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인 퍼주기였을까, 대중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정책이었을까? 저변 확대를 위해 정부가 내세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꾸준히 실효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일각에선 “부자들이 사는 전기차에 왜 혈세를 투입하여 지원해 주냐”라고 비판했고, 이에 “보조금 없으면 누가 전기차를 사겠냐”라며 반박하는 의견들이 대립하며 갑론을박이 이어진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차량 가격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부자들이 구매하는 고가의 전기차엔 보조금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진정한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 서민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에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전기차 보조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지난해 국내에서
1만 1,003대 판매되며
보조금을 싹쓸이한 테슬라 모델 3
2020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크게 웃은 제조사는 테슬라였다. 2019년까지는 주력 모델이던 모델 S가 소소하게 판매됐으나 1억이 넘는 가격 때문에 그리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2020년 6천만 원 대로 구매할 수 있는 모델 3가 출시되면서 테슬라 판매량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모델 3는 1만 1,003대이며, 테슬라 코리아의 2020년 전체 판매량 1만 1,826대의 93%를 차지했다. 2019년 총 판매량 2,430대에 불과했던 테슬라의 놀라운 성장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
1/4를 차지한 테슬라
작년 상반기에만 보조금 900억 혜택받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슬라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모델 3로 보조금 900억 원을 챙겼다. 모델 3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자 결국 한 해의 절반 지나가는 시점에 전기승용차 보조금 2,092억 원의 절반 수준이 사라진 것이다.

테슬라는 아직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양한 전기차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대로 파고들어 어마 무시한 흥행을 기록했다. 올해는 모델 3의 SUV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 Y도 출시하여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예상보다 저렴하게 출시된 모델 Y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1억짜리 전기차
모델 S에도
보조금이 지급되어 논란
그런데, 테슬라가 보조금을 싹쓸이하자 “고가의 전기차에 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냐”라는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차량 가격만 1억 원이 넘어 일반인들이 구매하기 어려운 모델 S에도 보조금이 지급되다 보니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모델 X는 인증 문제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테슬라가 지난해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보조금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국민 혈세가 외국 기업에게 돌아갔다는 말은 사실이다. 또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부자들이 구매하는 1억 원 이상 전기차에도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에도 많은 소비자들은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고가의 전기차는
세컨드카 개념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많은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를 구매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있는 상황에서 세컨드카 개념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테슬라는 더더욱 그렇다.

보조금을 지급받더라도 내연기관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의 가격 역시 “부자들이 타는 자동차”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애초에 세컨드카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자동차이다 보니 “부자들이 사는데 굳이 보조금을 지급해 줄 필요가 없다”라는 주장들이 생겨난 것이다.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
정책이 잘못되었다며
비판하는 소비자들
그간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비판해온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혈세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애초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전기차가 수입차인 테슬라인데 보조금을 지급받고도 6천만 원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테슬라는 여전히 일반 서민들이 노리기엔 버겁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왜 국민들이 낸 세금을 부자들이 구매하는 전기차에 몰아주는지 모르겠다”라며 “이럴 거면 차라리 보조금 자체를 없애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들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서민 주머니 털어서 부자들 지원하는 모든 종류의 보조금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줄 거면 차별 없이 다 주는 게 당연”
큰 문제 없다며
반박한 소비자들
그러나 이에 반박하는 소비자들도 꽤나 많아 양측 간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그들은 “보조금을 줄 거면 차별 없이 모두에게 다 주는 것이 공평하고 당연한 일이다”라며 “보조금을 받아도 비싼 차를 타면 많은 세금을 내는데 그걸 부자를 위한 제도라며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라고 밝혔다.

또한 “비싼 차를 탄다고 보조금을 주면 안 된다는 논리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그럴 거면 차라리 공평하게 전기차 보조금 자체를 없애는 게 맞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측의 논리가 모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논란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 지급 구간을
세 단계로 나눈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정부는 개정안을 꺼내들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차량 가액 6천만 원 미만 전기차는 보조금을 100% 지원하며, 6천만 원 이상 9천만 원 미만 전기차에는 50%만, 9천만 원 이상 고가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

법이 개편됨에 따라 이제 1억 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 S, 아우디 E트론 같은 전기차들은 더 이상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그간 꾸준히 논란이었던 고가 수입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고가 전기차 지급 중단과
보급형 모델의 대중화를 위한 정책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며 “전기차 가격 인하 유도와 함께 보급형 모델을 육성하기 위해 개편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보조금 정책의 특성상 수입 브랜드들의 가격 인하 유도를 시도함과 동시에, 6천만 원 이하인 대중적인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보조금 지급률은 점차 줄여나갈 계획”도 같이 언급했다. 현재 국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2022년까지만 유효하며, 이후 별다른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2022년 이후로는 전기차 보조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전망이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보조금을
차량 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해왔다
전기차 보조금을 차량 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이 정책은 이미 다른 선진국들에서 시행 중인 정책이었다. 자동차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독일은 6만 5,000유로를 넘는 전기차들은 보조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한화로는 약 8,700만 원 정도다.

소형차 천국 프랑스는 한국과 비슷한 기준인 4만 5,000유로 미만 전기차엔 보조금 1,200만 원을 지급한다. 6만 유로 이상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미국은 6만 달러 이상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었으나, 최근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급화에 힘쓰는 중국은
차량 가격과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전기차 보급화에 힘쓰는 중국은 특이하게 차량 가격에 주행 가능 거리를 더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행거리 기준으로 보면 300km에서 4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에는 약 280만 원을, 4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에는 약 380만 원을 지원한다.

단 30만 위안, 한화로 약 5,100만 원 이상의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하지만 중국 역시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겠다고 밝혀 2020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10%, 20%, 30%씩 삭감한다.

‘국산차 몰아주기’라는
새로운 논란이 불거진 상황
상황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늦은 대한민국 정부는 다른 외국 국가들처럼 전기차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을 이제야 펼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발표되자 “국산차 몰아주기”라며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등장하여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보조금이 50%로 줄어드는 기준 가격인 6천만 원은 테슬라 모델 3를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가 곧 출시할 아이오닉 전기차가 모델 3의 라이벌이며, 6천만 원 이하로 출시되어 보조금을 전액 지원받게 되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어려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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