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간판 내리겠습니다” 작정한 기아차의 계획이 현실이 되면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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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배드림)

‘속담’엔 우리말을 쓰며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와 처세술이 담겨있다. 요즘 같았으면 자기 계발서에 담겼을만한 내용이 짧은 한 문장으로 압축되어 들어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가 언어 환경을 지배하는 시대에 이런 속담들은 점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형만 한 아우는 없다”던 옛말도 요즘은 형을 뛰어넘는 아우들이 속출하고 있어, 이제는 경쟁을 통해 누구던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대임이 증명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기아차를 언급할 수 있겠다. 기아차는 그간 꾸준히 서자 취급을 받으며 형을 뛰어넘을 수 없는 아우의 운명을 가졌었지만, 요즘은 형을 뛰어넘으려는듯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간판까지 내리며 새 출발을 예고한 기아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사명 변경 선언한 기아차
기아자동차가 사명을 변경한다. 송호성 기아차 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새 브랜드 론칭과 관련된 발표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새롭게 바뀌는 사명은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뺀 기아가 유력한 상황이다.

자동차 회사가 사명을 바꾸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나마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닌 ‘자동차’라는 단어만 빼는 형태로 변화를 맞이할 예정이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갈 전망이다.

작년부터 예고됐던
엠블럼도 함께 교체된다
사명과 함께 작년부터 교체가 예고됐던 엠블럼 역시 새로운 형태로 교체된다. 최근 3D에서 평면을 강조한 2D 형태 엠블럼으로 변경하는 것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다. 이는 자동차 디지털화와 전동화에 따른 미래차 디자인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3D 엠블럼은 갈수록 크기가 커지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로고를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렵고 직관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기아차는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매진 바이 기아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엠블럼을 공개했다. 당시 기아차가 엠블럼을 드디어 바꾼다는 소식이 퍼져나갔으며, 이를 확인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결국 1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새 엠블럼 상표권이 등록되었으며, 기아차도 공식적으로 엠블럼 교체 의사를 밝혀 사실화됐다.

(사진=보배드림)

최근 본사 건물의 간판도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초부터 등장할 새로운 사명과 엠블럼으로 교체 작업을 위해 최근 기아차 본사 건물의 간판이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살펴보면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건물에서 기아차 엠블럼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쌍둥이 빌딩으로 불리는 현대기아차 사옥에는 현대차 간판만 멀쩡하게 붙어있었고, 기아차 간판은 사라진 채 휑한 모습만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년 새 엠블럼과 사명을 공개한 뒤 새로운 간판이 올라갈 전망이다.

쏘나타를 이긴 K5
싼타페를 이긴 쏘렌토
인상적인 주력 모델 판매량
최근 기아차는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이것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어 일부 주력 모델들은 라이벌 현대차를 판매량으로 제치는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지난해 출시된 중형 세단 신형 K5는 올해 쏘나타를 판매량으로 완전히 제압하여 국산 중형 세단 일인자로 우뚝 섰다.

중형 SUV인 쏘렌토 역시 지난해 국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싼타페를 판매량으로 짓눌렀다. 올해 3월 신형으로 탈바꿈한 쏘렌토는 싼타페보다 나은 상품성과 디자인을 자랑했다. 이에 현대차는 싼타페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쏘렌토에 대항했지만 쏘렌토의 아성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엠블럼, 사명 동시 교체는
‘플랜 S’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아차가 엠블럼과 사명을 동시에 변경하는 이유는 더 이상 자동차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플랜 S’에 포함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엠블럼은 지난해부터 변경이 예고되어 있었으나, 사명을 함께 바꾼다는 소식에 자동차 업계에선 “기아차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아차의 중장기 전략인 플랜 S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사업의 체질 개선 및 미래 사업의 리더십 확보로 수익성을 확대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2025년까지 총 29조 원을 투자하며 영업이익률은 6%, 자기자본 이익률은 10.6%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치로 잡았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종 풀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6.6% 달성과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수십 개의 신규 상표도 등록했다
기아차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연말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이달 중순부터 특허청에 수십여 개의 신규 상표를 등록했다. 새롭게 등록된 상표들을 살펴보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육상, 해상, 항공을 통해 이동하는 다양한 수송수단에 대한 상표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내비게이션, 무선 네트워크 관련 상표도 취득하여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할 것임을 예고했다.

로봇 하드웨어와 연료전지, 항공기 관련 특허와 에너지 가공업 특허들도 추가된 것을 보면 기아차의 미래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다.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출시가 예고된 신차들에
신규 엠블럼이 적용된다
내년 초 새로운 기아가 출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당장 전국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사옥과 대내외 자료까지 모두 수정 작업을 거친다. 모든 엠블럼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가 예고된 신차들에도 신규 엠블럼이 적용된다. 새로운 기아 엠블럼을 적용하는 첫 자동차는 풀체인지를 맞이하는 신형 K7이다. 최근 이름을 K8로 변경하며 고급화를 거친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맞이하는 플래그십 세단 K9 역시 새 엠블럼이 적용될 전망이다.

굵직한 신사업 추진으로
회사의 정체성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최근 기아차가 등록한 새로운 상표권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아는 앞으로 굵직한 신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회사의 정체성 자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했다. 브랜드 슬로건 역시 ‘Movement that inspires’로 자동차라는 한정된 사물에서 벗어나 폭넓은 이동을 지향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중요한 것은 형제그룹은 현대차와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내년 초 친환경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론칭하여 신제품 확대에 주력한다. 그러나 기아차는 자동차 공유경제와 전자상거래 등의 새로운 수요 확대를 캐치하여 목적 기반 모빌리티 시장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기아의 플랜 S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어 순항한다면 결과적으로는 현대차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2020년 현재 분위기를 살펴봐도 일부 주력 라인업은 이미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서는 형국이며, 디자인도 기아차는 패밀리룩을 잘 정착시켰지만 현대차는 아직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이제 현기 말고 기현 하자”라며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모든 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만약 미래 사업 측면에서도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앞서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네티즌들의 말대로 현대기아차가 아닌 기아 현대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멋지고 좋은 차 만들어서 대박나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네티즌들
기아차가 사명을 변경하고 신규 엠블럼을 선보임과 동시에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발표에 많은 네티즌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멋지고 좋은 차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이제 믿을 건 기아차밖에 없다”, “차 잘 만들어서 대박나라”, “일찌감치 전기차 시대에 맞게 엠블럼 바꾼 기아차 칭찬한다”,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서 국위선양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는 반응들이 이어진 것이다.

올해 기아차가 출시한 신차들이 연이어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며 네티즌들 역시 현대보다는 기아차를 향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좋은 분위기에 힘입어 엠블럼과 사명 교체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겠다.

(사진=보배드림)

“지금 엠블럼 바꿀 때가 아니다”
내실 다지기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
그러나,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감만큼이나 걱정되는 부분들도 존재했다. 기아차가 사명과 엠블럼을 변경한다는 소식에 모든 네티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금 엠블럼 바꿀 때가 아니지 않냐”, “미래 차도 좋지만 지금 만드는 내연기관 차부터 잘 만들자”, “지금 나오는 차도 문제가 많은데 앞으로 나올 전기차들은 어떤 결함이 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길 바란다”는 반응들을 보이기도 했다.

엠블럼과 함께
질 좋은 서비스도 같이 개선돼야
네티즌들의 반응처럼 현대기아차는 올해 출시한 대부분의 신차에서 품질 및 결함들이 발생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결함 발생과 동시에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소비자들을 분노에 휩싸이게 만드는 제조사의 대처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많은 네티즌들이 “엠블럼 바꾸는 건 좋은데 그전에 질 좋은 서비스부터 개선해야 한다”라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고
잘하는 부분은 더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기아차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네티즌들도 많은 반면,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네티즌들도 많았다는 점으로 보아 기아차는 부족한 부분을 확실하게 개선하고 잘하고 있는 부분은 더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훌륭한 기업이 되려면 먼저 탄탄한 바탕이 되는 자국 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진취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아차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마냥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는 옛 속담을 되새기며 글을 마쳐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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