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강타한 반도체 대란이 국산차 제조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아이오닉 5는 양산이 시작되었음에도 목표 출고 대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차량들은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아 역시 흥행 중인 K8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출고 지연이 예상되자, 사전계약을 진행한 고객들에게 마이너스 옵션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도체 수급이 어려운 해당 기능을 빼고 출고하면 차를 빠르게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깎아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비 오너들의 반응은 그저 시큰둥할 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K8에 등장한 마이너스 옵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해외에서 시작된
반도체 수급 문제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 미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발발한 반도체 물량 부족 현상은 장기화가 예상되어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나 일본, 대만 등에 가뭄과 화재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며 수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GM이나 폭스바겐 등 여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감축하거나 공장 가동 중단을 시켰으며,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목표 출고량에 한창 못 미친 아이오닉 5
기아 K8도 일부 사양은
출고가 지연되는 중
사전계약으로만 2만 대가 넘는 계약을 기록한 현대 아이오닉 5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다. 현재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지만, 첫 달 고객에게 인도된 아이오닉 5는 1,000대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현대차는 아이오닉 5 목표 생산량을 줄였음에도, 이마저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된 상황이다.
그랜저의 아성을 넘보며 흥행 중인 기아 K8 역시 마찬가지다. 차에 들어가는 일부 반도체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객 인도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졌으며, 사전계약을 빠르게 진행한 고객들 역시 출고가 미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후방 주차 충돌 방지
원격 스마트 주차 기능 제외한
마이너스 옵션 등장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기아는 문제가 되는 반도체 부품을 제외한 마이너스 옵션을 가격표에 추가했다. 후방 주차 충돌 방지와 원격 스마트 주차 기능을 제외하면 차를 빨리 출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해당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시 5월부터 순차적으로 차를 출고 받을 수 있으며, 기존 사전계약자들도 해당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가솔린 모델 기준 선루프 옵션을 추가할 시엔 예상 출고일에서 2개월이 추가되는데 이 역시 부품 수급으로 인한 문제로 알려졌다. 따라서 풀옵션에 가까운 K8을 구매하는 차주들은 제아무리 사전 계약을 빠르게 진행했더라도 당분간은 차를 받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마이너스 옵션 미선택 시
올해 10월로 출고가 미뤄져
마이너스 옵션을 미선택할 시 반도체 공급 일정이 불투명해 출고 일을 확정할 수 없으며, 본격적인 생산은 4분기가 되어야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방 주차 충돌 방지와 원격 스마트 주차 기능이 꼭 필요한 차주들은 결국 10월까지 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소식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제조사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사전계약 엄청 받아놓고 출고 시작한 지 얼마 됐다고 마이너스 옵션실이냐”, “반도체 수급 상황 1~2달 앞도 예상 못 하고 계약부터 받다니 너무 아마추어다”, “인기 없는 빌트인 캠은 인기 사양인 HUD와 묶어서 강매하더니 꼴좋다”라는 반응이 이어진 것이다.
차를 빨리 받으려면
무조건 마이너스 옵션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
기아 K8 마이너스 옵션은 당장 차기 필요한 예비 오너들 입장에선 상당히 당황스러운 소식이다. 해당 기능을 빼고 차를 일찍 출고 받자니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이며, 그렇다고 옵션을 추가하고 차를 기다리자니 기약 없는 기다림에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썬 반도체 수급 문제로 차를 만들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당장 차가 필요한 차주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차 빨리 받는 게 낫다”
“이거 선택하면 호구된다”
크게 엇갈린 예비 오너들 반응
마이너스 옵션을 확인한 실제 K8 예비 오너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K8 동호회를 살펴보면 마이너스 옵션을 추가하여 차를 빨리 받는 것과, 추가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중 어떤 게 나을지에 대한 토론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었다. 대부분 차주들은 “고작 40만 원 깎는다고 이걸 선택할 이유가 없다”라는 반응이지만 차가 필요한 차주들은 “결국 선택했습니다”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계약자들은 “4천만 원짜리 차에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없는 게 말이 되냐”라며 “한 번만 제대로 작동해도 40만 원이 아닌 400만 원 아낄 수 있는 옵션인데 이건 포기할 수 없다”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한 예비 오너는 “출고 일자도 안 지킬 거면서 사전계약은 대체 왜 진행한 건가”라며 기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후 중고차 값에 미칠
영향 같은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한다
추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고차 값에 대한 이야기도 존재했다. 한 예비 오너는 “원격 주차는 그렇다 쳐도 후방 충돌 방지는 핵심 안전사양인데 이게 빠지면 나중에 중고차 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며 “제대로 된 차의 가치를 보장받으려면 40만 원 아껴서 마이너스 옵션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차주 역시 “이거 분명 몇 년 뒤 중고차 시장에선 K8 마이너스 에디션 느낌으로 따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해당 옵션이 없는 차들은 제값 받기 어려울듯하니 나는 그냥 기다려도 옵션을 추가해야겠다”라고 언급했다.
푸조, GM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등장하는 중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마이너스 옵션 이슈는 기아 K8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다른 사례가 존재했다. 푸조는 디지털 계기판 수급 문제로 아날로그 계기판을 다시 도입했으며, GM은 8기통 엔진 출력 조절장치를 아예 삭제시켰다.
반도체 수급 문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품이 없어 자동차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이는 곧 자동차 제조사들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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