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잠시 옛 학창 시절을 떠올려본다. 고액 과외를 받으며 다니는 학원만 두세 개에, 수업 시간 필기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며 공부에 열중했지만 막상 시험을 치면 성적은 잘 안 나오는, 그런 안타까운 학생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쥐여줘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다.

시선을 국내 자동차 시장으로 돌려보면 학창 시절 그 친구가 문득 떠오르는 자동차가 존재했으니,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인 K9이 딱 그렇다. 모든 현대기아차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첨단 사양들을 대거 탑재하고 가성비까지 좋게 출시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시장에서의 성적은 저조했다. 그런 K9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페이스리프트를 준비하고 있으나, 최근 유출된 테스트카 사진들을 보면 어찌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오늘 오토포스트 스파이샷 플러스는 기아 K9 페이스리프트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1세대와 2세대 모두
K9은 기아에게
혁신이자 자존심인 자동차였다
기아를 대표하던 플래그십 세단, 오피러스의 후속 모델로 개발된 K9은 2012년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륜구동이었던 오피러스와는 다르게,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하여 정통 고급 세단의 상품성을 갖추기 위한 기아의 노력이 묻어난 자동차였다. 길이는 5m를 넘어서는 5,095mm였으나 기아는 E세그먼트 세단들을 라이벌로 지목했으며, 가격대 역시 이들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기아의 자존심이었던 1세대 K9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특히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는데, 안타깝게도 불호라는 반응들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BMW를 닮았다”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전면부는 5시리즈 GT를, 후면부는 7시리즈의 인상이 짙다는 평이 이어졌다. 포지셔닝 역시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은 1세대 K9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상품성을 강화했으나, 실패작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내진 못했다.

뛰어난 상품성과 가성비에도
소비자들은 K9을
선뜻 선택하지 않았다
1세대가 출시되고 난 뒤 6년이 지난 2018년, 2세대 K9이 공개됐다. 1세대의 설욕을 씻어내기 위해 완전히 다른 외모로 태어난 신형은 테일램프 디자인이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닮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상품성은 매우 뛰어났다. 당시 현대기아차에 적용되던 온갖 첨단 사양들이 모두 탑재됐으며, 제네시스 G90에도 없는 디지털 계기판, 국산차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반자율 주행 기술도 탑재됐다.

그럼에도 여전한 가성비를 내세운 2세대 K9은 초반 반짝 흥행에 그친 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에 가성비를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평가도 이어졌으며, 1세대보단 낫지만 여전히 디자인이 애매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또한 프리미엄 세단을 표방하면서도 기아 엠블럼을 달고 있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이번에도 안되면 단종입니다”
이 악물고 부분 변경을 진행한다
출시된 지 3년 차에 돌입한 현재, 기아는 2세대 K9의 페이스리프트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K9은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끝으로 단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기아 입장에선 마지막 도전인 셈이다.

판매량이 워낙 저조함과 동시에 전동화 추세에 맞춰 K9은 단종시킨 뒤 완전한 새로운 신차가 데뷔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가끔 들려온다. 그만큼 기아에게 이번 K9 페이스리프트는 매우 중요하다. 외관 디자인을 풀체인지급으로 변경하며, 옵션 강화를 통해 제네시스를 견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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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아 패밀리룩을
적용한 전면부 디자인
기존보다 한층 젊어진 느낌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인 만큼, K9 페이스리프트 테스트카들이 현재 국내 도로 위를 활보하고 있다. 포착된 여러 사진들을 살펴보면 두터운 위장막에 둘러싸여 있지만, 현행 K9과는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8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기아 세단 패밀리룩이 K9 페이스리프트 전면부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위장막 너머로 보이는 뚜렷한 대형 그릴의 윤곽이 K8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면부 디자인은 현행 K9보다 한층 젊어진 모습으로 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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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후면부 디자인
후면부 디자인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는데,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먼저 트렁크에 있던 번호판은 범퍼 쪽으로 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큼지막한 테일램프가 적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테일램프의 존재감이 매우 인상적이다.

브레이크 등이 K8을 통해 먼저 선보인 것처럼 끝부분이 Y자로 꺾이며 중간 부분은 일자로 쭉 이어진 형태로 점등이 된다. 방향지시등 역시 V자 그래픽을 바탕으로 디자인되었는데, 벌써부터 이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있다.

(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시퀀셜 타입으로 점등되는
방향지시등은 “생선가시 같다”라는
반응들이 이어져
앞서 언급한 방향지시등은 전면부와 후면부 모두 시퀀셜 무빙 타입으로 점등된다. 눈여겨볼 것은 테일램프인데, V자가 촘촘하게 자리 잡은 형태가 순서대로 점등되는 방식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생선가시 뼈 같다”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데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거 같지는 않다”라는 반응들이 지배적이다.

항상 디자인으로 말이 많았던 K9인 만큼, 이번에도 디자인 호불호는 매우 크게 갈릴 전망이다. 오히려 기존 2세대 모델보다 호불호가 더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되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 실내 디자인
“K8이 더 나아 보인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는 외관과는 다르게, 실내 디자인은 기존 틀을 거의 유지할 전망이다. 아직 모든 부분들을 알 순 없지만 포착된 테스트카를 살펴보면 기존 K9과 동일한 돌출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가 이어지는 구조는 아닌 것이 확인된 셈이다. 풀체인지가 아닌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인테리어까지 큰 변화를 주긴 무리였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도 큰 변화를 기대했던 네티즌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저럴 거면 실내만큼은 차라리 K8이 더 나아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며,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 심하게 갈리고 내부는 그대로면 보나 마나 이번에도 폭만 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존재했다.

(사진=K8 KING CLUB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신규 엠블럼 적용과
추가되는 첨단 사양들로
승부수를 던진다
K9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이르면 오는 4월 티저를 공개한 뒤, 5월부터 계약을 실시할 전망이다. 최근 스파이샷을 통해 기아의 신규 엠블럼이 K9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때 소문으로 나돌던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는 소식은 결국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확 바뀌는 외관 디자인에 각종 첨단 사양들을 더해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디자인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되며, 풀체인지가 아닌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사양 변화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사진=’The Palisade’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그러나 이번에도 제네시스를
견제하기는 어려울 전망
한층 젊어진 모습으로 데뷔할 K9 페이스리프트는 제네시스를 견제할 수 있을까? 기아에겐 뼈아픈 존재인 K9이 수난시대를 이어갈지, 시장에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분위기로써는 “이번에도 힘들 거 같다”라는 반응들이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현실적으로 K9이 제네시스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나, 제네시스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포지션은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쏘나타를 제친 K5, 그랜저를 씹어먹는다는 K8에 이어 제네시스까지 견제하는 K9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오토포스트 스파이샷 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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