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총수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올해를 전기차 혁신 원년으로 삼겠다”라고 공언한 뒤, 야심 차게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끈 아이오닉5는 앞으로 현대차의 전기차 길이 꽃길만 걸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다보게 해주었다.
하지만 출시 전후로 말 많고 탈 많은 아이오닉5가 요새 좀 잠잠하나 싶더니 그새를 못 참고 출고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문제를 일으켰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출고가 시작된 지 한 달만에 아이오닉5에서 발생한 결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글 김민창 수습기자
“하루 만에 냉각수가 없어졌다”
“구매한 지 1주일 만에 냉각수가 없어졌다”
실제 차주들로부터 냉각수 문제 제기
현대차의 첫 E-GMP 플랫폼 전기차 아이오닉5에 발생한 문제는 다름 아닌 냉각수와 관련된 이슈였다. 최근 전기차 동호회 카페는 물론 현대차 서비스센터에는 아이오닉5를 출고 받은 소비자로부터 “하루 만에 냉각수가 없어졌다.”, “구매한 지 1주일 만에 냉각수가 없어지면서 견인차에 새 차를 실어 정비소로 보냈다” 등의 냉각수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실제로 5월에 출고가 시작될 당시에 네티즌들은 “이제 출고 시작했으니 어떤 문제가 터질지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아이오닉5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문제를 터트려 준 것이다. 결국, 이달 들어 본격적인 아이오닉5의 출고가 시작됨에 따라 냉각수 관련 문의와 정비 예약은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아이오닉5를 출고 받았던 한 차주는 “운행 2주일 만에 냉각수가 사라졌다.”, “시동을 켜자마자 냉각수를 보충하라는 경고등이 뜨길래 확인해보니 냉각수통이 거의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보충해도 며칠 사이에 다시
사라져 버린 아이오닉5 냉각수
이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 차주는 현대차 직원과 통화를 해보았지만, 차주는 “현대차 직원에게 연락했더니 냉각수를 보충하고 타면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며칠 사이에 또다시 냉각수가 없어졌다”라며 “전기차는 냉각수가 없으면 불이 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너무 무섭다”라고 불안함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냉각수 누수 문제가 보도된 기사 댓글엔 전기차에 냉각수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그래서 전기차에 냉각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잠깐 설명해보고자 한다. 내연기관의 뜨거운 엔진의 냉각을
담당하고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
일반적으로 자동차 냉각수랑 부동액을 동일시해 부르기도 하는데 엄연히 말하자면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동차의 냉각수가 부동액을 겸하고 있어 흔히들 부동액이라고도 말하고 있지만, 자동차 환경에 맞도록 순수 부동액에 일정 비율로 물을 섞어서 자동차의 냉각수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혼합기를 폭발시키는 과정에서 높은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열을 반드시 식혀주어야 한다. 이런 뜨거운 엔진의 냉각을 담당하고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냉각수이다. 반면 부동액은 겨울철 냉각수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액 원액을 혼합한 상태를 말한다. 또한, 부동액은 단순한 결빙 방지 기능 외에도 냉각 순환계통이나 라디에이터 내부의 부식을 방지하는 방청 기능도 겸하고 있다 전기차의 냉각수는 배터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
전기차에서 냉각수는 배터리가 충전이나 방전을 할 때 열이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온도가 또 너무 내려가지 않도록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가 사용하는 냉각수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용하는 냉각수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전기차는 높은 전압의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누수 시 감전사고를 막기 위해 저전도 전용 냉각수, 말 그대로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냉각수를 사용한다.
결국, 전기차에 있어서 냉각수는 내연기관의 냉각수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내연기관차의 냉각수 용량은 보통 10L 미만인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전기차에는 20L 이상 쓰는 경우가 많아서 냉각수의 역할이 내연기관차만큼이나, 아니면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전기차가 냉각수를 사용하는 건 아니다.
보통의 전기차는 수랭식을 사용하지만
공랭식을 채택하고 있는 전기차도 있어
대표적으로 닛산의 리프는 배터리 온도를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냉각수를 사용한 수랭식이 아닌 공기를 냉각 매체로 사용하는 공랭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안정적인 배터리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바로 기술력으로 꼽는다. 하이브리드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렉서스도 향후 출시할 전기차에 공랭식 냉각 시스템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 이 정도로 전기차에서 냉각수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았으니, 이번 아이오닉5에 발생한 냉각수 감소 이슈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아이오닉 5에는 저전도 냉각수와 일반 냉각수가 각각 들어가 있는데, 누수 문제가 발생한 곳은 바로 배터리를 냉각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저전도 냉각수였다. 현대차는 승온 히터 조립 불량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 가능성에 무게
결국, 아이오닉5의 본격적인 출고가 5월부터 이뤄진 점을 볼 때, 아이오닉 5는 출고된 지 1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조립 불량부터 냉각수 순환계통 결함 등 다양한 원인을 제기하고 있고, 여기에 냉각수 누수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현재 현대차도 이와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원인 파악에 나선 모습이다.
냉각수 누수 원인을 조사한 현대차는 승온 히터 조립 불량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 파악을 못 한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 측은 “정확한 해결 방법과 문제 차량 규모 등을 파악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이며, 전기차는 저전도 냉각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냉각수 부족 현상이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오일도 먹는 차 만드는 곳인데
냉각수 먹는 차라고 못 만들쏘냐
하지만 이런 현대차 측의 공식답변에도 아이오닉5의 냉각수 누수 문제를 본 네티즌들은 “겉 만드는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정작 기본기는 한참 뒤처져있다.”, “뭘 새삼스레, 내연기관은 오일 먹는 차였으니, 전기차 시대가 도래해서 냉각수 먹는 차로 계승한 거지”, “기사 제목 보고 이번 전기차는 냉각수가 필요 없는 신기술을 현대에서 개발한 줄 알았다”라며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런 문제가 발생하자 전기차 동호회 카페에는 아이오닉5를 출고 받은 차주들의 냉각수 생사를 알리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여기에 누수 문제를 겪은 한 차주의 후기가 올라와 회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이슈로 아이오닉5를 계약한
계약자 중 이탈수요층 발생
냉각수 문제로 차를 견인시켰다는 차주는 “차량을 인계받은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차에서 이래도 되나 싶었다”, “너무 불안해서 긴급출동 불러 견인을 시켰다.”, “보닛을 열어보니 일반 냉각수는 가득 차 있는데 저전도냉각수가 거의 없었다.”, “주말이라 당장 점검받지도 못하는 상황에 당장 월요일에 출근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싶다”, “차량값만 거의 6천만 원 돈인데 아직도 멍하다”라며 문제를 발견했을 당시의 심정을 카페에 남기며 다른 회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다른 댓글에 한 회원은 “원래 7월 2일 인수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딜러가 전화 와서 6월 25일로 앞당겨졌다고 했다. 아마 나보다 앞 대기 순번 사람이 취소한 거 같은데 찜찜하다”라며 실제로 이번 문제로 아이오닉5를 계약한 일부 계약자들의 이탈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자들에게 이번 문제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게 된 것이다.
이번 누수 문제가 일부 아이오닉5
차량에만 발생해 대부분의
차주들은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
그런데 이번 누수 문제가 출고 받은 모든 아이오닉5 차주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일부 아이오닉5 차주들에게만 발생했기에, 대부분의 아이오닉5 차주들은 자신의 차량은 멀쩡하다며 결함이 아닌 단순 조립 불량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아이오닉5 자체의 문제가 아닌 문제 있는 아이오닉5를 조립한 작업자의 실수가 크다는 뜻으로 단순 불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자신이 출고 받은 아이오닉5에서 누수 문제가 발생했어도 이와 같은 의견을 내놓았을까?
또한, 그렇게 따지면 이제껏 현대차그룹 차에서 발생한 단차, 도장 불량 등의 품질문제는 물론, 엔진오일 감소, 급발진, 화재 문제는 모든 차량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므로 해당 문제는 결함이 아닌 단순 불량 문제로 치부할 수 있겠다. 문제없는 아이오닉5를 받은 차주들의 논리에 따르면 말이다. “제발 사전계약 하지 말고 1년 뒤에 사세요”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맨 현대차
이번 아이오닉5 냉각수 누수 이슈로 현재 현대차는 앞선 선례들로 인해 “이번엔 냉각수 뚜껑에 자물쇠 채우려나?”, “곧 냉각수 보조통 생기겠네”라는 조롱까지 듣고 있다. 여기에 이번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신차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심을 확신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제발 현대기아 신차는 나오자마자 사지 말고 1년뒤에 사라”는 목소리에 반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계속 이러니 한국 소비자들이 신차 나오면 사전계약은 집어치우고 제발 좀 기다렸다가 사라고 얘기하는 거 아닐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포문을 열어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아이오닉5부터가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의 현대차의 전기차 미래가 어떨지는 독자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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