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1년은 각종 전기차들이 쏟아지는 전기차의 원년이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신차가 쏟아지면 소비자로서는 많은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신차들이 쏟아지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바로 신차 안전도 평가를 진행하는 국토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이다.
자동차의 주행 성능이나 디자인 같은 부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안전도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을 ‘자동차 안전도 평가’라고 부르며, 일반적으로 NCAP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재 각 나라 또는 각 지역에는 별도의 NCAP를 담당하는 기관이 따로 있으며 이들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안전도 평가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1999년부터 KNCAP 이라는 이름으로 충돌 테스트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단 1대의 충돌 테스트 결괏값을 내놓지 않으며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못 하는 중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토부 산하의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KNCAP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글 김민창 에디터
국산 및 수입 신차를 대상으로
다양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는
신차안전도 평가 프로그램
한국 자동차 시장에 출시되는 국산 및 수입 신차를 대상으로 다양한 충돌 테스트를 거쳐 소비자가 신차구매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평가 결과를 즉시 공개한다던 ‘신차안전도 평가 프로그램(KNCAP)’이 올 상반기에 단 1대의 테스트 결괏값을 내놓지 않으며 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KNCAP은 2017년 6월 ‘자동차 안전도 평가 결과 즉시 공개 및 확인 가능해진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 첨단 안전장치 장착 확대와 여성 운전자 증가 등의 경향이 반영되고 평가 결과는 즉시 공개된다고 밝혔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신차안전도 평가
당시 국토부는 그동안 평가 결과를 2010년~2015년의 경우 상하반기 2회, 2016년은 연 1회 공개하던 것에서 앞으로는 평가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한다는 방침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 같은 정책 발표는 시행 초기인 2017년 하반기 비정기적으로 국산차 위주의 신차안전도 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일종의 관례처럼 연말에서나 결괏값을 무더기로 공개하는 추세를 보이며, 연초 출시된 신차의 경우 길게는 10개월이 지나서야 안전성 평가를 소비자들이 인지하게 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국산 및 수입차의 안정성을
브랜드 자체 평가와 해외 기관 결과에 의존
현재 KNCAP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살펴봐도 가장 최신으로 업데이트된 결과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국토부 주관으로 발표된 ‘2020 신차안전도 평가’ 대상 차량만 존재할 뿐 이후 출시된 수입 및 국산차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이후 국내 시장에 출시된 국산 및 수입차의 안정성은 브랜드 자체 평가와 해외 기관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현실이었다. 신차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국내 기관이 있음에도 말이다.
올해 연말에나 확인할 수 있는
아이오닉 5, 모델 3, EQA 평가
특히 올해는 순수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 차가 출시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로선 전기차의 안전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 결과를 내어줄 기관이 현재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국토부는 올해 진행할 KNCAP 대상에 처음으로 전기차가 동원될 것이라 밝히며, 향후 전기차 구매를 위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전했지만, 해당 차종들의 안전 테스트 종합 결과는 올해 연말에나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KNCAP 평가 대상 차량으로 아이오닉 5, 모델 3, EQA를 선정하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30~50개의 차종을
대상으로 안전도를 평가하는 해외
국내는 한 해 동안 10여 개
매년 30~50개의 차종을 대상으로 안전도를 평가하는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KNCAP은 몇 년째 한 해 동안 10여 개 차종에 머무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비정기적으로 결과를 발표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다음 해인 2018년에도 새로 출시된 신차는 60여 개에 달했지만, 평가가 이뤄진 차종은 단 11개뿐이었다.
KNCAP 대상 차량이 이렇게 매년 10여 대로 한정되는 것은 다름 아닌 제한된 정부 예산 및 인력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KNCAP에 따른 자동차 안전도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평가 대상 차량을 정부 예산으로 직접 구매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는 이전부터 지속 돼 왔던 문제로 현재까지 같은 이유로 KNCAP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건 그저 국토부가 산하기관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충돌 테스트만을 평가하는 KNCAP
기준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
게다가 지난해에 진행된 KNCAP에서 1등급을 받은 제네시스 GV80이 국토부에서는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우려가 있다며 리콜을 발표하는 경우가 발생해 안전도 평가 기준 개선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KNCAP에서 GV80은 충돌 안전성 만점, 사고 예방 안전성 20점 만점에 18.57점, 보행자 안전성 20점 만점에 13.96점을 받아 92.5점으로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며칠 뒤 GV80이 제조 과정 중 고압연료펌프에서 발생한 흠집으로 내부에 이물질이 발생하고, 연료공급이 되지 않아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리콜을 발표했다.
국토부를 향해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는 국내 소비자들
현재 국내 소비자들에게 KNCAP은 그간 특정 사건에선 정부가 국산차와 수입차 제조사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달랐던 적이 많았음은 물론, 이상할 만큼 필요한 규제를 망설이는 경우가 존재했다. 대표적으론 BMW 화재 사태 때는 강경 대응이 이어졌으나, 현대차 코나 화재사건 땐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모습에 국토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큰 상황이다.
KNCAP을 실시한 교통안전공단 측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단지 충돌 사고만을 고려하는 현행 평가 기준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도 시동 꺼짐, 화재 발생 등과 같은 중대 결함이 발생해도 KNCAP에서는 1등급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완성차 제조사가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맞지만,
국토부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할 필요도
이 때문에 현재 KNCAP이 ‘자동차 안전도 평가’인 만큼 소비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중대 결함 등의 리콜 사유를 자동차 안전도 평가 기준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이 이런 자동차 안전도 평가 결과에 혈안이 되어 결과를 찾아보지 않도록 애초에 모든 완성차 제조사들이 안전 사양만큼은 빈틈이 없도록 철저히 만들어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제조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안전하고 편리한 국민 생활 환경 조성’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국토부가 이를 투명하고 정확한 절차를 거쳐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결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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