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한국인들 진짜 대단하다” 4천 짜리 그랜저가 미친 듯이 팔리는 현실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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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배드림)

사람들이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인이나 내구성, 실용성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명품에 돈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파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가 가진 대외적인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고자, 사람들은 고가의 명품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용어가 있다. 차에서 내릴 때 주위에서 쏟아지는 시선, 바로 “하차감”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하차감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던 차량은 그랜저였다. 그런데, 고급 세단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그랜저가 올해만 13만 대 이상이 팔리며 새로운 국민차로 자리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고급차의 대명사 그랜저가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페이스리프트 이전,
그랜저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랜저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며 고급차의 대명사로 자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의 상징이라는 카피에 걸맞은 뛰어난 판매량을 꾸준히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그랜저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2017년, 11만 1,856대의 판매량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던 그랜저는 2018년 8만 8,533대로 판매량이 감소하며 3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2019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판매량이 6만 6,039대로, 전년 대비 2만 대나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 2019년 9월에는 판매 순위가 12위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네티즌 반응이
좋지 않았음에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점점 하락세를 보이는 판매량에 위기감을 느낀 그랜저는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나섰다. 이에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혁신을 예고했지만, 디자인이 처음 공개될 당시만 해도 네티즌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데, 부정적인 네티즌들의 반응과 달리 신형 그랜저는 그야말로 뜨거운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랜저는 출시 한 달 만에 9,843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탈환해냈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19로 잠시 판매량이 주춤하다 다시 판매량을 회복하여 3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꾸준히 한 달에 1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였고, 올해 11월까지 총 판매량 13만 5,109대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중후한 고급스러움과
젊은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해냈다
그랜저가 약 13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민차로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랜저는 지난 2005년, 그랜저 TG 출시 때부터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에서 조금씩 젊은 디자인으로 이미지 탈피를 시도했다. 물론 당시 시장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랜저는 꾸준히 신형 모델을 출시하며 젊은 디자인을 축적해왔다.

그렇게 쌓아온 이미지를 2019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완성시켰다. 기존과 완전히 바뀐 외관을 토대로 중장년층에겐 기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젊은 층에겐 트렌디한 디자인을 어필하며 수요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그랜저는 프리미엄 세단의 자리를 제네시스에게 넘겨주고, 고급형 국민차의 위치에 안착할 수 있었다.

대형급임에도
중형급 쏘나타, K5와
겹치는 가격 구성을 보여준다
그랜저의 전략적인 가격 구성도 판매량 견인의 원인 중 하나이다. 국내 운전자들은 큰 차량을 선호한다. 이는 앞서 말한 하차감과도 어느 정도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랜저는 대형급 차량임에도 하위 트림의 가격이 중형급 쏘나타, K5의 상위 트림 가격대와 겹치도록 출시되었다.

더군다나 그랜저는 하위 트림부터 12.3인치 내비게이션이나 전자식 변속 버튼, 지능형 안전 기술 등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는 등 가격 대비 성능도 나쁘지 않게 출시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격으로 그랜저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 것이다.

법인차 선호가 높다는 점도
판매량의 원인이다
법인차로 판매되는 차량도 무시할 수 없다. 판매량 집계에 포함되는 수많은 요인 중, 법인차의 비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한 해 자동차 시장이 호황을 겪으면서, 제네시스, 벤츠, BMW 등 프리미엄 자동차도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법인차로 고급 세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그랜저는 4~50대 임원들에게 고급차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법인차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 한 매체의 법인차 선호도 조사 결과 그랜저가 1위로 집계되기도 했다. 결국, 개인 자가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좋고, 법인차로 사용하기에도 프리미엄 자동차 대비 꿀리지 않는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뜨거운 시장 반응은
최적의 마케팅 환경을 조성했다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며 쌓아온 고급차의 위상은 중장년 소비층을 공략하기에 더없이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꾸준히 시도해왔던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은 젊은 층의 호응까지 이끌어냈다. 여기에 중형급 차량과 겹치는 가격 구성으로 뜨거운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전부터 축적된 이미지, 합리적인 가격 구성, 시장 반응 등 3가지 요소를 토대로 이끌어낸 시장의 반응은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의 전략적인 배치로 비슷한 이미지의 동급 경쟁 모델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이런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그랜저는 기존 자동차와 격차를 벌리고 지금의 국민차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 대비 그랜저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이미지 변신, 전략적인 가격 구성, 높은 법인차 선호도, 즉각적인 시장 반응으로 인한 마케팅 전략 등 그랜저의 성공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이런 요인들을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 배경적인 원인이 있다. 바로 물가 상승률 대비 크지 않은 자동차 가격 상승률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9년도 월평균 가계 소득으로 계산했을 때 그랜저를 구입하기 위해선 7.4개월 동안 월급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평균 월급을 6.4개월만 모아도 그랜저를 구입할 수 있다. 경제 성장으로 가계 소득은 증가했지만, 가격 상승률은 크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 그랜저 성공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변화는 하나의 생존전략,
내년에도 혁신이 이어질까?
변화 없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 이에 그랜저는 생존 전략으로 변화를 선택했다. 그랜저의 혁신적인 변화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그랜저는 그 답을 결과로 증명해냈다. 내년에는 동급 경쟁 모델인 기아자동차 K7의 풀체인지가 예고되어 있다.

그랜저의 경쟁 모델로 애매한 입지를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K7. 때문에 K7은 K8로 이름을 바꾸고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를 예고하는 등, 나름의 생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과연, 올해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그랜저처럼 내년에도 시장에 혁신이 불어닥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내년 자동차 시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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