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친구가 좋아서 무엇이든 함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이 하니깐 나도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무리하다 망한다는 것이다. 현재 르노삼성 노조를 보면 친구 쌍용차 노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결국 지난 21일 전면 파업을 실시했다. 한 달 동안 틈만 나면 부분 파업을 벌이던 노조가 이번엔 8시간 작업을 모두 중단한 것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가뜩이나 영업이익이 저조해 위기를 겪고 있는 르노삼성차 노조가 벌이고 있는 행동에 대해 알아본다.
글 김민창 수습기자
이번엔 전면 파업
하지만 조합원 참가율 낮아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부분 파업을 벌이다 이번엔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2020년 임금·단체협상에서 투쟁을 통해 기본급 인상 등을 쟁취하겠다는 노조 집행부의 지침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작년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뿐이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 파업을 벌였음에도 생산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이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전체 28% 수준으로 조합원들의 파업 참가율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72%의 조합원들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실시해 결국 대다수 노조원마저 집행부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협상보다 파업을 일삼는 집행부
회사를 오히려 존폐위기로 내모는 중
집행부의 의견과 반대되는 노조원들은 “협상보다 파업만 일삼는 노조의 무능이 회사를 존폐위기로 내몰고 있다”, “집행부의 파업은 조합원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용을 흔드는 파업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회사부터 살리자는 내부 노조원들의 목소리도 커졌는데, “회사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회사가 없어지는 그것보단 낫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원도 설 자리가 있는 것 아니냐”며 회사 존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2교대 근무 복원
순환 휴직 중인 조합원 조기복귀 제안
르노삼성은 희망퇴직, 순환 휴업, 전환배치 등으로 고용 부분에 변화가 많은 상황이기에 이 부분을 안정화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앞서 사측은 이미 지난주 일감이 없어 1교대로 운영 중인 부산공장을 2교대 근무로 복원하고 순환 휴직 중인 조합원 280명의 조기복귀를 제안했다.
이는 현재 유럽 일부 국가에서 판매 중인 XM3 생산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이 요청한 수출 물량 중 3월 라인 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생산하기 위해 특근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이 거부
노사갈등에서 노노 갈등으로 번져
하지만 노조에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며, 노조는 8차 본교섭 다음날인 16일 부산공장에서 4시간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이 파업에는 그동안 확대 간부들만 참여했던 지명파업과는 달리 조합원도 참여해 4시간 동안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19일에는 회사의 인천, 창원사업소 셧다운 추진에 반발해 부산공장을 제외한 전국 영업, 서비스센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고, 이번 21일 노조의 전면 파업으로 노사갈등에 이어 노노 갈등도 격화되는 모습이다. 소수노조인 시매래는 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파업은 고용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용을 흔드는 파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8년도 강성집행부가 들어서
19년도만 전면 파업만 총 39일
르노삼성 노조는 2018년 12월 강성집행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사측과 대립하기 시작했는데, 현 노조 위원장은 당선되자마자 부분 파업을 주도했다. 2019년엔 전면 파업까지 총 39일, 380시간 파업을 벌였고 작년엔 총 14일, 195시간 파업을 실시했다.
현 집행부 이후 생산 손실만 3만 대를 넘겼는데, 작년 한 해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95,899대로 판매량의 약 30%의 손실을 낸 것이다. 또한, 집행부는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도 시도했지만 그나마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며 무산됐다. 그 사이 회사 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고, 작년 판매 대수와 생산 물량 모두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찍으며 8년 만에 영업적자 기록했다. 법정관리에 따른 구조조정 반대로 인한
2009년 평택공장 농성 사건
한때 강성 투쟁의 대명사는 쌍용차 노조였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법정관리에 따른 구조조정에 반대해 평택공장을 불법 점거하고 두 달 넘게 파업을 진행했다. 이게 바로 유명한 사건인 ‘평택공장 농성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민주노총 조합원 수천 명이 평택에 집결해 도로의 보도블록을 깨고 경찰을 향해 던졌고, 이곳저곳에서 날아드는 수백 개의 보도블록으로 인해 애꿎은 평택시민들만 피해를 봐야만 했다. 하지만 보도블록은 시작에 불과했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길이가 3m가량 되는 수백 개의 죽봉을 꺼낸 뒤 땅에 내려쳐 끝을 뾰족하게 죽창으로 만들어 공격하기도 했다.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 상황에
노사가 힘을 합치겠다는 태도
하지만 사건 이후 쌍용차 노조는 민주노총에서 탈퇴했고, 최근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를 위해 이번엔 노사가 힘을 합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최근엔 쌍용차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지역사회 대표와 노사가 공존하기 위한 자리도 마련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뼈를 깎는 혁신을 하겠다”라고 전했고, 쌍용차 노조 위원장도 “노조는 기업회생절차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사측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전 쌍용자동차의 길을 걷는
르노삼성 강성 집행부
르노삼성 노조의 행보는 예전 쌍용차 노조가 보였던 강성노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전 조합원끼리 똘똘 뭉쳤던 쌍용차 노조에 비해 르노삼성 노조의 결집력은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70% 이상의 노조원들이 집행부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건, 현재 쌍용차의 모습이 훗날 자신들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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