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 원 차이… CT6와 G90 솔직히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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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우리는 각자가 생각하는 ‘완벽’에 가까운 것을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따져보고, 끊임없이 파헤쳐 본다. 특히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살 때면 더욱 그렇다. 내가 지불한 돈만큼 가치가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조건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따지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에겐 그저 뒷자리에 타고 다니는 운송 수단에 불과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드림카가 되곤 한다. 마냥 편해야만 한다는 것은 옛말, 요즘 플래그십 모델들에겐 꽤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플래그십 모델은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인 만큼 디자인이 중요하다.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뒷자리 승객을 위한 편안한 승차감도 갖춰야 한다. 또, 긴 시간 동안 운전해도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운전하기 좋아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달리고 싶어 하는 운전자의 기분을 충족시켜줘야 하며, 위급 상황에서는 뒷자리 VIP를 안전하게 구할 수 있는 민첩한 움직임도 요구된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미국 플래그십 세단을 대표하는 자동차와 한국 플래그십 세단을 대표하는 자동차를 비교해보았다. 모델별 단독 시승은 많이 했지만 이들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비교하며 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 4개월 만에 내보내드리는 비교 시승기다. 오늘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은 ‘캐딜락 CT6’와 ‘제네시스 G90’ 비교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 박준영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파워 트레인과 크기 제원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두 자동차를 숫자로 비교해보았다. 우리가 시승한 ‘캐딜락 CT6’는 ‘플래티넘’ 모델이었다. 334마력, 39.4kg.m 토크를 내는 3,649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자동 10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공인 복합 연비는 8.7km/L다.

‘제네시스 G90’은 ‘프레스티지’ 트림이었다. 315마력, 40.5kg.m 토크를 내는 3,778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공인 복합 연비는 8.1km/L다. 마력 수치는 CT6가 높고, 토크 수치는 G90이 더 높다. 두 자동차 모두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다음은 크기 제원 수치다. ‘캐딜락 CT6 플래티넘’의 크기 제원은 길이 5,227mm, 너비 1,880mm, 높이 1,473mm, 휠베이스 3,109mm, 그리고 공차중량은 1,941kg이다.

‘제네시스 G90 3.8 프레스티지’의 크기 제원은 길이 5,205mm, 너비 1,915mm, 높이 1,495mm, 휠베이스 3,160mm, 그리고 공차 중량은 2,120kg이다. 길이 수치는 CT6가 더 크고, 너비와 높이, 그리고 휠베이스 수치는 G90이 더 크다. 공차중량은 G90이 더 무겁다.

실구매 가격 비교
다음은 실구매 가격 비교다. CT6는 ‘스포츠’, ‘플래티넘’, ‘스포츠 플러스’ 등 세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중 우리가 시승한 ‘플래티넘’ 트림의 기본 가격은 9,768만 원이다. 캐딜락에서 제공하는 공식 할인은 없으며, 별도로 발생하는 옵션 비용도 없다.

플래티넘 트림에서 발생하는 취득세는 679만 3,730원이다. 차량 가격과 취득세를 모두 더했을 때, ‘캐딜락 CT6 플래티넘의 실구매 가격은 1억 451만 3,730원이 된다.

제네시스 G90 3.8 가솔린 모델은 ‘럭셔리’, ‘프리미엄 럭셔리’, ‘프레스티지’ 등 세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중 ‘프레스티지’ 트림 AWD 모델의 기본 가격은 1억 995만 원이다. 옵션 가격은 최대 492만 원까지 발생하며, 현대차가 제공하는 공식 할인은 9월 한정 20만 원이다.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취득세는 764만 7,080원, 옵션을 모두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취득세는 798만 9,290원이다. 이들을 모두 더했을 때 제네시스 G90 3.8 프레스티지의 최저 실구매 가격은 1억 1,763만 7,080원, 최고 실구매 가격은 1억 2,289만 9,280원이 된다. 최저 실구매 가격 기준으로는 CT6가 1,300만 원 정도 저렴하고, 최고 실구매 가격 기준으로는 CT6가 1,800만 원 정도 저렴하다.

Q. 어떤 차가 더 보기 좋은가?
두 자동차 모두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한 쪽은 다소 투박하던 디자인에서 독일차를 표방하듯 젊은 느낌을 강조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반대로 젊은 느낌에서 레트로 풍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디자인은 취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단정 짓긴 어려우나, 개인적으로는 캐딜락의 디자인이 더 끌린다. 페이스리프트가 잘못되면 디자인이 어정쩡해지는 경우가 꽤 많은데, CT6는 젊고 날렵한 느낌을 더욱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실물로 보면 캐딜락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도 여전하다. | 김승현 기자

캐딜락은 항상 사진보다 실물이 더 이뻤고 이는 CT6 역시 마찬가지였다. 날렵하면서도 힘 있는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잘 살려낸 몇 안 되는 브랜드가 바로 캐딜락이다. 중년 신사가 떠오르는 CT6는 세련된 ‘요즘 미국 차’라는 느낌이 짙게 배어있다. 깔끔하게 각이 잡힌 CT6는 G90보다 조금 더 젊은 느낌이다.

G90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꽤 많이 갈리고 있다. 전면부의 커다란 오각 그릴은 웅장한 느낌은 살려주었으나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며, 리어 디자인도 개인적으로는 현행 G90보다 바로 이전 모델인 EQ900이 더 낫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다. G90이 웅장한 플래그십 세단을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포스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디자인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긍정적으로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아직 제네시스 디자인은 과도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박준영 기자

Q. 어떤 차가
운전하기 더 좋은가?
시승기인 만큼 옵션보다 자동차 본연의 운동 성능을 먼저 말하고 싶었다. 두 자동차가 추구하는 것이 편안한 승차감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방법, 그리고 얼마나 제 역할을 잘 하는지 따져보면 차이가 꽤 크다.

캐딜락이 독일 차를 따라 해 왔고, 그것을 능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계실 것이다. 캐딜락 CEO가 실제로 했던 말이기도 하다. CT6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을 때 자칫 독일차를 따라가기 위해 푹신한 승차감을 버리진 않았을까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여전히 편안하고 푹신한 승차감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CT6에 장착된 장비와 부품들은 제 역할을 잘 수행한다. 타이어는 소음을 잘 흡수함과 동시에 그립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서스펜션은 상황에 맞게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댐퍼는 노면 변화와 코너를 어떻게 타고 넘어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서스펜션에게 어떤 역할을 수행하라고 일러준다.

푹신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분들이 마음에 들어 할만 하다. ‘S클래스’의 ‘매직 바디 컨트롤’처럼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을 추구하는 분들이 꽤 만족할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V6 자연흡기 엔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부드러운 주행을 선사한다.

G90 역시 편안한 승차감을 추구하고 있다. 시트는 그 어떤 국산차보다 푹신하고 넓으며, 높게 올라온 센터 터널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노면 감지 서스펜션의 부재다. 부드럽고 푹신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것이 여럿 있었다.

VIP를 위해 탄생한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최고의 승차감을 선사해야 한다. 그 어떤 플래그십 세단보다도 좋은 장비와 기술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 스스로 지목한 경쟁상대 ‘S클래스’, 그리고 자주 비교되는 CT6보다 좋은 승차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GV80’부터 노면 감지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간다고 한다. G90에도 하루빨리 도입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CT6와 비교하면 푹신한 느낌은 덜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었을 때 기분 좋은 반동이 느껴지는 정도로 비교하면 그렇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좋지 못한 노면에서 통통 튈 때가 간혹 있다. 전륜보다 후륜이 그렇다. 이 외에 편안한 주행에 있어 아쉬운 것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일상 주행에서만큼은 V6 자연흡기 엔진이 CT6처럼 부드럽게 일한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외부 소음 차단에도 신경을 잘 썼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노면 소음을 잘 흡수하며, 시트는 푹신하고 편안하다. | 김승현 기자

CT6와 비교하면 푹신한 느낌은 덜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었을 때 기분 좋은 반동이 느껴지는 정도로 비교하면 그렇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좋지 못한 노면에서 통통 튈 때가 간혹 있다. 전륜보다 후륜이 그렇다. 이 외에 편안한 주행에 있어 아쉬운 것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일상 주행에서만큼은 V6 자연흡기 엔진이 CT6처럼 부드럽게 일한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외부 소음 차단에도 신경을 잘 썼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노면 소음을 잘 흡수하며, 시트는 푹신하고 편안하다. | 김승현 기자

두 모델 모두 V6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시종일관 부드러운 가속을 보여주지만 파워트레인 세팅은 많이 다른 편이다. CT6는 부드럽지만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라면 G90은 옛날 벤츠가 떠오르는 다소 무거운 출발을 보여준다.

그간 국산차에서 꾸준히 지적받아왔던 초반부에 집중되어있는 엑셀 반응을 개선하여 이제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부드러워졌고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다소 답답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육중한 몸무게가 느껴지는 G90보단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CT6가 더 마음에 들었다. MRC 댐퍼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며 주행성능 측면에선 독일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CT6를 시승 당시 실망했던 진동과 소음, 그리고 사용자 인터페이스 문제 역시 말끔하게 해결되어 완성도가 훨씬 높아진 모습이다. | 박준영 기자

Q. 어떤 차 뒷자리가 더 좋은가?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뒷자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뒷자리 편안함은 ‘CT6’, 장비는 ‘G90’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앞자리에서 느꼈던 승차감보다 뒷자리에서 느꼈던 승차감이 더 인상적이었다. 앞자리보다 부드럽고, 앞자리보다 조용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음에도 머리 공간과 무릎 공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넉넉했다.

G90에는 옵션으로 장착되는 것들이 CT6에는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 장비들도 있었다. 뒷자리 모니터와 더불어 열선 시트, 통풍 시트, 창문 커튼, 뒷유리 커튼 등이 대표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암레스트 컨트롤러가 없는 것이었다. 시트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모니터도 있지만, 미디어 장치를 뒷자리에서 컨트롤하지는 못한다. 공조장치 버튼도 2열 에어벤트 위쪽에 있어 몸을 앞으로 숙여 조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뒷자리 장비만큼은 G90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뒷자리를 강조하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뒷자리 승객을 위한 장비를 사용하기 쉽게 배치해둔 것이 인상에 남았다. 암레스트에는 미디어 장치뿐 아니라 공조장치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들도 가지런히 놓여있다. 버튼 하나로 조수석 시트를 접고 뒷좌석 시트를 눕힐 수 있다.

G90에게 아쉬웠던 것은 승차감이었다. 앞서 잠깐 말씀드렸던 통통 튀는 반응이 전륜보다 후륜에서 강했다. 다음 세대 G90부터 전자식 댐퍼, 노면 감지 카메라, 노면 감지 서스펜션 등 승차감을 위한 장비들을 대거 장착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내로라하는 플래그십 세단들이 모두 갖추고 있는 것들이다. | 김승현 기자

뒷자리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플래그십 세단에게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두 차량 모두 외관에서 느껴지던 분위기가 실내로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CT6는 전체적으로 깔끔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으며 화사한 베이지 시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뒷자리 시트는 몸을 잘 잡아주며 안락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했다.

가죽 질감 역시 G90보다는 한수 위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CT6의 뒷자리가 그렇게 편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안락함을 자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김승현 기자와 같은 의견으로 아쉬운 점 하나는 센터 콘솔 암레스트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뒷자리에서 편하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동시트 조절 외의 기능 부재는 아쉽다.

G90은 조금 더 보수적이고 올드 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표현하자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다. 고급스러움을 위해 우드그레인을 사용하였으며 뒷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많은 것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

시트 착석 느낌이 두 자동차가 조금씩 다르다. G90은 소파처럼 넓은 느낌이고, CT6는 사이드 볼스터로 몸을 지지해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뒷자리는 직접 타보고 각자가 판단해보는 것이 옳겠다. | 박준영 기자

Q. 어떤 차가 더 럭셔리한가?
요즘 나오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분명 눈에 보이는 과시도 필요할 것이다. 일반 자동차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호화롭거나 신기한 장비들 말이다. 어떤 이들은 플래그십 세단만 누릴 수 있는 감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운전자 손이 자주 닿는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 가죽 재질은 ‘CT6’가 더 좋았다. 주행 내내 땀이 차지 않고 부드러운 감촉을 유지했다. 대시보드, 센터 터널 주변 등 럭셔리함을 살리기 위해 가죽 소재를 넉넉히 둘렀다. 미디어 장치를 재생하면 부드럽게 위로 솟아오르는 대시보드 위 파나레이 스피커도 플래그십 세단만의 고급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G90도 장비만큼은 모두 럭셔리했다. 그러나 섬세함에 있어 개선할 부분이 몇 가지 보였다. 현대기아차 시승기를 통해 가죽 재질 개선을 여러 번 언급했었는데,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로 가죽 재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는 운전자의 손이 계속 닿는 곳이기 때문에 좋은 가죽을 사용해줄 이유가 충분하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은은하게 들어오는 조명,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자리에 모여있는 버튼 등 럭셔리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뒷자리 승객을 위한 럭셔리 감성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는 운전자를 위한 노력이 요구될 차례다. | 김승현 기자

사용된 소재나 감성적인 부분은 역시 캐딜락의 승리였다. 다만 두 차의 럭셔리는 장르가 약간 다른 느낌이다. 캐딜락은 아메리칸 럭셔리가 짙게 배어있으며 G90은 한 세대 전 유럽차의 럭셔리를 따라간 느낌이다.

G90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올드해 보이는 인테리어와 함께 디지털 계기판 등 최신 사양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다만 좌우로 길게 뻗은 센터패시아 디자인은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인 느낌으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합하다 말할 수 있겠다.

CT6는 화사한 베이지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캐딜락 차량들에서도 볼 수 있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사용된 소재나 가죽 질감은 CT6가 더 훌륭했으며, 시동을 걸면 위로 솟아오르는 보스 파나레이 스피커는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바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직관성이 더 좋아졌으며 후방카메라나 디스플레이의 화질이 이전 모델들 대비 월등히 좋아졌다. 구형 캐딜락 모델들은 이에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겠다. | 박준영 기자

Q. 어떤 차의 운동 성능이 뛰어난가?
플래그십 세단에게 운동 성능이 중요할까? 스포츠카처럼 경쾌한 움직임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민첩한 움직임은 플래그십 세단에게도 요구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위급 상황에서 VIP를 안전하게 탈출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CT6’ 엔진룸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엔진 위치가 높아 무게중심도 높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민첩한 움직임을 위해선 낮은 무게중심이 필수인 요즘 걸림돌이 아닐 수 없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CT6는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2톤에 가까운 대형 세단이 흔들림 없이 코너를 돌아나가고, 뒷꼬리가 날아갈 듯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사륜 조향 시스템이 한몫했다. 고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량 뒷부분까지 꽉 잡고 돌아나간다. 뒷부분이 날리지 않아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잃지 않는다. 마냥 조용하고 푹신하던 ‘CT6’가 스포츠 모드에선 돌변한다. 조용하던 V6 자연흡기 엔진과 액티브 사운드는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고, 푹신하던 서스펜션은 독일차처럼 단단해진다. CT6에는 10단 변속기가 장착된다. 동력 손실 없이 엔진의 모든 출력과 토크를 각 바퀴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G90 역시 가속력은 괜찮았다. CT6만큼 경쾌할 정도로 가속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2톤이 넘는 무게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적어도 직선 도로에서만큼은 안정적이고, 하체 떨림도 과거 현대차를 생각하면 매우 많이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고속 코너에서 방향을 틀면 차량 뒷부분이 날아갈 듯한 불안정한 움직임이 있다. 마치 ‘아반떼’의 피시 테일처럼 뒷꼬리가 요동친다. 박준영 기자가 테스트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봤는데,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흔들림이 심하다. 무게가 있어 아반떼보다는 분명 덜 하겠지만, 안정적인 움직임을 위해서라면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김승현 기자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두 차는 세팅이 완전히 다르다. CT6는 G90보다 조금 더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움직임 측면에서도 한 수 위다. G90은 고속주행에서 특히 무게로 인한 부담감이 체감될 정도로 크며, 차로를 급격하게 변경하는 상황에선 뒤뚱대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두 차량 모두 직진 가속성능은 비슷했다. 사실 운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자동차는 아니기 때문에 ‘둘 중 누가 한계 성능이 더 뛰어나냐’보단 세팅의 차이를 느껴보는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G90에서 꽤 인상적이었던 점은 과거 EQ900과 비교하면 가속이 조금 더 경쾌해졌다는 점과 범프 구간에서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아가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점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 박준영 기자

Q. 두 차 모두 개선할 점은 없는가?
개선할 점이 없다면 이미 두 자동차는 세계 시장을 점령했을 것이다. 두 차 모두 개선할 점이 명확했다. 우선 CT6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주행 능력에 있어 개선할 점은 거의 없었다. 편안할 땐 편안하고, 민첩할 땐 민첩하다. 모든 장비들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한다.

페이스리프트 되기 전 CT6 에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UI가 지적 대상이었다. 디자인뿐 아니라 깔끔함도 부족했고, 사용하기도 불편했다. 그러나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화질과 디자인 개선뿐 아니라 접근성도 더 좋아졌다. 카메라 화질도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매우 큰 폭으로 개선되어 이쪽은 딱히 불만을 가질 게 없었다.

다만 센터패시아 버튼 재질과 디자인, 그리고 레이아웃은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비상등 위치다.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 쪽에 있고, 심지어 터치식 버튼이라 위급 상황에서 조작하기가 힘들다. 하이그로시 재질이라 누를 때마다 지문이 남는다는 것도 흠이다. 스티어링 휠 경적 스위치 면적도 지금보다 넓어질 필요가 있다. 위급 상황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인 만큼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

옵션이나 편의 장비에 있어 G90이 개선할 점은 거의 없다. G90이 개선해야 할 것은 전반적인 주행 질감이다. 쟁쟁한 플래그십 세단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그들에 버금가는 장비들을 갖춰야 할 것이다. 편안한 주행에 있어서는 GV80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노면 감지 서스펜션을 하루빨리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속 주행에서, 특히 코너가 급격한 곳에서 뒷꼬리가 날아갈 듯한 움직임이 플래그십 세단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차세대 G90은 부디 모든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차체 설계와 더불어 경량화까지 이뤄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승현 기자

CT6 비상등 위치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팔이 엄청나게 긴 사람이 아니라면 매번 비상등을 조작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운전자 쪽에 가까운 배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개인적으론 아직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기를 작동할 때 터치식보단 아날로그 버튼을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이그로시 느낌의 터치스크린은 지문 자국이 남으며 아날로그 버튼 방식보다 조작할 때 직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G90은 세대교체를 거칠 필요가 있다. 페이스리프트 만으로는 ‘완전한 최신 자동차’라는 느낌을 받기 힘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 느낌이 나는 올드한 인테리어를 개선하면 좋을 것이며 과도기라고 생각하는 외관 디자인 역시 조금 더 깔끔하게 개선되면 좋을 것이다.

옵션 하나만큼은 어떤 수입차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제네시스인 만큼 이제는 기본기와 전반적인 차량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한국에서 타기엔 G90이 훌륭한 차량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G90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 박준영 기자

뒷자리만 탈 생각이라면 G90도 나쁘지 않다. 오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내가 지적한 G90의 문제점은 대부분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이었다. 뒷자리에만 탄다면 지적할 문제가 거의 없다. 다만 경쾌하고 민첩한 움직임까지 갖춘 플래그십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아쉽게 느낄 수도 있겠다.

CT6는 세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일상 주행에서 편안하고 푹신한 승차감, 앞자리보다 조용하고 편안한 뒷자리, 그리고 경쾌하고 민첩한 움직임까지 갖췄다는 것이었다. 뒷자리 승객을 위한, 그리고 운전자를 위한 재미 요소까지 갖춘 플래그십 세단을 찾는 소비자라면 CT6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평하고 싶다. | 김승현 기자

한국에선 G90이 많이 팔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옵션이 풍부하며 푹신하고 안락한 플래그십 세단을 원한다면 G90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결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독일산 라이벌들을 정조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음 세대 G90은 대한민국만을 위한 차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플래그십 세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T6는 G90보다 조금 더 젊은 소비자들이 타기에 좋은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생각이다. 뒷자리를 즐겨 타면서도, 가끔 직접 운전을 하는 것도 즐긴다면 더더욱 CT6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CT6는 오너 드리븐과 소퍼 드리븐 두 가지 장르를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자동차라고 평가하고 싶다. | 박준영 기자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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