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한 자동차 전문 매체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캐나다에서 가장 안 팔린 자동차 10종을 발표했다. 목록을 살펴보면 ‘마세라티 기블리’와 ‘볼보 S90’, ‘재규어 XF’, 그리고 ‘피아트 500X’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차가 있었으니 바로 ‘제네시스 G90’이다.

캐나다 시장에서 G90은 올해 상반기 고작 8대 밖에 판매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덕에 ‘가장 안 팔린 자동차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를 본 소비자들은 “어쨌든 1위 아니냐”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제네시스 브랜드와 판매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제네시스와 프리미엄’
그들은 정말 프리미엄일까
‘프리미엄’, 사전적 의미로 ‘아주 높은’, ‘고급의’라는 뜻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에서 파생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일본 토요타와 렉서스의 관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5년 말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현대에서 분리하여 독립 브랜드로 론칭하였다. 2016 부산모터쇼에서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자인 완성도를 바탕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고급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국내에선 꽤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브랜드 독립 후 기존 ‘제네시스 DH’는 ‘G80’으로 이름이 변경되었고, 이어서 ‘EQ900’과 ‘G70’을 출시하며 세단 라인업을 완성하였다. 제네시스는 많은 기업 임원들의 법인 차로 사용되었다.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수입차와도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며 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선 평가는 조금 달랐다. 영국 시장에서는 거의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으며, 북미시장에서도 ‘G70’이 등장하기 전까진 라이벌 모델들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하며 연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대했으나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일각에선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 자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네임밸류가 부족하다”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현대차라고 생각한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현대와 제네시스가 완전히 분리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를 계약하기 위해선 가까운 현대자동차 전시장을 찾아가면 되고, 서비스센터 역시 독립 시설이 아닌 현대자동차와 같은 블루핸즈로 가서 정비를 받아야 한다.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자체가 분리된 토요타 렉서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프리미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한다면 제네시스와 현대차를 완전하게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사소하고 섬세한 것까지 말이다. 소비자가 자주 방문하는 서비스센터는 제네시스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다른 고급 브랜드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이고, 실제로 제네시스를 “비싼 현대차”, “제네시스라고 현대차랑 다를 게 뭐가 있냐”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에선
얼마나 팔렸을까
앞서 살펴보았듯 캐나다에선 올해 상반기 가장 안 팔린 자동차 1위에 ‘G90’이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영국에도 진출했던 제네시스는 진출 이후 약 2년 동안 100대도 판매하지 못하여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한국에서 통했던 프리미엄 전략이 해외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 시장에서 철수한 2017년 하반기, ‘G80’은 한 해 동안 고작 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동안 1만 2,685대를 판매한 ‘E클래스’, 7,074대를 판매한 ‘5시리즈’와는 비교조차 불가한 수치였다.

그나마 가장 많이 팔렸다던 북미시장은 어떨까. 2019년 상반기 북미시장 제네시스 라인업 판매량은 총 ‘1만 7대’다.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G70’이 5,715대, ‘G80’ 3,353대. ‘G90’은 939대를 판매하였다. G70을 제외하곤 두 자동차 모두 전년 동월 대비 약 40% 정도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사실상 G70이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제대로 승부를 봐야 하는 럭셔리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참고로 ‘렉서스’는 북미시장에서 7월 한 달 동안만 총 2만 5,403대를 판매했다.

라인업의 부재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했다
제네시스가 북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론 라인업 부재를 예로 들 수 있다. 제네시스는 현재 ‘G70’, ‘G80’, ‘G90’ 세단 세 종류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부족하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소비자도 적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 미국 럭셔리카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세단보다는 SUV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세단으로 승부를 본 제네시스가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렉서스의 7월 북미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체 판매량 2만 5,403대 중 1만 7,177대가 SUV였으며, 이는 전체 판매량의 67%에 달하는 수준이다. 제네시스는 곧 출시될 GV80과 함께 빠른 시일 내로 다양한 SUV 라인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 만의
장점이 부족하다
국내시장에서는 법인 수요가 꾸준하고, 프리미엄 이미지 전략이 나름 통했기 때문에 판매량에 크게 타격을 받을 일이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쟁쟁한 라이벌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성과 더불어 프리미엄 이미지에 걸맞는 서비스에서 제대로 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결국 차가 좋아야 한다는 것인데, 제네시스는 아직 라이벌들과 비교해보면 제네시스만의 장점이자 특징이 부족하다. 2016년에 처음 등장한 ‘EQ900’의 페이스리프트인 ‘G90’은 상품성 측면에서 라이벌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G80’ 역시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수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G70’만이 라이벌 모델들과 경쟁이 가능한 상태인데, 다양한 선택지가 많은 해외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선택해야 한 이유를 충분히 어필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가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국내 판매량을 잡았으니, 이제는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판매량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출시될 제네시스 모델들은 업계를 선도하는 라이벌들과 경쟁하여 제대로 붙어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검증받는다는 것은 즉, 이들을 많이 따라잡았거나 혹은 이들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제네시스는 국내용 브랜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GV80 출시 이후의 행보
유럽시장, 중국 시장 진출 예정
제네시스는 다시 한번 해외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GV80 출시 이후 북미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미 올해 초 상하이에 제네시스 판매 법인을 설립하였으며, 이는 라인업 구축이 완료되면 곧바로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GV80’, ‘G80’을 포함한 향후 출시될 제네시스 신차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다. 만약 국내 시장에서만 판매할 자동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미 수년 동안 다양한 시장에서 검증된 라이벌들과 경쟁하려면 당연하다.

제네시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제네시스를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프리미엄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를 포기하고, 제네시스를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편리한 사후관리 정도밖에 없었다. 차후 등장할 제네시스 모델에선 “제네시스를 구매하니 정말 좋더라”, “이제는 굳이 수입차 안 사도 제네시스로 충분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오늘 계속 언급했던 것처럼, 자동차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수입차를 모두 뒤로하고 제네시스를 선택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이제는 명백하게 생길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등장할 제네시스 신차들은 부디 소비자의 목소리도 대거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자 장비를 잡았으니, 이제는 기타 다른 것들을 잡을 차례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본기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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