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치기 사고를 당했는데 피해자 과실 30 준 판사
항소심에서는 기각 판결, 대법원에서 소액사건은 대부분 기각

사고 관련 모습 / 한문철 TV

블랙박스가 거의 없던 옛날에는 교통사고가 나면 과실비율을 가려내기 어려웠다. 부딪힌 현장 모습만으로는 사고 당시 누구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교차로에서 한쪽의 신호위반으로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누가 신호위반을 한 것인지 현장 사진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이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시대였으며, 분명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되거나, 분명 무과실인데 과실이 잡히는 등 억울한 일도 많았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목격자를 찾습니다’와 같은 현수막도 많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차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블랙박스를 돌려보면 누구 과실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실제로 100:0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대방의 칼치기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를 당한 운전자 과실 30%를 판결한 판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사고 관련 모습 / 한문철 TV

사고 경위를
살펴보았다

최근 유튜브 한문철 TV에 올라온 한 사고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고는 2년 전에 발생했고 당시에도 영상이 업로드되었지만 이번에 영상이 한 번 더 업로드된 것이다. 사고 상황을 살펴보면 서울의 한 도로에서 3차로(1차로는 버스 전용 차로)로 주행 중인 운전자(이하 블박차 운전자)는 갑자기 2차로에서 빠르게 달려 나와 3차로로 차로 변경하는 코란도 투리스모 차량의 후측면을 추돌했다.

코란도 투리스모 차량(이하 상대차 운전자)은 빠른 속도로 다가와 갑작스럽게 차로 변경했으니 칼치기에 해당된다. 게다가 차로 변경하면서 브레이크까지 밟았다. 당시 전방 교차로에 신호 대기로 인해 많은 차들이 정차했지만 다행히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문 / 한문철 TV

상대차 운전자만
100% 과실 인정 안 했다
소송 결과 70:30

사고 이후 블박차 운전자, 블박차 운전자 보험사, 상대차 운전자 보험사 모두 블박차 무과실을 인정했지만 상대차 운전자만은 “블박차가 뒤에서 들이받았으니 블박차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상대방이 인정을 하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

1심 판결에서는 100:0이 안 나와 항소심을 갔으며, 지난 11월 11일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라고 되어 있다. 즉 항소심에서도 100:0이 안 나온 것이다.

항소심 판결문 / 한문철 TV

과실비율에 관한 판단을 살펴보면 피고 차량은 원고 차량 앞에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속도를 올려 차로 변경을 시도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을 보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은 피고 차량에게 잇따고 봄이 타당하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피고 차량이 차로를 변경을 시도할 당시 원고 차량 앞에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차량 운전자는 차선 변경 신호를 켠 상태로 차로 변경을 시도했으며, 피고 차량이 2차로로 상당 부분 이동한 이후에 원고 차량과 충격한 점을 비추어 보면 원고 차량에게도 전방주시의무 등을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블박차량 30%, 상대차량 70%으로 판결했다.

사고 관련 모습 / 한문철 TV

칼치기 사고는
기본적으로 100:0

많은 네티즌들은 판사의 판단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차로변경, 즉 칼치기를 한 데다 속도까지 줄여 사고를 유발했는데, 블박차 운전자에게도 과실을 준 것을 보고 “판사가 칼치기를 인정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현행법상 칼치기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예전에는 피해자에게도 20의 과실이 적용되었지만 2019년 개정 후에는 피해 차량은 무과실이다. 앞차가 뒤차의 움직임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칼치기는 아니지만 정체 중 갑작스럽게 옆 차로로 변경해 사고 날 경우에도 피해자 무과실이다. 다만 피해자도 진로양보 의무 위반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 차량도 과실이 인정된다.

사고 관련 모습 / 한문철 TV

안 끼워주려고
블박 차량이 가속했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블박차가 상대차를 안 끼워주려고 가속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며 판사의 판결이 맞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상을 살펴보면 사고 직전에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이 나며, 엔진 소리가 커지는 것도 들린다. 다만 이전에 골목길로 우회전하는 차를 보내주기 위해 정차 후 가속한 정황도 있어 애매하다.

영상에 속도가 표기되어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해당 영상에는 속도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한문철 변호사는 칼치기로 인한 100:0사고로 판사 잘못 만났다고 했으며, 판사는 운전자가 양보해 주지 않기 위해 가속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고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과실을 준 것으로 보아 이 부분은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부분을 문제 삼았다면 분명히 판결문에 양보해주지 않기 위해 가속한 점을 기록했을 것이다. 전방주시의무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고 관련 모습 / 한문철 TV

대법원은 소액 사건 대부분 기각
항소 판결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해당 항소심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실시된 것으로, 판결에 불복할 경우 상고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문철 변호사에 따르면 소액 사건은 거의 대부분 기각된다고 한다. 참고로 해당 사고에 대한 재판도 소액 사건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블박차량 운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해도 항소 판결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문철 변호사도 “판사 잘못 만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차로변경 사고사례 / 아이나비

차로 변경 관련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차로 변경 관련 사고는 교통사고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튜브 등 여러 곳에서 조금만 찾아봐도 사고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차로 변경 중에 사고가 난다면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무모하게 차로를 변경해 사고를 일으킨 것이 인정되어 차로 변경 차량에 과실을 더 많이 산정한다.

다만 차로 변경을 완전히 완료한 차량을 뒤차가 들이받는다면 이때는 뒤차가 전방주시의무 위반으로 과실이 더 많이 산정된다. 물론 급차로 변경 후 급정지하는 등 뒤차가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면 차로 변경한 차의 과실이 더 많이 인정된다. 하지만 보통 사고를 살펴보면 전자의 경우가 더 많이 일어나는데, 이때 차로 변경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되려 “방향지시등 켜고 들어가는데 왜 들이받나?”와 같은 식으로 과실 인정을 안 해 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많다.

방향지시등은 무적이 아니다
차로 변경은 여유롭게

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방향지시등 키고 바로 급격하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면서 방향지시등을 켜는 경우가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방향지시등을 안 켠 것과 마찬가지다. 뒤 차가 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차로 변경의 정석은 방향지시등을 통해 뒤 차에게 자신이 들어갈 것이라는 신호를 충분히 보낸 후 앞차와 뒤차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에 천천히 들어와야 한다. 앞 차가 방향지시등으로 충분히 신호를 보냈다면 뒤 차도 감속 등으로 앞차가 차로 변경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자. 안전한 차로 변경으로 위와 같은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자.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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