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현대차가 야심 차게 아이오닉 5를 공개하자 네티즌들은 두 번 발칵 뒤집혔다. 콘셉트카를 쏙 빼닮은 외관 디자인 때문에 한 번, 그리고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주행 가능 거리 때문에 한 번이다. 먼저 외관 디자인에 대해선 대다수가 호평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디자인 중 가장 훌륭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1회 완충 시 주행거리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현대차 스스로 “500km를 넘어설 것”이라며 자신 있게 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실망스러운 수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가 선보인 전기차 아이오닉 주행거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아이오닉 5 보도 자료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대차가 공개한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이 장안의 화제다. 지난 23일 현대차는 비대면 미디어 론칭을 통해 E-GMP 플랫폼을 활용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공개했다. 국내엔 관련 보도자료도 배포가 됐는데, 차량 스펙에 대한 내용들을 자세히 적어놓지 않은 점이 의아했다. 보통 신차가 출시되면 추가된 사양이나 기능들을 위주로 홍보하던 그간의 현대차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오닉 5의 파워트레인은 두 종류의 배터리가 탑재되며 2륜 구동과 4륜 구동 모델로 나누어진다. 국내에는 용량이 높은 배터리를 탑재한 롱 레인지 모델이 출시되며, 정확한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기차에게 가장 중요한 주행 가능 거리나 충전 시간 같은 부분들 말이다.

410~430km
주행 가능 거리를 왜
확실하게 표기하지 않았을까?
현대차 보도자료에 적혀있는 아이오닉 롱 레인지 후륜 구동 모델 기준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10~430km다. 410km 면 410km고, 430km 면 430km 지 왜 이렇게 애매한 범위를 제시한 걸까? 거기에 4륜 구동 모델과 스탠다드 레인지 주행 가능 거리는 표기되어 있지도 않다.

이것은 아직 아이오닉 5가 국내 기관의 주행 가능 거리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주행 가능 거리는 국내 인증 방식으로 당사 내부에서 측정한 결과치를 적어놓은 것이었다. 350kW 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을 80% 충전할 수 있음과 동시에 최대 100km 주행이 가능하다는 정보 역시 국내 기준이 아닌 유럽 WLTP 기준이다. ‘최대’ 100km라고 적어 놓았으니 국내 사양은 이보다 더 짧은 거리일 수도 있다.

500km를 넘어설 것이라던
최근 발표와는 다르게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
아이오닉 5가 공개되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주행 가능 거리다. 전기차에게 있어선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스펙인데 현대차가 E-GMP 플랫폼을 공개할 당시 자신만만하게 500km를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던 수준을 훨씬 밑돈다.

테슬라 모델 3 롱 레인지는 446km던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최근 상품성을 거치며 50km 상승한 496km로 변경됐다. 아이오닉의 경쟁 상대로 불리는 모델 Y 롱 레인지는 511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가 기존에 판매하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과 비교해보면 아이오닉 무게가 10%가량 늘어났지만 배터리 용량은 13%가 늘어났다. 거기에 전용 플랫폼까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행 가능 거리는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차량 특성에 소비자 요구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현대차 공식 입장
현대차가 공개한 주행 가능 거리 410~430km는 롱 레인지 모델 기준이다. 이보다 배터리 용량이 작은 스탠다드 주행 가능 거리는 아예 공개가 되지 않았으나 300km 언저리 수준일 전망이다. 이를 두고 현대차 상품본부장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여러 요소들을 최적화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기준 주행 가능 거리 500km를 넘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밝혔던 현대차의 과거 발언 때문에 국내 주행 가능 거리 기준은 적어도 450km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을 크게 밑돈다. 현대차의 공식 입장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최적화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고 넘긴 셈이다.

SK 이노베이션 배터리의
성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아이오닉 5에 적용되는 SK 이노베이션 배터리의 성능이 부족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으나 이는 크게 타당성이 없는 의문이다. 아이오닉 5에 적용된 배터리는 SK 이노베이션이 제조한 NCM 811 계열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이 8:1:1 비율로 제조됐다. 코나 일렉트릭에 탑재된 NCM 622 배터리와는 다른 사양이다.

같은 NCM 811 배터리를 장착한 수입차와 비교해보면 BMW IX3와 폭스바겐 ID4, 베이징 자동차 아카폭스 알파 T, 광저우기차 아이온 S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WLTP 기준 BMW IX3는 440km, 폭스바겐 ID4는 555km, 알파 T는 653km, 아이온 S는 510km를 달릴 수 있다. 이들 중 ID4는 SK 이노베이션이 제작한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수입차들은 WLTP 기준, 아이오닉 5는 국내 기준으로 당사가 테스트한 결과이지만 배터리 성능 자체에는 주행 가능 거리 500km를 넘기기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코나 화재 사건 때문에
의도적으로 낮춘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
많은 네티즌들은 코나 화재 사건 때문에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주행 가능 거리를 보수적으로 세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나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마진이 거의 없이 무리하게 사용한 배터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나 일렉트릭의 배터리 마진은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했을 시 현저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나 화재 때와 같은 일이 아이오닉에서 반복되는 순간 현대차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기에 최대한 배터리와 주행거리를 보수적으로 세팅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배터리 역시 LG 화학이 아닌 SK 이노베이션 제품을 사용한 것도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면 테슬라보다 나은 게 뭐가 있나”
“기술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아이오닉 5 공개 이후 이를 확인한 국내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디자인에 대해선 좋은 평가들이 이어졌지만, 막상 자동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기나 사양 부분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오닉 5 롱 레인지 주행 가능 거리가 400km 초반대에 머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러면 테슬라보다 나은 게 뭐가 있냐”, “그냥 기술이 떨어지는 걸 솔직하게 말 못 한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말장난하나”,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역시 현대차 기술이 테슬라 따라가려면 멀었다”라는 반응들을 이어갔다.

“코나, 니로 EV랑 비슷한 주행거리
천만 원 더 주고 속지 마라”
라는 반응도 주목받아
일각에선 “코나, 니로 EV랑 비슷한 주행거리 전기차를 천만 원이다 더 주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도 존재했다. OTA 업데이트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차를 구매한지 2~3년이 지나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를 항상 최신 버전으로 유지할 수 있는 테슬라와는 다르게 아이오닉 5는 OTA에 대한 내용이 매우 부실했기 때문이다. 공식 보도 자료에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다수 등장했다. 역대급 디자인을 갖췄지만 상품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아이오닉 5가 정말 테슬라를 견제할 수 있을까?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가는 어떨지 지켜보자.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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