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같은 제조사가 만든 동일 모델인데 어떤 차는 3천만 원, 어떤 차는 1억에 가까운 금액을 자랑하기도 한다. 3천만 원짜리도 있다고 하니 값비싼 슈퍼카는 아닐 거 같고, 일반적인 승용차라기엔 이 정도로 금액 차이가 큰 자동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의 주인공은 미국 픽업트럭의 대표주자인 포드 F150이다. 누군가에겐 “상남자의 자동차”로 불리기도 하는 이 픽업트럭은 실제로 사양에 따라 매우 저렴한 3천만 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옵션을 추가한다면 1억 원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놀라운 자동차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포드 F150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국산 픽업트럭의 대가
렉스턴 스포츠가 존재한다
흔히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픽업트럭’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우락부락한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국내에서 장수한 국산 픽업트럭도 존재한다. 현재 렉스턴 스포츠로 판매되고 있는 쌍용의 픽업트럭이 주인공인데, 무쏘 스포츠부터 명을 이어온 쌍용 픽업트럭의 역사는 어느덧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수십 년간 픽업트럭만 만들어온 미국산 정통 픽업트럭들과 성능을 비교하기는 민망한 수준이지만 그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 대비 성능을 자랑하는 렉스턴 스포츠는 분명 가성비 좋은 픽업트럭이다. 국내에서 렉스턴 스포츠를 정확하게 대체할 만한 자동차는 없다.

지난해 미국 정통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글래디에이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렇게 쌍용의 독주가 이어지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쉐보레가 2019년 8월 쉐보레는 정통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국내에 선보였고, 작년 부분변경을 거친 2021년형 모델을 출시하며 판매량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렉스턴 스포츠를 견제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지난해 콜로라도는 연식변경을 거친 2021년형이 1,777대, 기존 모델이 3,272대 판매됐다.

지프는 랭글러와 유사한 외모를 가진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를 국내에 출시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콜로라도보다 비싼 6,990만 원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글래디에이터는 초도 물량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두 수입 픽업트럭의 올해 활약이 주목된다.

“직수입 수요도 엄청나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콜로라도보다 더 큰 미드사이즈 픽업트럭 포드 F150, 닷지 램 같은 모델들도 국내에서 만나보길 희망한다. 이미 많은 직수입 업체들을 통해 이런 미국 트럭들이 직수입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차 제조사들은 국내 도입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올해 포드 코리아는 레인저 출시를 예고했는데 미국 본토에서는 이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 F150은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될 계획이 없다. 직수입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미드사이즈 픽업트럭들을 국내에 진출한 미국차 제조사들이 정식으로 들여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

캡과 적재 공간,
파워트레인과 수백 가지
옵션들을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다
미국에서 매년 가장 많이 판매되는 자동차는 포드 F150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랜저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것처럼 미국에선 F150이 정말 많이 팔린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도 포드 F 시리즈는 미국 시장에서 78만 7,422대 판매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뒤를 이은 쉐보레 실버라도도 59만 5,184대, 닷지 램 픽업도 56만 3,676대 판매됐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포드 F150의 미국 현지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포드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제품 빌드 페이지를 살펴보았다. 픽업트럭을 구매하기 위해선 캡과 적재공간, 파워트레인 등 수많은 옵션들을 선택해야 한다. 가장 기본 사양인 레귤러 캡은 2인승 모델이며, 슈퍼캡은 2인승 뒤에 작은 수납공간이 생긴다. 슈퍼크루캡은 2열이 생긴다. 적재함 사이즈도 총 3종류로 선택할 수 있다.

북미 MSRP 가격 기준
가장 저렴한 모델은
2만 8,940달러 XL 트림
미국 본토 권장소비자가격인 MSRP 기준 가장 저렴한 F150은 기본 사양인 레귤러캡 XL 모델로 2만 8,940달러다. 한화로 약 3,189만 원이니 3천만 원 초반대로 포드 F 시리즈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 사양 가격은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완전한 기본 사양 모델로 만약 한국에서 이런 차를 판매한다면 “안개등도 없는 깡통을 팔다니 대체 차를 팔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비판이 줄을 이을 것이다. 스틸 휠이 생각나는 우스꽝스러운 휠 역시 상남자의 픽업트럭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정도 탈만한
LARIAT 트림은
4만 7,055달러
어느 정도 탈만한 사양을 맞추려면 LARIAT 트림 정도는 선택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2열이 있는 슈퍼크루캡을 선택했다. 가격은 4만 7,055달러다. 한화로 환산시 약 5,186만 원 정도다. 어느 정도 탈만한 픽업트럭을 사려면 5천만 원 이상은 지불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LARIAT 트림엔 V6 2.7리터 에코부스트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다. 추가금을 내고 엔진을 교체할 수 있는데 V6 3.0 터보 디젤 엔진은 4,000달러, V6 3.5 가솔린 엔진은 1,600달러, V8 5.0 가솔린 엔진은 1,000달러가 추가된다. 8기통 엔진이 더 저렴하다. 4륜 구동 시스템을 추가하면 3,425달러가 추가된다. 이 정도면 감이 오겠지만 LARIAT 트림 역시 몇 가지 옵션들을 더 추가해 줘야 어느 정도 수긍하고 탈만한 사양을 갖추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랩터는
5만 3,455달러부터
7만 8,620달러까지
한국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랩터 트림 기본 가격은 5만 3,455달러다. 한화로 약 5,893만 원이다.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랩터 역시 기본 사양으로 타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360’카메라, 토센 디퍼렌셜, 메모리 시트 등이 포함된 802A 럭셔리 패키지를 선택하면 1만 920달러가 추가된다. 4륜 구동은 다행히 기본 사양에 포함되어 있다.

기본 사양인 17인치 알루미늄 휠이 싫다면 1,895달러를 지불하여 다른 디자인을 가진 휠을 적용할 수도 있다. 그 외 적재함 관련 옵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BLIS 시스템 등 다양한 사양들을 모두 추가하다 보면 풀옵션 모델은 7만 8,62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게 된다. 한화로 약 8,667만 원이다.

가장 비싼 리미티드 풀옵션은
8만 1,475달러
1억 원에 가깝다
F150 라인업에서 랩터가 가장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최상위 트림인 리미티드는 7만 825달러부터 시작하며 가장 비싼 풀옵션 모델은 8만 1,475달러다. 가장 사치스러운 미국산 픽업트럭을 사고 싶다면 이 차를 구매하면 된다.

한화로 약 8,982만 원 정도인데 가장 저렴한 기본 모델은 3천만 원 대로 구매 가능하던 자동차가 어느덧 1억 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포드 F 시리즈의 가격대는 이렇게나 다양하다. 가격 범위로만 놓고 본다면 포르쉐도 울고갈 수준이다. F 시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이다 보니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옵션과 트림이 다양하다.

수많은 순정 액세서리와
애프터마켓 부품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표기된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F150을 구매하는 차주들은 높은 비율로 추가적인 튜닝을 진행한다. 다양한 레저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튜닝들이 더해지는데 포드는 이런 수요를 예측해 순정 액세서리로 배드나 적재공간에 펼칠 수 있는 텐트, 카고 박스 등 수많은 장비들을 제공한다.

그렇게 차주들의 입맛에 맞게 커스텀이 되고 나서야 F150은 제모습을 찾아 거리를 누비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탐험할 생각이라면 주행 성능과 관련된 부분들에 대한 튜닝 역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1억 원은 쉽게 넘길 수 있는 경우들이 많다.

랩터를 국내로 들여오면
1억 원이 넘는 이유
현재 국내에서 F150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미국에서 차를 구매하여 수입해오거나, 직수입 업체들을 통해 들여온 모델을 구매하는 방법밖에 없다. 직수입 신차기준 랩터는 풀옵션에 가까운 모델의 경우 대부분 1억 3천만 원 정도를 호가하며 리미티드 모델은 1억 초반대로 거래가 되고 있다.

북미시장 MSRP 가격과 비교해보면 너무 비싼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국으로 차를 들여오는데 소요되는 물류비용과 인증비용 같은 기타 비용들, 또한 직수입 업체들의 마진까지 생각하면 이 정도 금액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조사들이 정식 수입으로 이런 차들을 들여오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