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시승기의 2부는 주행과 관련된 이야기다. 서울모터쇼 특집 기사 연재로 시승기 업로드가 잠깐 중단됐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를 시승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것은 ‘G80 노멀 모델과 어떤 차이를 보여주는가’였다.
차이라고 하면 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감성품질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약 일주일간 ‘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진가를 느껴본 결과 G80 스포츠는 누군가에겐 훌륭하고 누군가에겐 한없이 부족한 차량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차를 시승하기 전에 앞서, 먼저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졌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시승에 임하도록 하자”… 이미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각종 자동차 전문가들과 미디어 업체의 리뷰에서 생각보다 혹평이 많았던 차량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제네시스 G80 스포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글·사진 박준영 기자
V6 3.3 트윈터보 엔진
후륜 & 4륜 구동 조합
스펙은 훌륭했다. 무게는 빼고
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제원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G80 일반 모델은 3.3리터와 3.8리터 V6 자연흡기 GDI 람다 엔진이 장착된다. 반면 G80 스포츠는 3.3리터 T-GDI 람다 엔진을 장착하여 370마력과 52kg.m이라는 꽤나 준수한 파워를 자랑한다. 다른 라이벌 브랜드의 터보 엔진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눈에 띄게 우수한 수치는 아니지만 국산차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강력한 힘을 자랑하기 때문에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후륜구동형 파워텍 8단 자동 변속기 역시 이제는 충분히 숙성이 될만한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대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무게가 2.1톤이나 된다는 것을 잠깐 잊고 있었다. 아뿔싸. 잠시만 이거 스포츠 아니었어?
일반 G80처럼
나긋나긋한 시내 주행
차량 무게 때문에 긴가민가 했던 마음을 다잡고 시내 주행에 나섰다. 주행모드를 COMFOFT 와 ECO 모드로 번갈아가면서 주행을 해보니 일반 G80에서 느낄 수 있는 나긋나긋한 주행감은 G80 스포츠에서도 여전했다. 모든 도어에 이중 접합 유리를 적용하여 정숙성 역시 훌륭한 편이었고 미션의 반응 역시 빠르게 제 단수를 잘 찾아가는 괜찮은 느낌이었다.
하체 세팅도 스포츠보다는 컴포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일반 G80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반 G80과 다른 점이 있다면 터보 엔진답게 낮은 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최대토크 덕분에 답답한 느낌이 없다는 것이었다. 초반부터 시원하게 밀고 나가는 여유 있는 파워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일반 G80과는 확연히 달랐다.
다만 속도를 조금 올려 100km/h를 넘기게 되면 곧바로 무게로 인한 부담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고속에서 차로를 변경할 때 차체가 많이 출렁이고 노면을 쥐어잡는 그립도 다소 부족하다. 이는 꼭 스포츠 세단이 아니더라도 ‘자동차’로써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성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풍부한 옵션 하나는 1등
수입차를 포기하고 제네시스를 선택한다면 누릴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풍부한 옵션이다. 제네시스의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 ‘HDA’는 생각보다 똑똑하게 작동하여 장거리 주행 시 피로도를 줄여주며 다른 부분에서도 어느 수입차 부럽지 않은 풍부한 옵션을 자랑한다.
터널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내기 순환 모드로 바꿔주는 시스템이나 국내 도로에 최적화가 잘 되어있는 내비게이션은 수입차보다 뛰어난 G80의 자랑거리다. 시트 역시 잘 설계되어 오랜 시간 주행을 해도 피로도가 적었다. 물론 실내 인테리어는 상편에서 언급했듯이 최신 스타일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배기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잔잔한 가상 사운드만이
고요하게 울릴 뿐
시내 주행에서는 정숙한 배기음이 일반 G8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G80 스포츠의 사운드를 느껴보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아 보았으나 부드러운 6기통 엔진의 고요하고 잔잔한 음색만이 살짝 들려왔을 뿐이었다. 순수하게 스포티한 배기음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가상 배기음이 생기는데 이는 차량 설정 메뉴에서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사운드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가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스포츠 세단’인데 감성적인 배기 사운드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했다.
한번 달려볼까?
스포츠 모드 입성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미션 스스로 3천 RPM 이하에서 다음 기어로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언제든지 52kg.m의 토크를 그대로 뿜어내며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댐퍼도 컴포트 모드보다는 조금 더 탄탄해지며 ‘나 스포츠 세단이니 한번 달려보시지’라는 사인을 준다. 그래서 한번 밟아보았다.
먼저 잔잔히 울려 퍼지는 가상 엔진음이 들리니 확실히 컴포트 모드에서보다는 스포츠 세단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낮은 RPM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나오는 터보 엔진의 특성상 자연흡기 엔진과는 다르게 엑셀에 발을 얹는 순간 곧바로 튀어나간다. 그러나 5천 RPM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맥이 빠지기 시작하며 높은 RPM까지 꾸준하게 밀어주는 힘은 다소 아쉽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전형적인 옛날 터보차의 느낌이었다.
지금은 2019년…
터보 렉이 존재한다
요즘은 터보차를 터보차 저럼 만들지 않는 것이 대세다. 많은 브랜드들이 터보 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G80 스포츠는 터보 렉이 동급 다른 차종들에 비해 심했다. 빠른 반응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가 품고 있는 현대의 3.3리터 터보 GDI 엔진은 오늘날의 추세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엔진의 출력 역시 온전히 370마력의 파워가 100%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속력이 좋은 편이나 목이 뒤로 젖혀질 정도의 수준은 아니며 부드럽게 차량을 밀어가며 가속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경쾌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차량 무게가 2톤이 넘으니 당연하다.
조금 몰아붙여보니
아쉬운 미션 반응속도
시내 주행에선 빠릿빠릿하던 미션 역시 조금 몰아붙여보니 한계가 생각보다 빨리 드러났다. 스포츠 모드에서 적극적인 변속이 필요할 때 반응이 다소 아쉬웠다. 조금 빠르게 기어를 내리고 올릴 때 일정 시간 변속 지연이 생기며, 이는 적극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스포츠 모드에서 인위적인 변속 충격을 살짝 준 것은 칭찬해 주고 싶다. 다만 미처 잡아야 할 부분은 잡지 못했다. 정말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신경 쓰지 못하고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 신경 쓴 느낌이랄까.
형 그러지 마요
살살 다뤄주세요
제네시스 G80 스포츠를 조금만 몰아붙이면 곧바로 차량의 한계가 드러난다. 심한 고속이 아님에도 하체는 노면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며 2톤이 넘는 중량 때문에 와인딩 코너에선 심한 언더 성향을 드러낸다. 고속주행 시 급하게 회피기동을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조심해야 한다. 한순간에 뒤쪽이 날려 대형사고가 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초보 운전자가 대형사고를 내기에 딱 좋은 차량이다. 잘 나가는 맛에 무심코 밟다가는 자신의 운전 한계를 발견할 수도 있다. 좋게 말하자면 운전 잘하는 사람이 타야 하는 차다.
형 자꾸 그러지 마라니 깐
살살 다뤄 주세요
날씨가 많이 풀리고 노면온도도 적당하게 오른 요즘 같은 봄 날씨는 소소한 즐거운 드라이빙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유명산에 G80 스포츠를 끌고 올라가 보았다. 와인딩 코스로 가보니 제네시스 G80 스포츠의 2톤이라는 무게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숏 코너에서는 어김없는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여주며 와인딩에 적합한 차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쉽게 증명하고 있었다. 이 차량이 스포츠 세단이 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좋은 장비를 갖추었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직장생활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재료들을 갖춰주어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나타날 수 없다.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기본 능력이 부족하다면 뛰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그런 차량이었다.
현대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3.3리터 터보 엔진과 4륜 구동 시스템을 장착하고 여러 가지 좋은 장비들을 대거 탑재하였지만 스포츠 세단이 갖추어야 할 기본기들은 모두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차세대 제네시스 G80 스포츠가 스포츠 세단이 되려면 먼저 다이어트를 하고 하체 세팅을 더 세심하게 다듬어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절대
대충 만든 차는 아니다
결과물을 보면 급조하여 대충 만든 차량 같지만 사실 G80 일반 모델과 차이를 두려고 노력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인위적인 변속 충격을 추가했으며 단순히 엔진 반응만 개선하는 것이 아닌 댐퍼의 강도 역시 조절이 된다. 그리고 자연흡기 엔진과는 다른 터보 엔진만의 스포츠 감성을 뽐내려고 노력한 흔적도 볼 수 있다. 제네시스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이 엿보인다.
‘스포츠 세단’으로써 본다면 G80 스포츠는 뛰어나지 못하다. 하지만 일반 G80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실하다. 먼저 1500 RPM부터 맛볼 수 있는 52kg.m 토크 덕분에 자연흡기 G80과 다르게 답답한 초반 가속을 말끔히 씻어내었다.
조금 더 여유롭고 경쾌한 주행을 할 수 있다. G80 스포츠의 엔진과 미션 세팅은 스포츠 세단보다는 넉넉한 대배기량 V8 5.0 자연흡기 엔진의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과 비교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차량 세팅 자체가 스포츠가 아닌 컴포트에 더 어울리기 때문에 그렇다.
‘G80 스포츠’가 아닌
‘G80 3.3 터보’였다면
더 훌륭했을 수도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뛰어난 만족도를 준다. 상편에서도 언급했듯이 G80 스포츠의 디자인은 국산차 기준으로 어떤 차량과 비교해도 뛰어난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하며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 질감, 그리고 넉넉한 실내공간은 다른 사람을 태우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 프리미엄 패밀리 세단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좋은 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역할은 이미 일반 G80이 잘 수행하고 있다. G80의 수요층을 고려했을 때 굳이 돈을 더 주고 스포츠 모델을 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는 의문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일반적인 프리미엄 세단의 기준으로 본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각에서 “스포츠”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면서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능 때문에 많은 혹평을 받았다.
옵션 가격까지 포함된 G80 스포츠의 가격은 6,764만 원~7,009만 원이다. 이 가격대에선 선택지가 매우 다양하다. G80 스포츠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가격대는 “이 가격이면 좀 더 보태서…”라는 말이 나와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가격대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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