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코로나 19가 시작되기 전에 해외여행을 갔던 것이 떠오른다. 미세먼지가 없던 청명한 밤하늘에는 금방이라도 눈앞에 쏟아질 것처럼 별들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공기 좋은 지방에 가지 않는 한 그런 별을 보기 힘들어졌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가파르기에 여행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도로 위에서만큼은 매일매일, 아주 선명히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많은 이가 눈치챘듯이 오늘의 주인공은 벤츠다. 서론이 길었지만, 도로 위에서 달리는 벤츠가 쏟아질 것처럼 많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아질 예정인데, 바로 EQA 때문이다. 그런데 EQA의 판매 호조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네티즌들이 있다고 해 화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정지현 에디터

벤츠의 두 번째 전기차
GLA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모델, 바로 오늘의 주인공 EQA다. EQA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두 번째 전기차이자, GLA를 기반으로 전동화를 강조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세련된 디자인도 주목받은 바 있는데, 특히 외관은 ‘진보적인 럭셔리’가 특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과 라디에이터 그릴은 ‘EQ 브랜드’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길이 4,465㎜, 너비 1,835㎜, 높이 1,625㎜ 등 도심 운전이 편리한 몸집을 지닌 것도 특징이다.

인기는 나날이 상승 중
7월에 판매량 3위 기록
업계에 따르면 EQA는 사전예약을 시행한 지 한 달여 만에 4,000대를 돌파했다. 당초 한국에 배정된 EQA 초도 물량 300대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로, 고급차 이미지가 강한 벤츠 신차가 이 같은 기록을 세우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더불어 최근 공개된 7월 전기차 국내 판매 순위에서도 281대를 팔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생각보다 판매 대수가 적어 보일 수 있으나, 7월 중순경에 출시됐으니, 사실상 7월 중하순부터 전기차 등록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인기가 아닐 수 없다.

파격적인 가격 정책과
벤츠라는 명성
EQA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관련 업계는 “벤츠 브랜드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EQA의 국내 가격은 5,990만 원으로, 정부 보조금 지원 규정에 따라 국고보조금 100%인 8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가격대다.

한편, 가격 경쟁력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값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뭇 네티즌은 EQA의 흥행에 ‘삼각별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 ‘삼각별의 힘’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어째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상온 302km 저온 204km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성능에 있었다. 실제로 소비자 사이에서 EQA를 두고 자주 나왔던 지적 중 하나가 바로 주행 가능 거리인데, 일부 소비자가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데도 ‘벤츠여서 괜찮다’라는 너그럽고도 모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얼마나 주행 가능 거리가 짧길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환경부가 인증한 EQA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고작 상온 302.7㎞, 저온 204.2㎞다. 이는 배터리 용량을 감안해도 현대차 아이오닉 5의 426㎞와 테슬라 모델3의 446.1㎞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경쟁 모델에 비해
특출난 사양도 없다
거기에 EQA에 이렇다 할 특출난 사양이 탑재되지 않았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실제로 EQA에는 현 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 중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테슬라의 ‘FSD’, ‘오토파일럿’ 같은 기능이 없다.

하물며 아이오닉 5의 220V 외부 전원을 뽑아서 쓸 수 있는 ‘V2L‘ 같은 특출난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GLA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내부 공간도 넓은 편이 아니며, 이에 혹자는 EQA의 뒷좌석에 대해 “거의 못 앉을 수준”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경쟁 모델에 비해 이렇다 할 큰 이점이 없다는 뜻이다.

“성능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벤츠니까 뭐”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왜일까? ’벤츠‘니까 용서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한 전기차 동호회에서 네티즌이 EQA를 두고 한 말이다. 말 그대로 벤츠에서 나온 차량이기에 앞서 언급한 성능과 사양에 관한 단점이 상쇄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삼각별이 주는 ‘고급감’이면 충분하다는 의미의 평가로 해석되며, 몇몇 소비자는 동네 마실용으로 해당 모델을 구매하면 되겠다는 너그러운 평가까지 더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또 다른 네티즌의 반응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한 것 같다.

“외제차에는 참 관대해”
“로고만 보고 사는 건 좀”
물론 해당 모델에 좋은 평가를 내리는 네티즌도 존재한다. “싸게 나오긴 했지”, “디자인은 예쁘더라” 등이 그것이다. 또한 EQA를 구매하는 이들에게도 “자기 돈 자기가 쓰는 건데 뭐”라는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도 존재했다.

하지만 “외제차라면 사족을 못 쓰네”, “폼 잡으려고 저거 샀다가 고생하지”, “벤츠여서 괜찮다고? 그건 좀…”, “남한테 보여주기식 삶이 대세인 한국인에게 잘 맞는 영업전략이었네”,“국내차는 온갖 이유 대면서 까고, 외제차는 로고만 보고 사네”라는 반응도 포착할 수 있었다.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해당 모델을 외제차라는 이유로 구매한 것에 대한 일종의 일침처럼 보인다.

사실 가진 돈으로 무엇을 사든, 그건 개인의 몫이다. 같은 돈으로 다른 모델을 구매하든, 저축하든, 혹은 다른 일을 벌이든, 애초에 타인은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다만, 내가 아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입고 먹고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미리 조심하라고 경고는 할 수 있겠다. 혹시나 남의 시선에 신경 쓰다가 자신에게 딱 맞는 무엇을 놓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의 주제도 마찬가지다. 삼각별이 주는 황홀함이 좋아 EQA를 사든 혹은 아예 다른 모델을 사든, 아니면 아예 사지 않든 그건 독자의 몫이다. 다만, 해당 모델을 구매하기 전 어떤 이슈가 있는지 등을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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