쯤 레벨 3 수준 자율주행이 가능한 양산차가 출시될 수도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 그룹이 내년 말 등장할 예정인 차세대 제네시스 G90에 라이다 2개를 탑재하여 3단계 자율 주행 보조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에, 이보다 쌍용차가 빠르게 양산형 3단계 자동차를 출시한다면 국내 업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단계 자율 주행차와 더불어
전기차도 출시할 계획
하지만, 일각에선 “3단계 자율 주행은 여전히 도로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하여, 실제로 얼마나 뛰어난 수준의 주행능력을 갖출지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자동차 업계에선 5G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변수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여러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면 완전한 자율 주행 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쌍용차는 레벨 3 자율 주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내년 코란도를 기반으로 만든 순수 전기차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국토부 친환경차로 코란도 e-모션이 인증되어 있으며,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도 마친 상태다.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20km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 힘내라”,
“돈 없어도 열일 한다”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
쌍용차의 레벨 3 자율 주행 자동차 임시 주행 허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쌍용차 힘내라”, “돈 없어도 열일한다”, “쌍용이 살길은 먼저 레벨 3 자율 주행을 구축해서 양산화 시키는 것이다”라며 쌍용차를 응원하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도 “다른 차들 다 실패했으니 이제는 지프 코란도 한번 부활시킬 때도 됐다”라며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네티즌들도 다수 존재했다. 렉스턴 페이스리프트로 재미를 본 쌍용차가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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