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란 무엇일까? 요즘은 럭셔리와 프리미엄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단어다. 럭셔리란 구 절대왕정 시대 귀족들의 호화스러웠던 정통 고급을 칭하는 말이라면, 프리미엄은 시민 혁명 이후 세력을 잡게 된 부르주아들이 귀족의 럭셔리를 동경해 모방하여 나온 포스트 럭셔리 개념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논하자면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정도가 있겠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칭하자면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같은 제조사들을 언급할 수 있겠다. 국내에도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존재한다. 그런데 제네시스는 정말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지난해 제네시스에서 발생한 결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가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주저 없이 브랜드 가치라고 대답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는 스스로 외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대중들이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선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브랜드 가치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매번 벤츠가 언급된다. 오랫동안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려온 메르세데스 벤츠는 그저 브랜드 이름 하나만으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아무리 차를 대충 만들어서 판매하더라도 “벤츠니까 기본은 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역시 브랜드 가치의 힘이다. BMW가 아무리 차를 잘 만들어서 내놓더라도 벤츠의 영역을 넘볼 수 없는 것 역시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좋은 품질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영역에선 해당 브랜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한 색이 필요하다.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 스포티함의 대명사인 BMW, 조명회사… 가 아닌 벤츠와 BMW 다음으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편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아직 이런 제조사들과 경쟁하기엔 쌓아온 헤리티지도, 기술력도 부족하다. 현대차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기술력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은 거의 없다. 이런 후발주자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선 좋은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하면 정숙성과 품질이 곧바로 떠오를 정도인 것을 생각해 보자.
제네시스가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꼭 해결해야 할 숙제
그러나 제네시스가 과연 품질이 정말 좋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거 같다. 지난해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들에선 연이어 품질 문제 및 결함이 발생하고있기 때문이다.
신차에선 어느 정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제네시스가 선보인 신차들에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출시한 차가 결함으로 곤욕을 치르는 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 공식 리콜만 8회
GV80에서 발생한 결함들
실제로 지난해 1월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 GV80은 출시 이후 공식적인 리콜만 무려 8회를 진행했다. 작년 2월 27일엔 ISG 로직 설정 오류로 변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ECU 업데이트 리콜을 실시했고, 4월 20일엔 계기판 내 차로 변경 보조 고장 문구 표출 조건 미반영으로 이 역시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엔 인젝터 조립 불량, 고압펌프 문제, ECU, 주행 가능 거리 표시 장치 문제, 주차 통합 제어기 등 총 6건의 리콜을 추가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9월 15일에 실시된 고압펌프 관련 리콜은 고압펌프 가공 시 발생된 바로 인해 구동부 마모 및 연료 압력 형성 불량 발생 시 연료 공급이 안되어 시동이 꺼질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한때 디젤 모델은
출고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작년 6월엔 GV80 디젤 모델의 출고가 돌연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출고 중단 사유는 일부 차량에서 발견된 간헐적 진동 현상 때문이었는데, 원인을 밝히고 조치를 취해야 함에 따른 출고 중단이었다. 당시 주행거리가 3,000km도 되지 않은 GV80 디젤 차량 일부는 엔진에서 심한 진동이 발생했고, 카본 찌꺼기가 누적되어 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현대차는 약 2달간의 문제 해결 과정을 거쳐 8월이 되어서야 출고를 재개했다. 당시 현대차는 “GV80 디젤차 일부 차량 진동 현상에 대해 유효성 검증을 완료한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제네시스 완성도 수준이 딱 이 정도인 것이다”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최근 기준치의 1.7배에 달하는
유해 물질 톨루엔이 검출되기도
이후 큰 결함 없이 잠잠하나 싶던 GV80은 최근, 기준치의 1.7배에 달하는 유해 물질 톨루엔이 검출되어 또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자동차 외장 도료와 내부에 있는 플라스틱 등 석유로 만들어지는 재료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톨루엔은 장기간 노출될 시 눈 떨림, 두통, 어지럼증, 기억력 감퇴, 운동 능력 하락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엄격한 관리 기준을 적용받는다. 신차에선 1㎍/㎥(1㎍은 백만 분의 1그램) 이하로 나와야 합격이다.
그러나 GV80에선 실내에서 기준치를 넘긴 톨루엔이 검출되었다. 국토부 조사 결과 GV80은 1세제곱미터당 1,742.1마이크로그램이 검출되어 기준치의 1.7배 수준이었다. G80은 112.6㎍으로 정상수치였다. 탑승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유해 물질이 기준치를 넘긴 것이라 큰 문제다.
GV80에 준하는 결함 사태
G80에서 발생한 문제들 살펴보니
GV80뿐만 아니라 G80 역시 수많은 결함 및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출시와 동시에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그에 준하는 역대급 결함 사태도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GV80에 존재하던 소프트웨어 오류는 G80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했으며, 일부 차량은 시동 꺼짐, 먹통 증상이 발생됐다. 또한 최근엔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도 발생하여 누리꾼들 사이에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장마철엔 도어 포켓 주변에서 마치 걸레가 썩은듯한 악취가 나는 문제도 발견됐었다. 당시 G80 차주들은 “창문을 열고 주행하면 정말 이상한 냄새가 나서 동승자를 태우기 민망할 정도다”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확인 결과 도어 스피커 흡음재가 창문 틀 사이로 스며드는 약간의 빗물을 머금으며 썩기 시작해 발생하는 악취였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출시한 자동차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언급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출시 후 2년이 지난 플래그십 세단
G90은 ECU 문제로
리콜을 진행했다
국산차 중 가장 비싼 플래그십 세단. G90도 리콜의 늪을 피해 갈 수 없었다. 2018년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된 G90은 작년 12월, ECU 관련 리콜 조치를 시행했다. 리콜 내용을 살펴보면 ECU 누설 검사 장비의 밸브 조립 불량으로, 기밀 문제가 있는 ECU를 검출하지 못해 내부 수분이 유입되어 시동 불가 및 주행 중 시동 꺼짐이 발생될 수 있는 가능성에 따른 리콜이었다.
주행 중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는 이유는 워낙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함과 동시에, 탑승객들의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수많은 리콜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많은 리콜과 무상수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를 호소하는 차주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GV80과 G80을 타는 여러 차주들은 품질 문제 및 방전, 시동 꺼짐, 엔진 진동 현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막 출고가 시작된 GV70이나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G70에선 결함 관련 내용들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품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출시한 자동차를 구매하며 소위 말하는 뽑기가 잘 되길 기도해야 하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