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정해 놓은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직면한 상황에 맞게 이렇게 저렇게 둘러대는 것을 뜻하며, 일종의 ‘꼼수’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재화에도 이런 식의 언어유희는 많이 사용되는데, 특히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K8이 기아 세단 차량에선 볼 수없던 사전 계약 대수를 기록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하지만 기아가 K8을 광고할 때도 역시나 교묘하게 ‘꼼수’가 숨겨져 있었다.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그저 “좋아졌다” 라는 기아의 달콤한 속삭임에 속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K8에 숨겨진 꼼수에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민창 수습기자
국내 최초 세단 차량 4륜 구동 옵션
‘3.5 가솔린 모델만’ 적용 가능
기아가 이번 K8을 광고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홍보한 부분은 그랜저에도 없는 4륜 구동 시스템을 국산 준대형 세단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AWD시스템은 실시간으로 노면 조건과 주행 상태를 판단해, 탑승자로부터 더욱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하기에 승차감을 중시하는 준대형급 세단에게는 필요한 옵션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이 AWD시스템은 K8 전 모델에서 선택 가능하지 않고 오직 3.5 가솔린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K8의 주력 모델로 점쳐지는 2.5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선택하려야 선택할 수가 없다. 물론 3.5 LPi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그랜저에서도 R-MDPS 방식의 스티어링 휠을 2.5 가솔린 모델에서는 빼고 3.3 가솔린 모델에만 적용시킨 사례가 있다. 결국 K8의 사륜구동 옵션은 기아가 그저 ‘국내 세단 최초 사륜구동 옵션 장착 타이틀’을 얻기 위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HUD와 빌트인 캠
끼워팔기
K8의 옵션 중 HUD+스마트 커넥트 란 이름을 가진 옵션이 있다. 이 옵션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토 디포그, 빌트인 캠, 빌트인 캠 보조배터리, 기아 디지털키, 터치 타입의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로 묶여져 구성된다. 그런데 빌트인 캠, 보조배터리, 터치 타입의 도어 핸들을 같이 묶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빌트인 캠 같은 경우에는 기존 블랙박스에 비해 음성녹음이 안되며 화질, 용량 등 성능 면에서도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그리 선호 받지 못하는 옵션 중 하나이다. 하지만 HUD같은 경우에는 시인성과 편리함으로 한번 이 기능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에겐 필수로 넣어야 하는 옵션이다. 결국 수요가 많은 옵션에 안 팔리는 옵션을 ‘끼워 팔기”하는 옵션 장난질로 보인다.
길어진 전장에 비해
별 차이 없는 실내공간
이번 K8은 기존 K7에 비해 전장은 20mm, 전폭은 5mm가 늘어났고 전고는 15mm낮아졌다. 기존 K7대비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축간거리, 즉 휠베이스는 40mm가 늘어나 이전보다 쾌적한 실내공간을 보여줄 전망이다. 특히 전장만큼은 G80보다 길어졌다.
그랜저에 비하면 전장은 25mm가 늘어났고 전폭은 같으며, 전고는 15mm낮다. 하지만 전장이 25mm늘어난 것에 비해 휠베이스는 10mm밖에 늘어나지 않아, 그랜저에 비해 넉넉한 실내공간을 가질 거라는 전망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저 앞뒤 범퍼만 길게 뽑아서 차체 크기만 크게 키운 거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기존 말 많던 2.5 가솔린 엔진 그대로 사용
새로운 3.5 가솔린, LPi 엔진
K8은 2.5와 3.5 가솔린, 3.5 LPi 등 총 세 가지 모델이 먼저 출시되고, 상반기 중으로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다. 그랜저는 2.5 가솔린과 3.3 가솔린, 3.0 LPi의 구성으로, 파워 트레인상으로 만 보면 K8이 좀 더 힘이 강한 엔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3.5 가솔린, LPi 모델만 해당된다. 또한 같은 배기량의 엔진에서 힘이 세진 게 아니라 배기량이 그만큼 더 높아졌기 때문에 마력수가 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건 문제가 많던 이전의 2.5 가솔린 엔진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이는 현대차그룹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그니처 모델 풀옵션 5,210만원
최상위 플래티넘 모델 풀옵션 5,135만원
K8 3.5 가솔린 모델은 총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이 중 중간 등급인 시그니처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5,210만 원이 된다. 이보다 윗등급인 플래티넘에 풀옵션을 넣으면 5,135만 원이다. 무슨 차이가 있기에 오히려 윗등급 트림 풀옵션이 더 가격이 저렴할까?
이 둘의 차이는 플래티넘 트림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샌드베이트 실내 내장색과 19인치 스퍼터링 휠이다. 결국 옵션 선택지가 더 많은 플래티넘이 오히려 아래 등급인 시그니처보다 75만원 저렴한 것이다. 이는 풀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시그니처에서 옵션 몇 개만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풀옵션을 선택할 소비자들은 정확하게 따져보고 사는 것을 추천드린다.
“2.5 엔진 문제 해결부터”
“초반 반짝하고 곧 문제 터짐”
역대 최고 사전 계약 소식을 본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들을 보여주었다. “현기차 보면 처음엔 요란하고, 3~6개월 지나면 문제점 터짐”, “또 2.5엔진..”, 그래서 심장병 있는 2.5 가솔린 어찌되는 거지?”, “진짜 너무할 정도로 아무 조치를 안 하네”라며 2.5 가솔린 엔진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멋지다, 그랜저 바르겠다”, “K8, 이걸로 정했다”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존재했으며, “K8가격이 이러면 그랜저 풀체인지는 200더 비싸겠지”라며 점점 비싸지는 국산차 가격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초반 흥행 이어가기 위해선
논란 잠식이 우선
현대차그룹 내 서자 서열이던 기아가 이번엔 형님 현대차에게 K8의 첫날 사전계약 기록으로 기선제압은 일단 성공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반 흥행가도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 제기되는 논란들부터 잠식시켜야 할 것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말장난’, ‘꼼수’등은 그저 자신들이 내놓는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고, 이는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 뿐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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