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충전 규격 사용으로 곤혹 겪는 소비자
최근 출시한 KC 인증 CCS 어뎁터로도
현대차 E-Pit에서의 충전이 제한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크게 아이오닉 5로 대표되는 현대기아차와 모델3로 대표되는 테슬라로 나누어져 있다. 두 모델은 서로 가속성능, 공간활용성, 디자인 등 고유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어느 모델의 우열을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인프라에 있어서는 테슬라가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흡한 인프라로 인해 현대기아차 전기차 차주들과 테슬라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테슬라 모델들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충전소 E-Pit의 이용을 금지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과연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이유는 무엇이며 위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글 김성수 에디터
고속도로 휴게소 내 현대차 충전소
사용할 수 없는 테슬라 차주들
전 세계적으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역시나 그 점유율이 상당하다. 하지만 급속한 전기차 시장의 변화로 인해 아직까지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외국 제조사인 테슬라는 인프라 구축에 있어 보완이 더욱 더딘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전동화 시장 변화 흐름에 비교적 빠르게 발맞춰가고 있다.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급속 충전소 ‘이핏(E-pit)’을 설치하고 그 수를 빠르게 증설해가고 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테슬라 차량은 이핏에서 충전을 하지 못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핏은 지난 3월 말 현대차의 초고속 전기차 충전 브랜드로 출범하였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한국도로공사와 맺은 전기차 충전소 설치 및 증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이후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우선 설치하였고, 현재도 그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공공으로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임에도 테슬라 차량은 위 충전소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불만을 가지는 테슬라 차주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유는 테슬라가 지니고 있는 독자적인 충전 규격 때문이었다.
국내 전기차는 DC콤보 어댑터를 표준으로 제작된다. DC콤보 규격은 유럽에서 처음 고안된 규격이라 많은 제조사들이 이 규격에 맞춰 전기차를 생산하지만, 테슬라는 이와는 다르게 독자적인 규격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 협약이 진행되기 전부터 위 상황을 우려한 한국도로공사 측은 테슬라에 수차례 사업 유치에 참여할 것을 권했지만, 테슬라 측으로부터는 어떠한 답변도 얻을 수 없었다. 결국엔 우려하던 상황이 터지게 되었고 충전소 사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속적인 항의에 결국 출시된 어댑터
그러나 아직까지 미적지근한 대책
테슬라 차주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규격이 다르다고는 해도 규격 전환 어댑터를 사용하게 하면 될걸 그것까지 막아버리는 건 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핏에선 테슬라 충전 규격을 DC콤보 어댑터로 변환하는 어댑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변환 어댑터를 사용할 경우 충전 자체는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정식으로 지원하는 어댑터가 아니기 때문에 화재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역시 모든 어댑터를 사용 제한하는 이유를 “화재 및 충전기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전기차는 종류에 따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정해져 있다. 이는 전기차마다 다른 충전 케이블의 모양을 통일시킨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닌데, 차량과 충전기 사이의 통신 프로토콜 방식 역시 제조사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제조사별 해석의 차이가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현대차의 이 같은 대처는 비판하기 어렵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대당 1억 5천만 원 수준의 충전기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더욱이 기기에 고장이라도 나게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충분치 않은 인프라이기에 많은 운전자들이 피해를 면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테슬라 소비자들은 테슬라 측에 DC콤보 타입 1을 지원하는 어댑터를 계속해서 요구해왔다. 지속적인 소비자들의 항의에 결국 테슬라는 지난달 19일, DC콤보 어댑터를 출시하긴 했다. 하지만 다소 난감한 내용이 전해져 소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테슬라는 해당 어댑터에 대해 “CCS 콤보 1 어댑터를 사용하는 경우 최대 300A까지 충전이 가능하나, 충전기의 용량, 충전 조건 및 차량 상태 등에 따라 충전 속도가 상이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어댑터로 발생한 모든 사고는 보상이 불가능하고 당사는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그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흡한 대처를 보였던 테슬라이기에 위 내용은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해당 어댑터는 공식 KC인증을 받았다고는 해도 환경부의 공공 급속 충전기에서도 차량을 충전할 수는 있지만 이핏에서는 여전히 사용이 제한된다. 현대차는 테슬라의 DC 콤보 어댑터 출시 소식에 재차 공지사항을 올렸다. 어댑터 사용을 금지하는 기존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며, 이 조항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환경부 소속 공공 급속 충전기에는 사용 가능한 CCS 콤보1 어댑터이지만,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결국 테슬라의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용 충전 인프라를 하루빨리 증설하는 것이 가장 나은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테슬라는 최근 국내에 신형 초급속 V3 슈퍼차저를 들여오겠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그간 부족한 인프라 및 독자적 충전 방식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많은 곤란이 이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늦은 시점임에도 다행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테슬라 역시 하루빨리 탄탄한 인프라를 갖춰, 국내 소비자들 사이 불편이 다소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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