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자들의 자동차 ‘김오승’님)

최근 국내 한 도로에서 쉐보레 신형 SUV 한 대가 포착되었다. 공개 당시 ‘카마로’를 닮은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출시 설이 돌면서 한국 소비자들 관심이 유독 뜨거웠던 자동차이기도 하다. ‘쉐보레 블레이저’ 이야기다.

최근 한국지엠 쉐보레가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로 호평을 받으면서 잠잠했던 블레이저 출시 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그들이 원하던 재도약 행보도 마냥 순탄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등장하며 다시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는 최근 국내에서 포착된 ‘블레이저’와 함께 한국지엠을 향한 우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작년 말부터 올해 초
국내 소비자들 관심이 높았다
‘쉐보레 블레이저’는 작년 겨울 처음으로 공개되었고, 올해 초 북미 시장 판매 가격과 사양이 공개되었다. 첫 공개부터 가격 공개까지 북미 시장뿐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 관심도 뜨거웠다.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국내 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도 많았고, 크기가 비슷한 국산차와 비교하는 매체와 커뮤니티 이용자도 많았다.

블레이저는 북미 시장에서 193마력, 26.0kg.m 토크를 내는 2,457cc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자동 9단 변속기를 장착하는 ‘2.5 가솔린’ 모델과 310마력, 38.0kg.m 토크를 내는 3,564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그리고 자동 9단 변속기를 장착하는 ‘3.6 가솔린’ 모델로 나뉘어 판매되고 있다.

크기로 따지면 블레이저는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중간에 위치한다. 블레이저의 크기 제원은 길이 4,862mm, 너비 1,948mm, 높이 1,702mm, 휠베이스 2,863mm다. 싼타페의 크기 제원은 길이 4,770mm, 너비 1,890mm, 높이 1,705mm, 휠베이스 2,765mm이고, 팰리세이드의 크기 제원은 길이 4,980mm, 너비 1,975mm, 높이 1,750mm, 휠베이스 2,900mm다.

‘카마로’를 연상케하는 디자인과 더불어 요즘 대형 SUV 수요가 늘어나는 한국 시장에 적합한 모델로 여겨져왔다. 여기에 미국 수입 생산되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최근 한국지엠 쉐보레가 미국에서 생산되어 국내에 수입 판매되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이면서, 블레이저를 향한 기대가 다시 피어나게 된 것이다.

요즘에는 여론도 많이 잠잠
공식 출시 일정은 아직
가능성 없는 것은 아니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로 관심이 쏠린 탓인지 블레이저 관련 소식이 많이 잠잠해진 상태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출시될 것이라는 기사가 꽤 여러 군데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아직 국내 공식 출시 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그보다 체급이 작은 ‘트레일 블레이저’가 먼저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트레일 블레이저는 한국 부평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차다. 군산 공장 사태 이후 한국지엠이 신차로 들여온 ‘이쿼녹스’, ‘콜로라도’, ‘트래버스’ 모두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구조였는데, 트레일 블레이저는 국내에서 생산된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출시되었고, 트레일 블레이저 출시 소식이 함께 몰려오면서 블레이저 쪽 소식이 잠잠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블레이저 국내 출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향후 5년간 신차와 더불어 상품성 개선 모델 열다섯 종을 출시한다고 밝혔었다. ‘스파크’ 부분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말리부’ 부분 변경, 그리고 최근에 출시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도 이 신차 계획에 포함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트레일 블레이저’도 신차 계획 열다섯 종에 포함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오늘 이야기의 중심 주제인 ‘블레이저’도 포함된다. 최근 한국지엠 쉐보레의 신차 출시 및 가격 책정 행보를 보아 블레이저도 조만간 출시 계획을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전계약 예상보다 훨씬 많아”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이례적으로 가격 호평
최근 요즘 한국지엠 쉐보레 쪽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출시한 ‘콜로라도’ 사전계약 대수가 사흘 만에 700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전계약 대수가 훨씬 많았다”라고 말했다.

콜로라도는 다음 달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렉스턴 스포츠’가 유일하던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 그리고 미드 사이즈 정통 픽업트럭의 가격이 3,9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트래버스’ 역시 소비자들 반응이 긍정적이다. 아직 고객 인도가 시작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판매 실적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아 모하비’, ‘포드 익스플로러’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되었다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여럿 있다. 최근 신형 익스플로러 국내 판매 가격이 공개되면서 트래버스 가격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더 많아졌다. 후륜구동 기반 SUV로 바뀐 익스플로러는 한국 가격이 300만 원 정도 올랐다.

트래버스 일반 모델의 기본 가격 범위는 4,520만 원부터 5,324만 원이고, 최대 옵션 가격은 149만 원까지 발생한다. 반면 신형 익스플로러는 2.3 모델 하위 트림의 가격이 기본 5,99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트래버스 최저 실구매 가격 기준으로 보면 익스플로러가 1,560만 원 정도 비싸고, 트래버스 최고 실구매 가격과 비교하면 익스플로러가 550만 원 정도 비싼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 | 편집=오토포스트 디자인팀)

이미지 회복하나 했는데
한국지엠 노조 파업 돌입
“임금 협상 이견 좁히지 못해”
군산 공장 사태 이후 한국지엠은 줄곧 “재도약”을 외쳤다. 아직까지도 일각에선 “한국 철수하려고 계속 밑 작업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최근 출시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향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면서 이미지 회복도 순탄하게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예상치 못한 사태가 터지면서 또다시 이미지 회복에 어려움이 생겼다. 한국지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며 생산 차질도 생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부터 한국지엠 노조는 사 측과 임금 협상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결심했고, 최근에는 한국지엠 차량을 스스로 불매운동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SBS뉴스)

최근 한국지엠 노조는 불매운동을 비롯한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었다. 자사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계획했던 것인데, 이 때문에 여론이 좋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군산 공장 때 어떻게 됐는지 봤으면서도 그러냐”, “회사가 어려워 문을 닫을까 고민하는 데 파업을 하냐”, “이 위기에 임원들 성과금 챙겨 간 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장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지부는 24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본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고통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퇴진시키고야 말 것”이라 밝히며 27일까지 하루 6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래버스 콜로라도 물량 괜찮나?
“고용 안정”외치며 12년 만에
미국 지엠 노조도 파업 돌입
한국지엠뿐 아니라 미국 GM 노조도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향한 걱정도 더해졌다. 미국 GM은 12년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33개 공장 직원들이 임금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콜로라도가 사흘 만에 사전 계약 700대를 돌파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아직 국내 배정 물량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두 차종의 미국 생산이 중단되면서 국내 물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미국 GM 파업은 미국 내 33개 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약 4만 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 못 따라가는 공급
소비자들은 금방 외면한다
4년 전, ‘임팔라’ 출시 전과 후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국내 출시 전 임팔라는 사전 계약 3,000대를 돌파했고, 하루에 1,000대 계약이 몰리기도 했으며, 고객 인도 대기 기간 3개월, 대기 고객 수는 1만 명 이상을 돌파하는 등 인기가 상당했다. 인터넷 여론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 수요로 인기가 이어졌었다.

그러나 임팔라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마치 ‘팰리세이드’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듯 임팔라의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신형 ‘그랜저’와 ‘K7’이 출시되었다. 이때부터 수요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연간 판매량이 1만 대 수준에서 1,5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불과 2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비단 한국지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도 대기 수요가 3만 8,000대, 대기 기간은 1년 가까이 잡히면서 2만 대 계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한 가지, 소비자들은 기다림에 그리 관대하지 않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경쟁한다. 소비자가 원하던 제품을 기다리는 동안 대체할만한 상품이 물밀듯 쏟아진다는 이야기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를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향한 긍정적인 분위기, 즉, 신차 효과를 효과적으로 오랫동안 끌고 가지 못한다면 자칫 어두운 과거가 반복될 수도 있다. 한국지엠은 노조를 살릴지 회사를 살릴지, 노조는 임금을 잡을지 소비자를 잡을지 결단해야 한다. ‘베스트셀링카’와 ‘인터넷 슈퍼카’는 한 끗 차이다.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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