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많이 약해졌지… 그럼에도 여전히 3억 넘는다는 SUV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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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박혁민’님)

    국내 도로에서 3억 원 넘는 럭셔리 SUV 한 대가 포착되었다. 동그란 헤드램프 두 개, 그리고 화려한 그물 형태 그릴만 보아도 벤틀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속 자동차는 벤틀리가 브랜드 최초로 탄생시킨 럭셔리 SUV ‘벤테이가’다.

    요즘 들어 수억 원 넘는 럭셔리 SUV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상태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심지어 롤스로이스 SUV까지 서울 한복판에서 자주 포착되고 있다.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요즘 소식이 뜸했던 자동차이기도 하다. 오늘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는 ‘포르쉐 카이엔’으로부터 시작된 럭셔리 SUV 시장 동향을 간단히 살펴보고, 최근까지 확장되고 있는 ‘벤테이가’ 라인업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고성능 럭셔리 SUV
    원조는 포르쉐 카이엔
    고성능 럭셔리 SUV의 원조는 ‘포르쉐 카이엔’이다. 좀 더 깐깐하게 따져본다면 ‘람보르기니 LM002’가 시장 원조라 불릴 만도 하지만 대중적으로 처음 성공을 이끌어낸 자동차는 포르쉐 카이엔이 명백하다. 첫 출시 때까지만 해도 ‘포르쉐’라는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SUV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파나메라와 함께 포르쉐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이 덕에 911이나 박스터 같은 스포츠카 모델들이 더욱 극적으로 개발될 수 있지 않았을까. 포르쉐 마니아들에게 비난받던 도전이자 모험이었지만, 오늘날 카이엔은 ‘고성능 럭셔리 SUV의 정석’이라 불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조는 아니지만
    꽤 일찍 발을 들인 벤틀리
    벤틀리 최초의 SUV ‘벤테이가’는 2015년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카이엔처럼 고성능 럭셔리 SUV의 ‘원조’는 아니지만 이 시장에 꽤 일찍 발을 들였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그리고 람보르기니나 마세라티 같은 브랜드들에게 ‘SUV’는 꽤 낯선 장르다.

    이 브랜드들에게 SUV가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브랜드 마니아들 역시 ‘SUV’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치 포르쉐가 카이엔을 처음 출시하기 전처럼 이들에게 SUV는 도전이자 모험이었기 때문에 선뜻 발을 들이기 힘든 시장이기도 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듯한 분위기에서 벤틀리가 파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015년 9월 온라인을 통해 처음으로 ‘벤테이가’를 공개했고,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세계 시장에 데뷔했다. 카이엔밖에 없던 시장에 사실상 스타트를 끊어준 것이다.

    벤테이가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벤틀리 브랜드에서 나온 첫 번째 SUV다. 당시 벤틀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호화로운 SUV”라고 벤테이가를 소개했다.

    벤테이가 출시 이후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그리고 롤스로이스까지
    벤틀리가 벤테이가를 출시한 이후 머뭇거리던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벤테이가 다음으로 SUV를 출시한 럭셔리 브랜드는 마세라티다. 벤틀리처럼 100년 역사를 가진 마세라티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는 2016년 2월 온라인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르반떼는 기존 마세라티 모델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디자인을 유지함과 동시에 스포츠카 DNA를 간직하려 노력했다. 마세라티는 “르반떼는 온 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모두 걸출한 퍼포먼스를 발휘하도록 설계됐다”라고 소개했으며, 카이엔처럼 V6 가솔린 모델, 디젤 모델, V8 고성능 가솔린 모델 등으로 라인업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람보르기니가 시장에 발을 들인다. 다른 브랜드들과 다르게 최초의 SUV가 아닌 람보르기니 역사상 두 번째 SUV다. 람보르기니 브랜드 최초의 SUV는 앞서 잠깐 언급한 ‘LM002’다. LM002는 1986년부터 1992년까지 300대가량 생산됐던 이탈리안 험비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 SUV”라고 소개했다. LM002는 ‘쿤타치’의 V12 엔진을 품었었다. 우루스는 ‘아벤타도르’의 V12 엔진 대신 포르쉐의 V8 트윈터보 엔진을 품는다. 파격적이면서도 준수한 디자인 때문일까.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도 전부터 유독 자주 포착되던 SUV이기도 하다.

    벤틀리와 가장 성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도 SUV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18년 5월,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최초의 SUV ‘컬리넌’을 공개했다. 팬텀보다 큰 덩치를 자랑할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컬리넌은 ‘팬텀’보단 ‘고스트’에 가깝다. 길이는 5,341mm로 고스트보다 58mm 짧고, 너비는 2,164mm로 고스트보다 216mm 넓으며, 휠베이스는 3,295mm로 고스트와 같다.

    롤스로이스에 따르면 컬리넌은 SUV 최초로 3박스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탑승 공간과 짐칸이 갈라져 아늑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비록 차체 크기는 고스트와 가깝지만 실내 공간은 팬텀 못지않은 클래식한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신형 팬텀처럼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럭셔리 아키텍처와 6.75리터 V12 트윈터보 엔진을 품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공개된
    W12 가솔린 모델
    람보르기니에 롤스로이스까지 가세하면서 비록 존재감은 약해진듯하지만 여전히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우선 2015년 첫 등장과 함께 공개된 차량은 W12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다. 엔진은 608마력, 91.8kg.m 토크를 발휘하여 제로백 4.1초, 최고 속도는 301km/h를 기록한다.

    외관 디자인은 2012년에 공개된 ‘EXP-9F’ 콘셉트카로부터 비롯되었다. 아우디 Q7을 기반으로 개발된 벤테이가는 5개 대륙에서 극한 환경 테스트를 실시했고, ‘컨티넨탈’이나 뮬산과 같은 호화로운 실내를 갖추고 있다. 수제작 목재와 가죽 트림, 그리고 메탈 소재를 적절히 조화시켜 전형적인 영국차 감성을 선보인다.

    대시보드는 그 당시 컨티넨탈처럼 ‘윙’형태로 제작되었다. 호화로운 앞 좌석 시트에는 22방향 전동 조절, 통풍, 난방, 6가지로 프로그래밍된 마사지 시스템 등이 채택되어 있다. 독립형과 벤치형 두 가지 중 선택 가능한 뒷좌석 시트 앞에는 4G,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며 탈착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기반 10.2인치 태블릿이 달려있다.

    벤테이가는 ‘Drive Dynamics Mode’, ‘Responsive Off-Road Setting’과 같은 기능을 이용해 온 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환경에서 폭넓게 차량을 활용할 수 있다. 다이얼을 이용하여 최대 8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2016년 9월
    V8 디젤 모델 도입
    벤틀리 최초의 디젤 차
    2016년 9월에는 비교적 대중적인 V8 디젤 모델을 도입한다. ‘벤테이가’가 벤틀리 역사 최초의 SUV라면 ‘벤테이가 디젤’은 100년 가까운 벤틀리 역사 최초의 디젤 자동차다. 벤틀리 디젤이 품고 있는 4.0리터 V8 엔진은 아우디 ‘SQ7’의 것과 동일하다. 435마력, 91.8kg.m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이다.

    길이 5.14미터, 무게는 2.4톤에 가깝지만 불과 1,000rpm부터 발휘되는 최대토크 덕에 제로백 4.8초를 기록하며, 최고 속도는 270km/h다. 당시 아우디 SQ7은 최고 속도가 250km/h에 제한되어 있어 벤테이가 디젤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디젤 SUV’라는 타이틀을 갖고 가기도 했다.

    2017년 3월
    럭셔리의 정점을 찍은
    뮬리너 모델이 등장한다
    2017년 3월에는 럭셔리함의 정점을 찍은 ‘벤테이가 뮬리너’가 등장한다. 벤틀리의 인-하우스 개별 맞춤 제작 부서인 ‘뮬리너(Mulliner)’가 수공예 제작 노하우로 만든 럭셔리 SUV다. 외관과 실내를 듀오 톤(Suo Tone)으로 꾸몄고, 전용 22인치 휠, 그리고 새로운 타입의 베니어와 샴페인 냉장고 등을 장착했다.

    듀오 톤 도장 옵션은 보닛, 필러, 지붕을 차체 나머지 부위와 대비되는 색상으로 꾸며준다. 차체 하부에도 동일한 색상이 적용되고, 하단 그릴은 크롬으로 처리, 그리고 플로팅 휠 캡이 달린 전용 22인치 7스포크 디자인 휠이 장착된다.

    실내에서는 앞 좌석과 뒷좌석 시트에 서로 다른 색상으로 가죽을 선택할 수 있다. 수제작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바느질과 뮬리너 자수 장식이 적용되며, 센터패시아에도 뮬리너만의 특별한 베니어 패널이 장식된다.

    뒷좌석에는 샴페인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와 크리스털 샴페인 잔, 보틀 쿨러 등이 위치한다. 이와 더불어 1,950와트 출력 21채널 앰프로 구성되는 20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시동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도 실내 난방과 냉방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는 파킹 히터 기능도 제공된다. 파워 트레인은 일반 모델과 동일한 6.0리터 W12 엔진으로 구성된다.

    2018년 1월
    V8 가솔린 모델 추가
    2018년 1월에는 V8 가솔린 모델이 추가된다. W12 가솔린, V8 디젤에 이어 세 번째로 추가된 것으로,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동일한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품는다. 엔진은 550마력, 78.5kg.m 토크를 발휘하고, 제로백 4.5초, 최고 속도는 290km/h를 기록한다.

    V8 가솔린 모델은 벤테이가 라인업에서 가장 스포츠성이 뛰어난 모델이다. 벤테이가 모델 중 처음으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벤틀리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앞바퀴에 10피스톤 캘리퍼와 440mm 지름 디스크가 장착된다. 이 외에 붉은 브레이크 캘리퍼, 검정 도장과 유광 마감이 적용된 새로운 22인치 5스포크 휠, 블랙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트윈 쿼드 배기 파이프를 적용받는다.

    2018년 3월
    효율성과 친환경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
    2018년 3월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도입된다. 고성능 전기모터와 V6 가솔린 엔진 결합으로 CO2 배출량이 75g/km에 불과하다. 전기 모터와 발전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E-모터가 3.0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결합되었고, NEDC 기준으로 최대 50km 순수 전기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 모터는 일반 가정용 장치로 7시간 30분이면 완충할 수 있고, 공업용 전력 공급 장치가 설치된 곳에서는 2시간 30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고 한다. 앞문 하단과 뒷문에는 코퍼 컬러 ‘Hybrid’ 배지와 코퍼 마감 휠 센터 및 벤틀리 배지가 부착된다.

    베이비 카이엔 ‘마칸’처럼
    베이비 벤테이가 등장하나
    2016년에는 벤틀리가 새로운 SUV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한창 돌았었다. 당시 외신에 따르면 벤틀리가 “베이비 벤테이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포르쉐에게 새로운 고객층을 열어준 베이비 카이엔 ‘마칸’처럼 새로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벤틀리는 2015년 연간 판매 대수 1만 대를 간신히 넘겼었다. 2018년까지 1만 5,000대, 2020년까지 2만 대로 늘린다는 목표와 함께 마칸 크기의 SUV 모델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다만, 현재 ‘벤테이가’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덕에 출시 시기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비 벤테이가는 벤틀리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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