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많은 독자가 알고 있듯이 “말이란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순식간에 멀리까지 퍼져 나가므로, 불필요하거나 불확실한 말 혹은 거짓말 등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뜻을 갖는다. 최근 제네시스의 유럽 시장 가격이 공개되며, 일부 언론들은 “제네시스의 제값 받기 도전”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유럽에서의 가격이 국내보다 최대 40% 높게 책정된 것이 제네시스의 ‘선택’이며,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 입증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식의 내용을 품고 있는 기사가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가격 인상이 과연 제네시스의 선택이었을까?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무슨 이유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글 정지현 에디터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제값 받기’ 전략을 선택했다?
제네시스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이 포진한 유럽에 진출하며 국내보다 가격을 최대 40% 높게 책정했다고 알려져 화제다. 이에 제네시스가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른바 ‘제값 받기’ 전략을 선보인 것으로 생각된다는 기사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7%를 달성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선전에 이어 제네시스의 성공적 시장 안착을 염원하는 분위기다. 그간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 연간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업계와 뭇 네티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독일 그리고 영국
각각 가격 비교해 보니
최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독일과 영국, 스위스에서 G80과 GV80, 총 2종의 가격을 확정하고 공식 판매에 돌입했다. G80 2.2 디젤 모델 독일 현지 기본형 가격은 4만 6,900유로로 6,381만 원부터, 영국 가격은 3만 7,460파운드로 5,995만 원부터로 책정했다.
GV80 3.0 디젤 모델은 독일 6만 3,400유로로 8,626만 원부터, 영국 5만 6,815파운드로 9,033만 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네시스 기본형 가격과 비교하면 G80은 독일에서 12.7%, 영국에서 26.9% 정도 비싸고, GV80은 독일에서 31.0%, 영국에서 37.2%가량 비싸다.
기본형 모델의 상이한 가격
가성비가 주무기였는데…
물론, 유럽 수출 모델과 국내 내수 모델은 세부 트림별 옵션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형 모델들의 상이한 가격을 살펴봤을 때, 각 나라의 세금 체계와 물가 등에 맞춰 가격이 조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간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내 인기 요인이 ‘가성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네시스가 추진하는 제값 받기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게다가 유럽 자동차 시장은 중형차나 대형차보다 합리적 가격의 소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니 위의 모델이 잘 팔릴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옴니채널’ 전략
단일 가격 제시한다
한편, 제네시스는 유럽 시장 진출과 동시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 차량을 구매하더라도 동일한 단일 가격을 제시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가격 흥정을 지양하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는 이미 유럽 내 3곳, 독일 뮌헨과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에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열어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했다. 또한, 부족한 오프라인 판매망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만회하게 된다. 이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차량 사양을 손쉽게 비교하고 매장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제네시스의 선택이었을까?
자동차 세금이 진짜 이유
그렇다면 제네시스의 가격이 훌쩍 뛴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제네시스가 가치를 인정받고자 가격을 올렸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유럽 시장 가격은 제네시스가 독자적으로 “우리의 상품성이 이만큼의 값을 한다”라는 식의 의지 표명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
주효한 이유는 유럽의 자동차 세금이다. 그간의 행적을 보면,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현대차도 유럽에서 자사의 차량을 비싸게 판 전력이 있다. 예컨대, 투싼 하이브리드 기본형 모델 역시 우리나라와 독일의 판매 가격이 상이하다. 유럽의 자동차 세금이 어떤 식으로 산정되길래 더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는 걸까?
최소 16%부터 최대 27%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EU 국가들의 자동차세제 현황을 살펴보자. EU 중 가장 낮은 자동차 등록세를 내는 나라는 룩셈부르크로, 15%의 부가세를 낸다. 앞서 소개한 독일은 16%의 부가세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의 등록세 과세 기준에 따라 지불해야 한다. 더불어 가장 높은 부가세를 내는 나라는 헝가리로, 27%의 부가세를 배기량과 배기가스 등의 등록세 과세 기준에 따라 지불한다.
EU 국가 중 등록 시 부가가치세 외에 별도의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는 독일, 스웨덴, 체코, 불가리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등 6개국이 전부였다. 이는 쉽게 말하자면, 등록세가 워낙 비싸기에 별도의 조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은 원래 비싸요”
“세금 비율 때문이잖아”
그렇다면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일각에선 “원래 유럽에선 비싸게 팔잖아”, “애초에 각 나라 시장 가격 포지셔닝에 따라 책정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을 더하며 유럽에서의 높은 가격 책정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투싼 생각하면 제네시스는 오히려 싸게 파는 거 같은데”, “세금 비율이 높은 걸 제값 받기라고 하면 안 되지”, “유럽용 기본과 내수용 기본은 엄연히 다른 거 모르는 사람 없겠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도 다수 존재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언제 해외여행을 갔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한번 기억을 되짚어 보자. 우리가 한국 돈으로 100만 원가량의 여행 경비를 잡고 해외로 나갔다고 했을 때, 물가가 비싼 북유럽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동남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확실히 달랐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자동차는 그 상품만의 세금 부과 방식이 따로 있다,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유럽의 자동차 세금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만 알아도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여기에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생산해 외국으로 수출해야 하는데 바다를 건너 도착하는 상품의 값은 더욱 비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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