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가티를 못 사는 게 아닌 ‘안’사는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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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완벽해서 그럴 수도 있고, 워낙 소수만을 위한 자동차이기 때문에 대중들이 알 수 있는 범위가 좁아 구설수가 적은 걸 수도 있다. 코닉세그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타이틀을 심심할 때마다 주고받는 자동차 브랜드, ‘부가티’ 이야기다.


제레미 클락슨, 리처드 해먼드, 제임스 메이… 독설로 악명 높은 이 저널리스트들도 부가티에겐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제레미 클락슨은 부가티 베이론을 타고 도심 레이스를 즐겼고, 리처드 해먼드는 ‘유로 타이푼’ 전투기와 부가티 베이론이 대결하는 명장면을, 제임스 메이는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트’를 가지고 최고 속도 기록에 도전하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모두가 인정하는 하이퍼카, 그러나 우리는 우리는 부가티를 사지 않으려 한다. 전 세계 부자들도 부가티보단 페라리를 많이 찾는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탐사플러스는 전 세계가 인정하지만 우리가 굳이 부가티를 사지 않는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Bugatti | 편집=오토포스트 디자인팀)

우리가 부가티를 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번호판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동차는 좌우대칭이 생명인데 사진처럼 번호판이 왼쪽으로 치우쳐 보기 불편하다. 다음부턴 기사 내용에 이런 농담은 넣지 않으려 한다. 안 하던 것을 하려니 영 어색하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사진 하나를 전달받아 넣게 된 무리수다.

사실 ‘안 사는 이유’가 아니라 ‘못 사는 이유’다. 부가티를 일반 고객들이 사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만약 그 이유가 단순히 ‘돈’이었다면 오늘 이 기사 내용을 내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돈이 많다고 무조건 부가티를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나온다.

7가지 퀘스트를 통과해야
부가티를 손에 쥘 수 있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부가티를 구매하려면 무려 일곱 가지 퀘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중 하나라도 완료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부가티를 구매할 수 없다. 부가티를 구매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일곱 가지 관문은 다음과 같다. 이는 실제로 영국 ‘탑 기어’가 직접 취재한 내용이다.

1. 부가티 영업사원이
차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 있는 고객인지 파악한다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하는 퀘스트다. 부가티를 구매하려면 영업사원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인터뷰하듯 깐깐하게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부가티 영업사원들은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 고객들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한다. 파악이 완료되면 고객과의 신뢰를 쌓은 뒤 구매 절차를 밟는다.

부가티 마케팅 부서 스테판 브룽스는 이에 대해 “우리 고객들 대부분이 자동차 수집가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자동차 40대 이상, 항공기 2대 이상, 요트도 몇 대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전 세계 예술품이나 수집품, 그리고 부동산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고객이 사전 자격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아, 참고로 스테판 브룽스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부가티 판매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2. 몰샤임 성으로 이동하여
부가티 역사 수업을 듣는다
이제부터 에비 구매자가 직접 참여한다. 두 번째 관문은 부가티 역사 수업을 듣는 것이다. 역사 수업은 프랑스 몰샤임에 위치한 성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수업 내용은 에토레 부가티, 에토레 부가티의 아들 진, 부가티가 만든 역대 자동차 등에 대한 것들이다. 고객의 관심에 따라 적게는 5분, 많게는 5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들의 역사와 관련된 물품 중 일부는 공장에 전시되어 있는데, 구매자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만지고, 보고, 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브룽스는 이에 대해 “역사 수업을 10분만 진행할 수도 있지만 가끔 고객들과 대화하다 보면 한두 시간 정도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3. 몰샤임 공장으로 이동하여
엔지니어들의 설명을 듣는다
내가 구매하는 차를 알아가는 것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다. 역사 수업이 끝났다면 몰샤임에 위치하는 부가티 공장으로 이동하여 엔지니어들의 설명을 듣는다. 몰샤임 공장은 시론을 손으로 직접 조립하는 곳이다.

브룽스는 몰샤임 부가티 공장을 “현대식 포뮬러 원 차고와 같은 매우 깨끗한 환경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는 조립 라인에 있는 기술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이어 “고객이 시론의 제작 과정을 느끼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엔지니어들은 고객에게 열정적으로 차량에 대해 설명한다”라며, 공장에서 진행되는 관문에 대해 설명했다.

4. 고객이 직접 테스트 드라이브
이를 통개 최종 구매를 결정
네 번째 관문이다. 고객이 구매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마지막 단계인 테스트 드라이브다. 고객이 직접 운전한다. 다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그날 방문했던 고객 관심사에 따라 진행 여부가 달라지고, 어떤 사람은 20분, 어떤 사람들은 테스트 드라이브만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부가티는 테스트 드라이브를 진행하기 위해 고객들을 지역 비행장이나 작은 테스트 트랙으로 데려간다. 고객들 옆에는 전문 드라이버가 함께한다. 초보 운전자들이 사고를 내진 않을까. 브룽스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다만, 차량이 손상되면 그 차를 직접 구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5. 계약금 3억 원을 지불한다
생산 9개월 전에 두 번째 지불
차 키를 받을 때 나머지를 지불
구매 결정이 끝나면 계약금을 지불한다. 첫 번째 계약금은 2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3억 원이다. 이 계약금과 함께 부가티와 고객 간 계약도 체결된다.

계약금은 총 세 번 나누어 낸다. 위에서 언급한 20만 파운드가 첫 번째, 두 번째는 자동차가 생산되기 정확히 9개월 전에, 마지막 세 번째는 키를 건네받을 때 내는 것이다.

6. 외관과 실내를
구매자 취향대로 꾸민다
계약금이 지불된 뒤에는 구매자가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외관 색상, 실내 가죽 트림 등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다양하다. 브룽스는 이에 대해 “컬러뿐 아니라 구매자들은 컬러뿐 아니라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간혹 받아들이기 힘든 요청을 하는 고객들도 있을 것 같다. 관련 일화로 한 중국인 고객이 시트를 악어가죽으로 마감하도록 요청한 적이 있다고 한다. 브룽스는 이 사건과 관련해 “시트를 악어가죽으로 마감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대시보드를 악어가죽으로 덮도록 타협한 일화도 있었다”라며, “우리 고객들은 매우 합리적인 분들이기 때문에 어려운 요청이 많진 않다”라고 말했다.

7. 완성된 나만의 부가티
이제 인도받으면 된다
몰샤임이나 고객이 원하는 장소
마지막으로, 내 취향대로 완성된 나만의 부가티를 인도받으면 모든 퀘스트가 완료된다. 차량 인도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지만 부가티는 새로운 차주들이 가능한 특별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몰샤임까지 한 번 더 여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다.

부가티 관계자들은 위에 소개 드린 7가지 관문에 대해 “우리는 고객들과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모든 단계들은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 취향에 맞게 아름다운 차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판매한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부가티 소속 ‘플라잉 닥터’들이
지구 끝까지 찾아간다고 한다
일곱 가지 관문이 끝났고, 고객에게 차량 인도가 완료됐다고 해서 부가티가 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일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일종의 애프터 세일즈인데, 부가티는 고객에게 판매한 자신들의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책임져준다고 한다.

부가티에겐 ‘플라잉 닥터(Flying doctor)’라 불리는 전문 정비사 그룹이 존재한다. 차량이 문제가 생기면 플라잉 닥터들이 지구 어디든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주고, 여러 국가에 거주하는 고객들 위해 국제 차량 운송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한다. 말만 들으면 영화 같은데,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부가티가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다. 오토포스트 탐사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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