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있어야 할 차가 여기에…” 지금은 상상도 못할 레전드 랜드로버가 국내에 있습니다

0
1354

랜드로버는 원래 저렴하고 실용적이고 튼튼한 차를 만들던 회사
영국을 풍미했던 오리지널 랜드로버가 국내에 있다.
오랫동안 랜드로버는 차량 이름이었다가 브랜드로 격상, 이후 디펜더로 이름 변경

국내에서 포착된 랜드로버 시리즈 3 / 네이버 남차카페 ‘김민혁’님

해외에서는 올드카가 꽤 흔한 편이지만 한국은 신차 교체주기가 꽤 짧아 올드카를 보기 어렵다. 잘 팔렸던 차도 10년만 지나면 어느 정도 보이긴 해도 예전보다 확 줄었음을 느낄 수 있으며, 20년이 지나면 점점 보기 어려워진다. 30년이 지나면 아예 고대유물 취급을 받는다.

올드카 수가 많지 않아서 그렇지 잘 찾아보면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왠지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차가 정식 번호판을 달고 국내 도로를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번에 살펴볼 차는 영국을 풍미했던 명차로, 무려 오리지널 랜드로버 차량이다.

글 이진웅 에디터

랜드로버는 원래
차량 이름이었고
프리미엄 SUV도 아니었다

우리는 흔히 랜드로버를 프리미엄 SUV의 대명사로 알고 있다. 지금이야 이전만큼 명성을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SUV를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원래 랜드로버는 브랜드 이름이 아닌 차량 이름이었고, 심지어 프리미엄 SUV도 아니었다.

로버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장이 폭격을 당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전한 곳에서는 시설이 너무 열악했고,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아 이전처럼 차량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웠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크기가 작고 경제성이 높은 차량을 개발하는 계획이 세워졌고, 시제품도 몇 가지를 만들었지만 양산하기에는 단가가 너무 비쌌다.

로버의 수석 디자이너인 모리스 윌크스는 윌리스 MB(오늘날 지프 랭글러의 조상격인 모델)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농업에 도움이 될 차량을 개발하기로 하고, 첫 번째 프로토타입 모델을 만들었다. 윌리스 MB 섀시를 기반으로 로버 P3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했고, 차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던 강철 대신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했고, 도장은 항공기용으로 남아돌던 초록색 페인트를 저렴하게 사와 적용했다.

프로토타입에서는 특이하게 스티어링 휠을 1열 중앙에 적용했으며, 동력을 다른 기계에 공급할 수 있는 PTO를 장착해 내놓았다. 테스트는 성공적이었고, 이후 스티어링 휠을 1열 우측으로 옮기는 등 개량을 거쳐 1948년 랜드로버 시리즈 1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가격이 꽤 저렴한데다 상용차로 취급되어 세금도 적었고, 내구성이 우수한데다 실용적이어서 영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으며 널리 사용되었다. 즉 현재 랜드로버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초기형 랜드로버
시리즈 1

윌리스 MB를 기반으로 한 차량이다 보니 외관 곳곳에 윌리스 MB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전면을 살펴보면 그릴 패턴은 변경했지만 좌우에 원형 헤드 램프가 장착된 점은 동일하고, 차체도 휀더 부위까지 확장하고 휀더 부위가 보닛보다 더 앞으로 돌출된 것만 빼면 형태가 비슷하다. 범퍼 역시 철제로 된 일자형이 적용되었다.

그 외에 1열에는 승차 공간, 2열에는 짐칸이 있으며, 윌리스 MB와는 달리 1열에 도어와 창문을 장착했다. 그리고 천장과 적재 공간에는 호루를 덮거나 개방할 수 있도록 했다.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전장 3,353mm, 전폭 1,549mm, 전고 1,867mm, 휠베이스 2,032mm이었다. 1.6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출력은 51마력을 발휘했고, 4단 변속기가 사용되었다. 저속 및 고속을 선택할 수 있는 2단 트랜스퍼 박스가 있으며, 4륜 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후 소비자들은 군용차 스타일이 아닌 민수용으로서 발전을 원했고, 1949년, 왜건 모델을 출시했다. 롤스로이스와 라곤다와 협업하던 틱포드가 개발한 목재 하드탑을 씌웠고, 가죽시트, 히터, 원피스 라미네이트 윈드스크린 등 몇 가지 옵션이 추가되었다. 적재함 부분에도 시트를 적용해 총 7명이 앉을 수 있었다. 다만 왜건 모델은 자가용으로 간주해 시리즈 1 표준 모델보다 세금이 높았고, 결국 영국에서 수백대만 판매되는데 그쳤다.

1952년에는 배기량을 2.0리터로 늘렸다. 출력은 52마력으로 큰 차이 없지만 대신 토크를 11.0kg.m에서 14.0kg.m으로 늘렸다. 지금이야 별 차이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꽤 큰 발전이었다. 거기에 최대토크가 1,500rpm에서 나올 수 있게끔 조정했다. 1954년에는 전장을 3,569mm, 휠베이스를 2,184mm로 늘렸고, 전장 4,407mm, 휠베이스 2,718mm으로 길이를 대폭 늘린 픽업트럭 모델을 내놓았다.

1955년에는 픽업트럭 모델을 기반으로 한 5도어 10인승 왜건 모델을 출시했다. 이전 7인승 왜건 모델과 달리 철재 하드탑을 씌웠고, 승차 인원이 많아져 상용차보다 높은 승용차 세금이 부과됨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아졌다. 1956년에는 3도어 모델의 휠베이스를 2,235mm로, 5도어 모델의 휠베이스를 2,769mm로 늘리는 변화를 거쳤고, 1957년, 52마력, 12.0kg.m을 발휘하는 2.0리터 디젤 엔진을 출시했다.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
시리즈 2

1958년,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시리즈 2를 출시했다. 차체 측면과 천장(하드탑 왜건 모델)에 곡선을 가미했고, 이외 자잘한 디자인 개선을 진행했다. 크기는 3도어 모델 전장 3,617mm, 전폭 1,676mm, 전고 1,968mm, 휠베이스 2,235mm, 5도어 모델 전장 4,445mm, 전폭 1,676mm, 전고 2,057mm, 휠베이스 2,769mm로 조금씩 키웠다. 엔진은 기존 2.0 가솔린과 2.0 디젤 외에 2.25리터 가솔린 엔진을 추가했다. 이 엔진은 72마력, 17.1kg.m을 발휘했다.

또한 5도어 모델에 12인승 옵션을 새로 추가했다. 당시 영국에서 12인승 모델은 버스로 분류하기 때문에 세금 일부를 면제받았다. 그 덕분에 차값은 모든 라인업 중에서 가장 저렴했다.

1961년에는 마이너 체인지 모델인 시리즈 2A를 출시했다. 2.25리터 가솔린 엔진을 기본화하고 디젤 엔진 역시 배기량을 2.25리터로 늘렸으며, 성능은 62마력, 14.3kg.m으로 증가했다. 또한 2.6리터 I6 엔진이 새롭게 추가되었는데, 84마력, 14.7kg.m으로 기존 대비 높은 성능을 발휘했다. 수출량도 많았는데, 호주와 아프리카, 중동에서 인기가 많았다.

1962년에는 시리즈 2를 기반으로 한 트럭 모델을 선보였다. 제한된 크기에 최대한의 적재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보닛 길이를 대폭 줄이고 엔진을 승객석 아래로 이동했다. 엔진은 SUV 모델과 동일하다.

국내에서 포착된 랜드로버 시리즈 3 / 네이버 남차카페 ‘최시원’님

두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
시리즈 3
랜드로버가 브랜드가 된 시기

1971년 랜드로버는 시리즈 3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헤드 램프가 미국 및 네덜란드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릴이 아닌 휀더 쪽으로 이동했고, 그릴 소재는 금속에서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다. 엔진 배기량은 동일하지만 압축바을 높여 성능을 약간 향상시켰다. 크기는 기존과 동일하다.

실내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대시보드 소재를 금속에서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고, 계기판은 중앙에서 운전석으로 이동했다. 또한 실내를 고급화한 트림을 새로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지라 고급화라고 말하긴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투박하다.

국내에서 포착된 랜드로버 시리즈 3 / 네이버 남차카페 ‘최시원’님

1978년 랜드로버 출시 이후 지속적인 성공으로 인해 랜드로버를 브랜드로 격상시켜 별도 법인화했다. 국내로 치면 제네시스가 브랜드로 출범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이때 레인지로버도 같은 브랜드로 편입되었다.

1979년 3.5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도입했다. GM의 엔진을 도입했으며, 91마력을 도입했다. 레인지로버 1세대 모델에도 이 엔진이 장착되었는데, 고급화에 걸맞게 엔진 출력을 130마력으로 높였다. 다만 영국에서는 2리터대 엔진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3.5리터 엔진은 거의 구입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수출되었다.

국내에서 전시된 랜드로버 110 / 네이버 남차카페 ‘김호영’님

1983년 대대적인 변화 거치고
1990년 디펜더로 이어진다

1983년 시리즈 3는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거친다. 보닛 길이를 돌출된 휀더 부분까지 연장하고 전면 그릴 디자인과 헤드램프를 마치 하나의 파츠처럼 보이게끔 변경해 더욱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후면 디자인 역시 각을 최대한 살렸으며, 실내 디자인은 이전의 군용차스러운 디자인에서 벗어나 당대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이름도 랜드로버 시리즈에서 랜드로버 90, 110으로 변경되었다. 각각 휠베이스가 90인치, 110인치이기 때문에 붙은 것으로, 크기는 90 전장 4,077mm, 전폭 1,791mm, 전고 2,037mm, 휠베이스 2,360mm, 110은 전장 4,600mm, 전폭 1,791mm, 높이 2,190mm, 휠베이스 2,794mm로 기존 대비 꽤 커졌다.

국내에서 전시된 랜드로버 110 / 네이버 남차카페 ‘김호영’님

엔진은 출시 초반에 기존 2.25리터 가솔린 엔진과 3.5리터 가솔린 엔진, 2.25리터 디젤 엔진이 있었지만 이듬해 2.25리터 엔진은 각각 2.5리터 가솔린과 디젤로 변경했다. 가솔린 엔진은 83마력, 디젤 엔진은 68마력을 발휘했다.

1986년에는 83마력을 발휘하는 2.5리터 디젤 터보 모델을 추가했는데, 터보가 들어간 만큼 고열에 최적화된 설계와 소재를 적용했고, 오일쿨러와 냉각 팬도 개량했다. 비슷한 시기에 3.5리터 V8 가솔린 엔진도 레인지로버와 동일한 135마력으로 대체했다.

국내에서 전시된 랜드로버 110 / 네이버 남차카페 ‘김호영’님

변속기도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4단 수동변속기만 있었지만 5단 수동변속기와 4단 자동변속기를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1980년대 들어서 이전 대비 판매량이 21%가량 감소해 부진을 겪고 있는데, 대대적인 변화 덕분에 다시 실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1989년 디스커버리가 출시되면서 랜드로버 90과 110도 이름 변경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1990년 드디어 우리가 아는 디펜더라는 이름이 붙었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붙고 난 이후에는 큰 변화 없이 무려 2016년까지 생산되었다가 단종되고 2019년 2세대 모델로 부활해 현재에 이른다.

실용성과 내구성이 높고
발군의 오프로드 성능
군용차로도 많이 사용했다

랜드로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바로 높은 실용성과 발군의 오프로드 성능이다. 농업용으로 개발한 만큼 각종 짐을 실을 수 있는 적재함과 더불어 PTO를 장착해 다른 기계에 동력을 공급해 줄 수 있었다. 게다가 구조가 간단해 차량을 정비하기 좋았으며, 내구성도 훌륭해 차를 막 쓰기 좋았다. 실내는 청소를 물만으로도 쉽게 할 수 있도록 경사를 약간 주고 배수홀을 만들어 뒀다.

또한 4륜구동 시스템과 2단 트랜스퍼 케이스가 장착되어 있는 덕분에 오프로드 성능도 훌륭했다. 이러한 장점은 영국 육군에서 주목했으며, 1948년 출시되자마자 군용차로 적합한지 테스트했다. 테스트 결과 합격을 받아 영국군 군용차로도 납품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군이 참전할 때 랜드로버 군용차를 들여와 활용하기도 했다. 영국 외 호주에서도 많이 활용했다.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